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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스폿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스폿
  • 글 사진 고아라
  • 승인 2020.11.1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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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시작과 끝이 함께 머무는 곳

천재 시인 푸시킨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를 두고 이런 노래를 했다. ‘금빛 하늘이 어두워지지 않고 반 시간 겨우 밤을 허락하더니 저녁노을이 아침노을로 어느새 서둘러 바뀐다.’ 네바 강변에 앉아 밤과 낮 사이에 머문 도시의 하늘을 바라봤다. 호화롭고 화려했던 과거 제정 러시아 수도의 풍경이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편집자주>

걸어서 만나는 18세기 풍경
넵스키대로

모스크바가 오랜 시간을 두고 차곡차곡 역사와 명성을 쌓아 나갔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트르 1세의 철저한 계획 아래 합리적으로 세워진 도시다. 모스크바를 ‘러시아의 심장’,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러시아의 머리’에 비유하는 이유다. 흔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두고 ‘유럽으로 향하는 창’이라 부르는데, 1712년 수도가 된 당시 문화, 예술, 학문에 관련된 러시아 최초의 전문 기관이 세워지면서 후진적인 관습을 버리고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후 수많은 대문호와 학자를 배출하고 부를 축적하며 찬란한 시대를 맞이했다.

수도로서 호황을 누렸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지위를 잃은 후 오랜 잠에 빠진 듯하다. 도시의 어느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도 부귀영화를 누렸던 제정 러시아 시대의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이 과거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가장 밀접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도시의 메인 거리인 넵스키 대로를 그저 ‘걷는 것.’

넵스키대로는 해군성에서부터 알렉산드르 넵스키 수도원까지 이어지는 4.5km 길이의 거리다. 과거 문화와 상업의 중심지였던 만큼 화려하고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모여있고 고급 호텔, 레스토랑, 카페, 상점 등이 길을 따라 줄지어 있다. 중간중간 도스토옙스키, 차이콥스키, 푸시킨 등 저명한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생가 등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요 랜드마크까지 모여 있으니 여행자에게 이만한 곳이 없다.

반면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친구들과 불금을 보내거나 연휴를 보낼 때 찾아가는 핫플레이스로 넵스키대로를 꼽는다. 수백 년이 흘렀지만 넵스키대로는 여전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핵심인 셈이다.

잔잔한 물결 따라
네바강 산책

유럽에는 운하로 유명한 도시가 많다. 그중 이탈리아 베네치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함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대표적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운하가 건설된 네바 강은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으며 길이가 무려 740km에 달한다. 도시가 일찍이 발트해의 주요 무역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네바 강의 역할이 크다. 운하는 배에 물건을 싣고 오가는 운송 기능을 주로 담당하지만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특유의 운치 있는 풍경 덕분이다. 강물 위로 키재기하듯 줄지어 늘어선 고풍스러운 건물들, 그 사이를 유유자적 오가는 크고 작은 배들, 해 질 무렵이면 따뜻한 주홍빛으로 물드는 풍경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 네바 강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주요 관광 명소가 모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피터 앤 폴 요새Peter and PaulFortress가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수도가 되기 몇 해 전인 1703년. 표트르 1세가 스웨덴 해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네바 강변에 요새를 세웠는데, 이를 시작으로 도시가 건설됐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스웨덴 군대는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침략한 적이 없어 사실상 전쟁 중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진 못했다. 다만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시 최초의 건축물이자 근대 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표트르 대제의 의지가 담겨 있어 의미가 있다. 요새 안에는 정치범을 가뒀던 감옥부터 표트르 대제부터 니콜라이 2세까지 잠들어 있는 성당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긴 강변을 걷다 보니 슬슬 배가 출출해진다. 마침강물 위에 떠 있는 보트 레스토랑, 볼가볼가Volga-Volga가 눈에 띄었다. 보트 전체가 하나의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어 네바 강 위를 유유히 떠다니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 선착장에 도착해 배의 입구로 들어설 때까지는 여느 유람선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난간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고급레스토랑이 펼쳐진다. 커다란 창밖으로는 네바 강변과 18세기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특별한 풍경을 선사한다.

사치스러운 왕의 도시를 염탐하다
에르미타주 미술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런던의 대영 박물관과 함께 세대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곳. 18세기에 예카테리나 여제가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그림을 보관하기 위해 겨울 궁전 옆에 작은 관람 공간을 지은 것이 지금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이 됐다. 화려한 궁전 내부에는 무려 400여 개 전시실에 300만 점 가까이 되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규모가 워낙 크고 작품이 많다 보니 전부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표적인 소장품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리타의 성모>, 카라바조의 <류트 연주자>,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프라고나르의 <도둑맞은 키스> 만 봐도 성공적이다.

여름궁전
페테르고프

표트르 대제에 의해 지어진 궁전으로 러시아 황제와 귀족들이 여름을 지내던 별궁이다. 정식 명칭은 페테르고프Peterhof지만 여름 궁전으로 더 알려져 있다. 당시 최고의 건축가와 조각가가 9년에 걸쳐 완공했으며 1918년 러시아 혁명 이후 국립 박물관이 됐다. 표트르 대제의 별궁이다 보니 규모가 워낙 커 상부 정원, 하부 정원, 궁전 등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눈다. 총면적이 8백만 m2에 달하며 궁전 20개, 분수 140개, 공원도 7개나 된다. 그중 중앙에 자리한 대궁전이 바로 박물관. 사방이 금으로 뒤덮인 침실과 정교하게 장식된 인테리어 소품들이 가득한 거실 등 황실의 사적인 공간을 관람할 수 있다.

파베르제 박물관
러시아를 여행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파베르제의 달걀’. 비록 작은 달걀에 불과하지만 화려하고 정교한 보석으로 치장한 모습에 누구라도 빠져든다. 러시아 공항은 물론 시내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도 볼 수 있지만 진짜 파베르제가 만든 달걀은 파베르제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다. 지금 남아있는 진짜 파베르제의 달걀은 세상에 단 57개, 그중 황제를 위해 제작한 달걀은 52개다. 1885년 알렉산더 3세가 황후에게 선물하기 위해 당시 최고의 보석 세공의 명장이었던 파베르제에게 제작을 의뢰한 것을 시작으로 황실의 전통이 됐다. 박물관에는 달걀 이외에도 파베르제의 장식품, 회화, 도자기 등 4천 점이 넘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예카테리나 궁전
온통 주홍빛 보석으로 가득한 궁전의 방을 사진으로 접한 후 러시아 여행 전부터 예카테리나 궁전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제정 러시아 사치의 끝판왕이라 불릴 정도로 궁전 내부를 갖가지 보석들이 채운 곳. 심지어 보석의 종류에 따라 방을 나눴다. 미리 본 사진은 소설 제목으로도 쓰인 ‘호박방’. 이름처럼 고가의 호박 보석으로 만든 장식이 사방에 가득한 방인데, 안타깝게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탈 당한 후 흔적을 찾지 못했다. 지금의 모습은 2003년에 새롭게 복원한 것이다.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수 시간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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