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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식재료 이야기10] 사과
[제철 식재료 이야기10] 사과
  • 박신영 기자 | 사진출처 Unsplash
  • 승인 2020.09.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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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종류부터 스티븐 잡스와 사과의 관계

계절은 땅의 기운과 인간의 감정을 좌우한다. 가을바람에 감성이 풍부해지듯 대지의 생명은 가지각색으로 무르익는다. 우리는 예부터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제철 식재료를 탐해왔다. 10월에는 대한민국 국민 과일인 사과를 만났다.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반짝….’ 사과는 동요 <사과 같은 내 얼굴>에서 반짝거리는 과일로 언급될 만큼 탐스럽다. 빨간색의 맨들거리는 촉감과 동그란 모양을 보면 누구든지 한 입 베어 물고 싶어질 테다. 따지고 보면 체리, 토마토, 복숭아, 자두, 석류 등 빨갛고 동그란 과일이 많은데, 동요뿐만 아니라 많은 국내 문화예술 속에서 유난히 사과가 언급되는 이유가 뭘까.

사과는 흔하다. 10월이 제철로 알려졌지만 비닐하우스 재배가 증가하면서 사과가 사시사철 생산된다. 노지재배를 한다고 해도 저장 기능이 날로 발전해 몇 달간 창고에 넣어 두고 사계절 내내 출하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행한 ‘농업전망 2020’에는 2019년 국내 사과 재배 면적이 33000ha(=약 9900만평)로 국내 6대 과일(사과, 배, 감귤, 복숭아, 포도, 단감)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영남 69%, 충청 16%, 호남 10%, 경기와 강원 4% 순으로 재배 면적을 확보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2019년 사과 생산량은 535000t이며 국민 1인당 사과 연간 소비량 역시 10.3kg으로 상당하다고 보고했다. 마트나 시장에서 하나씩 사둔 사과가 1인당 연간 약 30~40개인 셈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시장과 마트에서 사과를 자주 접하고 사과를 우리 먹거리의 대표 과일로 인식했다. 사과는 있는 그대로 먹기 좋을 뿐만 아니라 잼, 주스, 파이, 칩, 술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할 수 있어 오랫동안 우리에게 선택받은 대한민국 국민 과일이 됐다.

색깔 별로 골라 먹는 사과
우리나라 사과의 역사는 능금으로부터 시작된다. 고려 숙종 당시, 송나라 손목이 고려의 풍속을 정리한 <계림유사>에 임금(現 능금)이 최초로 등장하면서 약 1100년 이전부터 능금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능금은 현재 우리가 만나는 사과보다 알이 작고 신맛이 강해 소비되지 않았다.

현재 시장에서 쉽게 만나는 사과는 부사다. 부사는 1930년대 일본 아오모리현 후지사키 정에서 개발한 사과로 큼직한 알, 높은 당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장점을 가진 덕분에 전 세계로 전파됐다. 우리나라 역시 1970년대 일본에서 부사를 들여와 대규모로 재배중이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사과 품종별 재배 면적을 따졌을 때 부사 재배 면적이 약 70%를 차지한다. 국내 재배 사과 품종 중 부사가 독보적으로 많은 셈이다.

초여름에 만나는 푸른 사과는 쓰가루(아오리)다. 이름에서부터 일본산 냄새가 폴폴 풍기는 쓰가루는 완숙하면 붉은색을 띠는데 국내 7~8월에는 붉은색이 나올 정도로 저온이 유지되지 않고 낙과가 심해 완숙 전 푸른 상태일 때 수확한다. 그래서 ‘쓰가루는 초록색 사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쓰가루는 과육이 단단하고 과즙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당도가 높고 신맛이 적어 초여름부터 불티나게 팔린다.

추석 전후에 만나는 매혹적인 붉은 사과는 홍옥이다. 색이 유독 붉고 표면이 매끈한 홍옥은 베어 먹는 순간 새콤함이 온몸으로 찌릿하게 전해질만큼 시다. 홍옥은 입덧으로 고생한 엄마의 태교 과일이었지만 에디터에겐 글쎄다. 새빨간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색과 반짝반짝 빛나는 표면을 보면 이질감이 느껴진다. 아래턱을 강타하는 강한 신맛이 구미가 당기지 않지만 홍옥은 귀한 몸이다. 수확 전, 낙과 피해가 많이 일어나고 병충해에 약해 재배 농가가 드물고 부사보다 비싸다. 그러나 홍옥의 신맛에 빠진 사람들이 매년 품절 사례를 일으킬 만큼 마니아층이 두텁다.

백설 공주와 독 사과
국내에서 사과 이미지는 긍정적이다. 탐스럽다, 빨갛다, 맛있다 등 부정적인 표현을 찾을 수 없다. 반면, 서양에서는 사과를 부정적으로도 인식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아담의 목젖은 영어로 Adam’s apple이다. 인류의 시초인 아담이 금지된 과일 선악과를 먹고 목에 불편함을 느낌과 동시에 벌거벗은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게 된다. 성경 원문에서는 선악과를 사과라
고 지칭하지 않지만 1667년 존 밀턴이 출판한 <실낙원>에서 선악과를 사과로 명명하면서 금단의 과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서양에서는 ‘선악과=사과=금기와 유혹’이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아마도 디즈니는 백설공주의 독이 든 사과를 금기와 유혹이라는 의미로 사용해 어린이에게 교훈을 줬을 것이다.

영어 숙어에도 사과는 부정적으로 표현된다.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이라는 뜻의 a rotten apple, 아첨꾼이란 뜻의 apple polisher 등 사과는 서양에서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가 애플사를 창업하면서 사과의 이미지가 달라졌다. 애플의 상징인 한 입 베어 문 사과의 유래에 대해서 설왕설래하지만 잡스가 사과에 광적인 집착을 했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잡스는 사과를 완벽한
과일이라고 생각하고 애플사도 사과처럼 완벽한 기업이 되기 원했다. 심지어 잡스는 애플사의 컴퓨터인 매킨토시도 사과 품종의 이름을 땄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과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과일이다. 서양 대표 디저트인 애플 파이와 애플 주스만 보더라도 말 다 했다.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 색채와 형태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세잔의 사과, ‘내일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스파노자의 사과 등 사과는 우리 역사, 문화,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마운 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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