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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데이트코스 1번지 능내역
[남양주] 데이트코스 1번지 능내역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12.0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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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만의 정겨운 냄새가 나는 폐역

키오스크에서 표를 구매한 뒤 넓은 대합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승객들. 대형 전광판을 가득 채운 기차 스케줄을 보고, 쩌렁쩌렁 울리는 대합실 안내방송을 듣고 있노라면 숨이 턱하고 막힌다. 문득 30년 전 기차역의 풍경이 슬그머니 떠오르며 그 시대만의 정겨운 냄새가 그리워졌다.

남양주 조안면에 있는 능내역은 과거 기차역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얼룩덜룩 때 묻은 간판부터 고작 20~30명 들어갈 만한 작은 대합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매표창구, 누가 썼는지 알 수 없는 낙서까지. 지저분하고 케케묵었다는 생각보다 따뜻하면서 인간 냄새가 물씬 풍겨 자꾸만 발걸음이 멈추게 된다.

능내역은 50년의 역사를 간직한다. 1956년 중앙선 철도가 정비되면서 능내역이 신설됐다. 능내리에 다산 정약용유적지, 마재성지, 다산생태공원 등 관광지가 생기면서 사람 냄새가 진동했지만 2008년 경의중앙선 철도 노선이 변경되면서 폐역이 됐다. 다행히도 능내역의 추억은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았다. 대합실은 능내역의 이야기를 담은 흑백사진관이 됐고 철로 한편에 있는 오래된 객차 한 칸은 쉼터 역할을 한다. 당시에 쓰던 대합실 나무 의자와 낡은 벽보도 인상적이다. 덕분에 부모님 여행객들은 일부러 능내역을 찾아와 그 시절을 돌이켜보고 레트로에 빠진 젊은 여행객은 낯선 기차역에서 과거를 상상한다.

북한강 자전거 라이더들도 능내역에서 쉬어간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나뉘기 직전 능내역이 위치할 뿐만 아니라 청결한 화장실과 벤치를 갖추고 근처에 맛집이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없다면 능내역 바로 앞 대여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일반 자전거부터 아기용 트레일러가 달린 자전거까지 수 십대의 자전거들이 나들이객을 반긴다. 능내역에서 팔당 방향으로 달리면 잔잔한 한강과 철길 풍경이 이어지고 자전거와 보행자만이 지나갈 수 있는 봉안터널에서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자전거에 아기를 태운 아빠 라이더가 능내역 앞을 지나친다. 까르르 웃음 짓는 아이와 이마에 땀이 맺힌 아빠의 추억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한편에서는 젊은 연인이 능내역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저렇게 사진 각도를 맞춰달라는 귀여운 투정이 사랑스럽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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