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소비법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소비법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1.0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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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호의 OPENING

인간은 일평생 소비하며 살아간다. 개인에 따라 소비 성향은 다르지만 대개 무분별했던 소비 경향은 나이가 들수록 절제라는 미덕을 얻으며 안정적으로 변한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계획적인 소비습관을 가진 이들도 많다. 에디터는 아니다. 10~20대에는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소비하는 습관 탓에 식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다행히 나이가 들면서 철이 들었다. ‘사고 싶은 것을 모두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소비 가능한 돈의 규모를 정하고 ‘정말 필요한 물건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2020년은 에디터의 소비 기준이 다시 한 번 변화하는 해였다. 전례 없는 코로나19의 등장으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만큼이나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환기했다. 물건을 만들 때마다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늘어나는 육식 소비로 인한 숲의 감소, 동식물의 서식지 감소로 인한 바이러스의 잦은 창궐….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 편의를 위한 물건들이 늘어나는 사이 지구는 서서히 파괴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어쩌면 남의 나라 일이라고 여겼던 우리를 비웃듯 코로나19는 전 세계 곳곳,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공포를 안겨주었다.

인류는 코로나19로 각성했다. 우리의 작은 소비 습관이 지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뼈저리게 느낀 후 말로만 “친환경”, “지속가능성”을 외치던 것에서 소비가 불러일으키는 환경 영향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지기 시작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점점 스마트 쇼퍼Smart Shopper가 되어간다. 단순히 광고나 브랜드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사실 가치소비가 꼭 친환경을 추구하거나 윤리적 판단으로 소비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제품’에 한에서 과감하게 소비하는 가치소비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품도 때론 포함된다.

<아웃도어>는 가치소비라는 주제를 다루며 친환경, 평등과 인권, 지역과 공동체의 공존 등 윤리적인 판단에 기준을 둔 소비로 의미를 축소했다. 본지가 생각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치소비는 협의의 개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양극화는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의 화살이 쏜살같이 나에게 되돌아오는 세상에서 가치소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당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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