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로 과정을 입증한다
결과로 과정을 입증한다
  • 김경선 | 사진제공 메드아웃도어
  • 승인 2020.10.1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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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너 송재영

한계를 뛰어넘는 자와 주저앉는 자가 있다. 오랜 세월 유도선수로 활약하다 트레일러닝에 빠진 송재영 씨는 매일 한계를 뛰어넘는 자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숨은 꼴딱꼴딱 넘어가지만, 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넘어서면 벅찬 희열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그는 매일 달리며 행복을 쌓는다. 메드아웃도어가 선정한 인물탐구의 첫 번째 주인공을 만나봤다.

초등학생 때부터 유도선수로 활동을 시작했고 대학 시절까지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안타깝지만 무릎연골파열 부상으로 유도를 그만둔 후 바로 특전사에 입대해 707특수부대에서 중사로 전역했죠.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면서 당시 해군특수부대 UDT 교육을 반 년가량 받았습니다. 이때의 혹독한 훈련이 달리기를 하면서 힘든 고비마다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된 것 같아요. 전연 후에는 평생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유도가 아니라도 다른 활동이 목말랐습니다. 2017년에 마라톤을 시작했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트레일러닝을 접하고 빠져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운동에 입문했나요.
어릴 땐 통통한 체형이었어요. 살도 빼고 튼튼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버지가 유도부 가입을 권유하셨죠. 당시 다니던 학교가 유도 명문인 덕에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운동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아무래도 유도에만 올인했죠. 그러다 대학에 간 후에는 철인3종경기도 하고, 수영, 트레일러닝, 웨이트 등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가리지 않고 즐겼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기록 단축을 위해 달리기에 집중하고 있죠.

운동량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한 시간 정도 달리는 편이예요.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면 저녁 시간에는 트렉에서 고강도 달리기 훈련을 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보강하기 위한 훈련도 두 시간 가량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파르탄레이스와 울트라 트레일러닝에서 여러 번 좋은 성적을 거뒀네요. 다소 생소한 종목들인데, 독자들을 위해 소개 부탁합니다.
스파르탄레이스는 크로스핏과 유사해요. 달리기가 추가된 종목이죠. 산이나 험로를 달리면서 장애물을 넘기도 하고 무거운 기물을 옮기면서 경쟁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입니다. 반면 울트라 트레일러닝은 거리가 100km 이상인 트레일러닝을 일컫습니다. 2018년 TNF 100K를 계기로 울트라 트레일러닝을 시작했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도전했고,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죠. 그 다음해에도 참가해 준우승을 했습니다.

그렇게 장거리를 달리다 보면 장비가 무척 중요할 것 같습니다. 꼭 필요한 장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필수 장비가 무척 많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비는 레키 스틱이죠. 또 페이스와 시간을 볼 수 있는 GPS, 물통, 자잘한 소품을 수납하는 조끼, 헤드랜턴, 방수 재킷, 휴대폰과 이어폰, 선글라스, 뉴트리션 제품 등이 저의 필수템입니다. 이어폰도 무척 중요해요. 장시간 산을 달려야하기 때문에 혼자 견뎌야하는 시간의 연속이죠. 달리면서 힘들 때도 많고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 음악이 큰 힘이 됩니다.

스틱을 사용하는 러너도 있고 사용하지 않는 러너도 있는데요. 스틱을 사용하는 트레일러너로서 스틱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트레일러너들은 스틱을 사용하는 사람이 적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의 대회는 해외 보다 상승고도가 높지 않은 편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진행하는 트레일러닝 대회는 코스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 스틱의 도움을 받는 선수들이 무척 많습니다. 저도 업힐이 좀 약한 편이라 스틱을 이용하면 오르막에서 좀 더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죠. 또 달리는 거리가 축적될수록 하체의 힘으로만 운행하기 힘든데, 이럴 때 스틱이 무척 도움이 됩니다.

송재영 선수 인생에서 달리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달리기는 끊을 수 없는, 마약과 같은 존재죠. 대회나 기록을 위해 달리기 보다는 달리기가 주는 힐링이 더 큰 기쁨입니다. 매일 아침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땀을 흘리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힐링이죠.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달리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집니다. 달리는 동안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요. 노래를 들으며 달리다 보면 안 좋은 기분, 기억이 싹 잊히죠.

달리기의 매력을 어필한다면.
달리기는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입니다. 다른 스포츠는 서로 겨루고 승자와 패자를 가르지만 달리기는 스스로의 한계가 어디인지, 그것을 뛰어넘었을 때의 희열은 얼마나 큰 성취인지 매일 알려줍니다. 또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달릴 수 있다는 점도 즐겁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초보 러너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달리기는 질리면 안 되는 종목입니다. 기록에 연연하다 보면 진정한 달리기의 매력을 간과할 수 있죠. 꾸준히 달리다보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좋아집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한다면 혼자 보다는 여럿이 함께 달리며 소통하고 격려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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