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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 트레킹
동해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 트레킹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12.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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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땅이 열리다

한 걸음 내딛기 무섭게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오금이 저려 온다. 위대한 자연을 보려고 고생했지만 막상 그 앞에 서면 뒷걸음치게 되는 섬뜩한 아름다움. 심장의 울림은 금단의 땅을 밟았다는 설렘이면서 경이로운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두려움이었다.

오랜 인연들과 함께한 두타산 하이킹
지난 8월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이 공개됐다. 한국의 장자제로 불릴 정도로 천혜의 비경을 갖춘 베틀바위 산성길. 사람이 접근하기에 너무나도 위험한 능선이 이어진 탓에 두타산 깊숙이 꼭꼭 숨겨져 있었지만 동해시에서 등산로 재정비 사업을 완료하면서 일반인들도 안전하게 베틀바위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하이킹 아티스트 김강은, 히맨 김희남 씨와 두타산 베틀바위로 향했다.

산행은 두타산 무릉계곡 관리사무소~베틀바위 전망대~미륵바위~산성터~산성12폭포~학소대~삼화사~무릉계곡 관리사무소로 약 5km 거리다. 느린 걸음으로 넉넉잡아 네 시간이면 충분히 두타산의 비경을 돌아볼 수 있어 남녀노소 등산객이 방문하기 좋다.

이미 지난여름 산성12폭포를 다녀온 강은 씨는 이번에 드디어 베틀바위를 볼 수 있게 됐다며 기대했고 희남 씨 역시 설렘으로 가득했다. 오랜만에 만난 둘은 산행 시작부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지리산에 산악 열차 개설 사업을 이슈화하려는 세이브더지리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들의 대화가 무르익어갈 때쯤 베틀바위 산성길의 첫 번째 볼거리인 숯가마터가 나타났다.

두타산에 자생하는 울창한 참나무를 잘라 숯을 구어 내다 팔았던 선조들의 흔적이다. 지금은 이곳에서 만든 숯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 모습을 복원해 오가는 사람들에게 두타산의 옛날이야기를 전해준다. 숯가마터부터는 경사가 급해진다. 앞뒤로 오가는 등산객들의 가쁜 숨을 따라 바윗길과 계단을 오르면 베틀바위가 등장한다. 산행 시작 후 1시간이면 금세 베틀바위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천혜의 비경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북한산 사모바위를 닮은 거대한 바위 뒤편으로 화려한 베틀바위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선녀가 짜던 베틀
베틀바위는 옷감을 짜는 베틀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씨실과 날실이 가로 세로로 짜이듯 바위가 삐죽 솟아 있어 마치 중국의 장자제를 연상시킨다. 베틀바위를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전망대 뒤쪽에 있는 큰 바위를 밟고 올라섰다. 이미 많은 사람이 바위를 올랐는지 발자국마다 움푹 패 있었다.

바위에 올라서자 자연의 위대함이 더욱 무섭게 다가왔다. 베틀바위에서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거대한 절벽이 이어지는데 생각보다 가까이에 위치해 절벽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웬만한 릿지 클라이밍을 해내는 강은 씨와 희남 씨도 절벽 앞에선 작은 인간일 뿐이었다. 무릎이 오들오들 떨리지 않도록 발바닥에 힘을 꽉 주는 희남 씨. “생각보다 꽤 아찔해요”라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에서 놀람과 공포가 동시에 느껴졌다. 강은 씨 역시 베틀바위 비경에 감탄했지만 눈동자엔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베틀바위에서 등산로를 따라 조금 더 오르면 미륵바위다. 미륵불처럼 생긴 미륵바위는 1600년대 조선 중기의 학자인 허목의 <두타산기>, 김효원의 <두타산일기>, 김득신의 <두타산>에 기록된 산봉우리로 보는 각도에 따라 미륵불, 선비, 부엉이처럼 보인다. 눈, 코, 입은 물론 미륵불의 상징인 늘어진 귀까지 똑 닮은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산성터로 향하는 길에서는 등산로를 만든 사람들을 향한 존경심이 든다. 그들은 험난한 바위와 깎아지른 절벽에 나무판자를 끼워 넣어 튼튼한 등산로를 만드는가 하면 바위 여럿을 촘촘하게 쌓아 올려 길을 냈다. 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움을 유발하는 이곳에서 밤낮으로 작업했던 그들의 노력 덕분에 베틀바위 산성길이 빛을 보고 있다.

등산화 필드테스트

당일 산행에 딱 <아이더> 로스터 by 김강은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등산화다. 갑피에 고어텍스를 적용해 방수와 방풍에 효과적이며 산행 중 쾌적함을 유지해줬다. 단, 발볼이 넓은 사람은 압박을 느낄 수 있어서 약간 헐렁하게 착용하는 걸 추천한다.
아웃솔도 훌륭했다. 특징 있는 패턴을 적용해 미끄러짐이 없었다. 바위를 탈 때나 돌무더기가 쌓인 길에서도 접지력이 돋보였다. 두꺼운 미드솔은 충격을 완벽히 흡수해주는 동시에 키가 커 보이는 효과를 냈다.
보아 다이얼은 민첩성과 속도를 높여줬다. 발과 등산화를 자연스럽게 일체화 시켜 더욱 강력하면서 빠른 방향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바위산과 험로가 많은 곳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듯 하다. 29만9천원.

접지력 최강자, <블랙야크> 크라운 DD GTX by 김희남
스키화 또는 우주에서 신을 법한 미래형 스타일이 눈에 띈다. 아치에서 발등까지 스트랩으로 감싸는 특수 구조가 발과 신발의 밀착감을 높여준다. 착용감도 좋다. <블랙야크> 크라운 DD GTX는 하이컷 등산화에서 종종 느껴지는 발목 압박이 전혀 없다. 무엇보다 바위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겉보기에 아웃솔이 상당히 두꺼워 접지력이 좋을까 걱정했지만 바위에 착 달라붙은 듯 지지해줘 미끄러짐이 없었다.
듀얼 보아를 장착해 맞춤형 피팅도 할 수 있었다. 보아의 프리미엄 피팅 솔루션인 듀얼 보아는 밀리미터 단위의 미세 조정이 가능한 두 개의 보아 다이얼이다. 듀얼 보아가 각각 발목과 발등을 조여줘 개인 발 모양 또는 산행 상황별로 피팅감과 압박감을 조절해줬다. 덕분에 산행할 때 발의 피로도를 줄여줬고 더욱 안정적인 보행을 도왔다. 32만9천원.

자연의 신비, 거북이와 백곰 바위
산성12폭포로 향하는 길에 일부러 누가 가져다 놓은 듯한 통나무 의자 네 개를 만난다. 통나무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귤 한 봉지를 금세 비워냈다.

“귤껍질은 버려도 된다고 인식하는데 잘못된 상식이에요. 귤껍질에 잔류 농약이 붙어 있거든요. 동물이 버려진 귤 껍질을 먹으면 내상을 입을 수 있죠. 모든 과일 껍질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산에서는 그 어떤 것이라도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어요.”

몇 년 전부터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프로젝트인 클린 하이킹을 운영하는 강은 씨 덕분에 등산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산에는 담배꽁초, 과자 봉지, 과일 껍질이 종종 보인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강은 씨의 고민을 들으면서 걷자 산성12폭포가 눈앞에 다가왔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나무 사이로 거대한 폭포가 나타났다. 아쉽게도 가뭄 때문에 폭포수가 흐르지 않았지만 물이 흘렀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폭포를 등지면 달력에서 볼 법한 절경이 펼쳐진다. 웅장한 자연에 눈을 떼지 못하면서 침묵의 탄성이 터졌다. 강은 씨와 희남 씨는 냉큼 바위로 올라서 두타산의 기운을 만끽했고 바위 한편에 있는 거북 바위에서 인증 사진을 남겼다. 둥그런 모양은 거북이 등딱지, 길게 튀어나온 것은 거북이 목, 반대편에 붙은 작은 바위는 꼬리를 연상시켰다. 거북바위에서 십 분 거리에 백곰 바위도 있다. 코카콜라에 나오는 북극곰의 뒷모습과 똑 닮았다. 어찌 그런 모양을 냈는지 자연의 신비로움은 참 알 수가 없다.

네 시간의 짧은 산행 동안 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처음엔 베틀바위의 경이로움과 두려움으로 움츠러들더니 등산로 작업자를 향한 존경심이 올라왔고 말미엔 자연의 신비로움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백곰 바위를 기점으로 하산하는 내내 선녀가 베틀 짜는 소리, 미륵불의 불경, 작업자의 노동 소리, 거북이와 백곰의 울음이 마음속 깊숙이 울려 퍼졌다.

하이킹 아티스트와 히맨이 말하는 겨울 산행 필수템
1.헤드랜턴

겨울엔 오전 산행일지라도 반드시 헤드랜턴을 챙겨야 한다. 산에는 어둠이 빨리 내릴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길을 잃을 위험이 있다.

2. 장갑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기능성 장갑이있다면 최고지만 없다면 일반 장갑이라도 챙겨야 한다. 눈꽃 산행이나 장거리 산행을 할 때는 젖을 경우를 대비해 여분으로 2~3개 더 준비하는 게 좋다.

3. 버프 멀티 스카프
날씨가 추울 때는 목 보온용으로, 더울 때는 손과 얼굴의 땀을 닦는 수건으로 활용할 수 있다.

4. 보온병
겨울엔 여름보다 갈증을 덜 느껴 스스로 느끼지 못 하는 사이에 탈수가 올 수 있다. 칼바람이 부는 산속에서 체온 유지와 탈수를 막기 위한 따뜻한 물은 필수다.

5. 방풍 재킷과 경량 패딩
산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에 아무리 날씨가 따뜻해도 재킷과 패딩이 필수다. 산행 초반엔 가벼운 복장을 입고 바람이 불 때 방풍 재킷과 경량 패딩을 꺼내 입는 게 좋다. 패딩이 없다면 얇은 옷을 겹쳐 입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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