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가 식품을 만드는 이유
파타고니아가 식품을 만드는 이유
  • 김경선
  • 승인 2020.10.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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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훼손을 최소화 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프로젝트

식품 사업의 목표는 파타고니아가 지금껏 해온 일들의 목표와 같다. 가장 뛰어난 제품을 만들면서 환경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위기 해결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PATAG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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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PROVISIONS
환경 훼손이 우리에게 가장 파괴적인 결과로 돌아오는 분야는 식품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농축수산물의 생산성은 높아진 반면 지나친 방목, 과다한 항생제 투여, 지하수 난개발, 무분별한 화학물질의 사용, 무책임한 유전자 조작 식품 개발 등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망가져버린 음식 생산 유통 과정을 되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식품 산업을 시작했고, 2013년 조직 재편을 통해 지주 회사인 파타고니아웍스Patagonia Works 아래 의류 회사 파타고니아PatagoniaInc., 서핑보드 회사 플레처 쉬나드 디자인Flecher Chouinard Designs, 식품 사업 회사인 파타고니아 프로비전Patagonia Provisions으로 분사해 보다 적극적으로 식품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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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훈제 연어
파타고니아가 처음으로 선보인 식품이다. 바다에서 대량으로 연어를 잡는 대신 지역 주민들이 강에서 직접 잡은 야생 연어를 사들여 어포를 뜨고 훈제시켜 상품으로 판매한다. 파타고니아가 야생 연어를 주목한 데는 기생충에 감염되기 쉽고 항생제를 먹으며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양식 연어 보다

개체 수와 환경에 영향이 적은 야생 연어의 수요를 늘려 연어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파타고니아는 환경보호 활동가와 생물학자를 통해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의 동선을 살펴 개체수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적정 포획량을 계산한다.

2. 버팔로 육포
마트에서 쉽게 접하는 육포는 비좁은 축사에서 유전자 변형 사료를 먹여 인위적으로 살을 찌운 고기로 만든다. 항생제와 GMO 사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양의 사료를 만들기 위해 숲을 갈아엎어 농경지로 탈바꿈한다. 미국 로키 산맥 동쪽 대초원 지대에 자리한 약 5만 에이커 규모의 와일드 아이디어 버팔로Wild Idea Buffalo 목장에서 자란 버팔로는 드넓은 초원에서 신선한 목초를 먹고 자란 건강한 동물이다. 사료를 만들기 위해 땅을 갈아엎을 필요도 없고, 호르몬이나 항생제 등 각종 화학물질에서도 자유롭다. 파타고니아는 버팔로 육포를 만들기 위해 도축하고 제조하는 과정을 농장 인근에 맡겨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3. 롱 루트 에일 맥주
건장한 성인 남성의 키만큼 길고 튼튼한 뿌리를 가진 식물인 컨자로 맥주를 만든다? 파타고니아는 2016년 미국 오리곤주 포틀랜드 소재의 양조 회사인 홉웍스 어번 브루어리Hopworks Urban Brewery와 함께 롱 루트 에일 맥주를 출시했다. 캔자스 지역의 비영리 재단이 품종을 개량해 만든 곡물 컨자Kernza와 유기농 보리, 효모 등이 원료다. 컨자는 뿌리 길이만 약 3m에 달하며 땅속으로 길게 뿌리를 뻗는 다년생 개량 밀이다. 살충제 없이도 잘 자라며 뿌리를 통해 영양분과 물을 신속하게 흡수하는 실용적인 식물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격리하며 생육에 필요한 물의 양이 적고 밭갈이를 자주 할 필요가 없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물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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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유기농 연대(ROA)
2017년 파타고니아는 로데일 연구소Rodale Institute, 닥터브로너스Dr. Bronner’s 사와 함께 높은 수준의 인증이 재생 유기 농업의 확대는 물론 기후 변화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공감을 가지고 재생 유기농 연대Regenerative Organic Alliance(ROA)를 조직한다. 이후 재생 유기농 인증 초안 개발에 착수했으며 농장을 대상으로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재생 유기 농업은 일반적인 유기 농업에서 진일보한 개념으로 세 가지 영역을 추가로 다룬다. 첫째 토양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둘째 동물 복지를 위해 노력한다. 셋째 사회적 공정성을 추구해 노동자에게 경제적인 안정을 제공한다. 이 같은 기준에 걸맞은 재생 유기농업을 통해 파타고니아는 재생 유기농 면 컬렉션Regenerative Organic Cotton(ROC)을 선보였다. 재생 유기농 인증을 위해 150개 소규모 농장에서 테스트를 거친 후 제작한 유기농 면으로, 유기농 인증 단계에 따라 총 3가지 제품군으로 나뉜다. 먼저 ‘전환기 면Cotton in Conversion’은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했지만 인증 전 단계 목화를 원료로 사용했다. 일반 농법으로 목화를 재배하는 농부들이 인증된 유기농법으로 전환하는 3년간 ROA가 지원을 약속한다. ‘인증된 유기농 면Certified Organic Cotton’은 자연 기반 해법으로 재배한 목화를 사용한 제품으로, 일반 면제품과 비교해 물을 84% 덜 사용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6%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재생 유기농 면 파일럿Regenerative Organic Certification Pilot Cotton’은 재생 유기농 시범 농법으로 생산한 목화에서 얻은 면이다. 건강한 토양을 만들고 동물 복지를 존중하며 농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최고 수준의 농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이본 쉬나드는 “재생 유기 농업은 영양이 풍부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재배할 수 있으며, 표토를 되살리고 탄소를 흡수하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재생 유기 농업이야말로 지구 온난화의 진정한 해결책이자 가장 큰 희망”이라고 전한다.

틴 셰드 벤처스 펀드 조성
매출의 1%를 지구세로 기부하는 파타고니아는 2013년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연대하는 스타트업 회사를 돕기 위해 ‘2000만 달러와 변화$20 Million & Change’라는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 투자 기금이 2천만 달러(약 238억원)를 넘어서면서 이본 쉬나드가 파타고니아 회사를 시작한 함석Tin 오두막Shed을 본 따 틴 셰드 벤처스로 이름을 바꾼다. 파타고니아는 틴 셰드 벤처스 투자 펀드가 다음 세대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환경 위기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벤처 기업들을 브랜드 협력사로 지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상생 모델을 지향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부레오Bureo다.

부레오는 틴 셰드 벤처스의 첫 투자를 받은 회사로 칠레와 미국에 본사를 둔 업사이클 브랜드를 운영한다. 보잉 엔지니어 출신 케빈 아헨, 환경 컨설턴트 벤 키퍼스, 언스트앤영 컨설턴트 출신 데이비드 스토버는 해양 쓰레기의 90%가 플라스틱이며, 그중 10%는 어부들이 사용하다 버린 그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들은 칠레 해안가 인근 주민들이 재활용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넷 포지티비아Net Positiva 프로그램을 활용해 버려진 그물을 가져오는 어부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었다. 수거한 그물은 깨끗이 씻어 잘게 조각을 내 알갱이로 만들었고, 작은 알갱이들을 틀에 넣어 2014년 ‘민나우Minnow’라는 이름의 스케이트보드를 출시했다. 부레오는 넷 포지티비아 프로그램을 통해 2014년에는 10톤, 2015년에는 50톤, 2016년에는 100톤가량의 어망을 수거했다. 부레오는 스케이트 보드 데크 외에도 선글라스, 젠가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라인을 확대하며 폐자원을 업사이클링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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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ACTION WORKS
매해 11월 넷 째 주 금요일이면 미국 전역이 소비 심리로 들썩인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되는 날, 소비를 지양하는 기업 파타고니아는 풀뿌리 환경 단체 지원 모금 캠페인 ‘Gift of Giving’을 벌였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약 한 달간 천만 달러를 모금하고, 파타고니아가 기부한 천만 달러를 매칭해 총 2천만 달러를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수만 명의 기부자들이 파타고니아 디지털 플랫폼 파타고니아 액션 워크 Patagonia Action Works를 통해 캠페인에 참여했고, 17일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다. 기부를 통해 모인 2천만 달러는 미국과 유럽의 1043개 풀뿌리 환경 단체에 전달됐으며, 기후 변화, 환경오염, 생태계 보호 관련 법률 제정을 위한 환경 캠페인 전개 등 다양한 일들에 사용됐다. 캠페인의 장이 된 파타고니아 액션 워크는 지구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중인 지역사회의 풀뿌리 단체들과 개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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