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사이트
[군산여행] 1930년대로 가는 타임머신
[군산여행] 1930년대로 가는 타임머신
  • 박신영, 고아라 기자 | 아웃도어DB
  • 승인 2020.09.24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산의 소박한 여행 코스

군산은 바다의 짭조름한 냄새와 오래된 건물 특유의 체취가 어우러졌다. 간장에 푹 쩔은 새우와 군데군데 허물어진 일제식 적산가옥이 뜻밖의 풍경을 연출한다. 군산에 오면 마치 1930년대 어느 어촌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것 같다.

누가 들으면 오바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군산이 에디터로서 첫 여행지라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군산에서는 소소한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두리번거리곤 했다. 적산가옥을 지탱하는 나무의 결과 창문의 모양 등 익숙지 않은 모습을 볼 때마다 눈동자에 호기심이 깃들었다.

군산 장미동과 신흥동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낮고 낡은 건물, 유럽풍과 일본풍이 뒤섞인 독특한 가옥, 일자로 쭉쭉 늘어선 길거리, 빈티지한 간판들이 이어져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신흥동 끝자락에서 군산 대표 적산가옥인 신흥동 일본식 가옥(히로쓰 가옥)을 만났다. 1920년대 일본인들은 호남 지방의 쌀을 군산항에 모두 모아 일본으로 보냈다. 세계 1차 대전이 끝난 후 쌀이 부족해진 일본이 조선의 쌀 대부분을 수탈한 것. 그 첫 줄기가 군산항이었다. 당시 군산에 가면 떼부자가 된다는 소문이 일본 열도를 흔들었다. 일본에서 소위 잘나가지 못하던 사람들이 전부 군산으로 몰려와 쌀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고 큰돈을 벌었다. 반면, 조선 사람들은 쌀 재배 수익의 80%를 소작료로 지급해야 했다. 일본인들이 배부를수록 조선인들은 배를 곯았다. 조선 사람들의 피, 땀, 눈물로 만들어진 가옥이 신흥동 일본 가옥인 셈이다.

ㄱ자 모양의 건물 두 채와 그사이에 꾸며진 일본식 정원은 단조로우면서 우아했다. 영화 <타짜>, <바람의 파이터>, <장군의 아들> 등 촬영지로 쓰일 만큼 독보적이다. 그러나 에디터는 히로쓰가옥의 자체보다 가옥의 나무 합판 하나하나에 새겨진 조선인들의 고난에 슬픈 탄성이 나왔다.

터벅터벅 구도심 군산 여행


국내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분위기를 담은 카페 하나쯤은 꼭 들러보는 에디터. 낮은 건물이 켜켜이 쌓인 구도심 거리 사이에서 마음에 쏙 드는 카페, 틈을 발견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 한쪽에 난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하고 아늑한 실내가 펼쳐진다. 마치 마법의 문을 통과해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느낌. 나무와 벽돌로 꾸며진 공간에 LP 판, 타자기, 옛날 잡지 등 클래식한 소품이 빈티지한 분위기를 더한다. 틈의 대표 메뉴는 밀크티 베이스에 직접 제작한 생크림과 쿠키를 듬뿍 얹은 틈 셰이크.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에 중독돼 한 입 마시고 나면 바닥을 보일 때까지 멈추지 못한다. 식사 후 상큼한 맛이 당긴다면 손수 건조한 과일로 만든 모히토도 별미다. 음료를 주문하면 말린 꽃과 과자를 함께 내어준다.

전북 군산시 구영6길 125-1

월명공원
‘밝은 달’이라는 뜻의 월명공원은 서해바다와 군산항, 군산 시가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군산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월명공원으로 향하는 오르막길 입구에는 해망굴이 있는데, 일제 시대 군산 시청 앞 도로와 수산업의 중심지인 해망동을 연결 하기 위해 뚫은 터널이다. 공원에 들어서면 흥천사를 시작으로 전망대, 조각 공원, 3.1기념탑, 백운사, 동백대교 등을 만날 수 있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월명호수가 있어 조용히 쉬어가기 좋다. 볼거리가 많으니 시간을 넉넉히 두고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입구 근처에는 월명공원의 랜드마크인 수시탑이 있다. 타오르는 불꽃과 나부끼는 돛을 형상화한 탑으로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도시를 지켰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공원을 오르는 동안 곳곳에서 서해바다와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지만 전망대에 가면 더욱 탁 트인 뷰를 담을 수 있다.

전북 군산시 해망동 월명공원

역전할머니맥주
익산역 앞, 저렴한 가격과 신선하고 부드러운 생맥주로 유명한 역전할머니맥주를 군산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대표 맥주는 엘베강 생맥주. 생맥주를 상온에 보관하고 냉각기의 긴 배관을 거쳐 뽑아내는 일반 호프집과 달리, 저온으로 숙성한 생맥주를 전용 냉장고에 보관해 냉각기를 통하지 않아 신선하다. 맥주를 주문하면 미리 얼려놓은 컵에 맥주를 따라줘 오랫동안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맥주의 영원한 짝꿍인 마른안주도 13가지나 있어 취향대로 골라 먹기 좋다. 특히 고소한 오징어입 구이와 매콤한 염통 꼬치는 한 테이블 당 한 접시는 꼭 있을 정도로 인기다. 여행으로 쌓인 피로를 한 번에 날려버리고 싶다면 역전할머니맥주로 가자.

전북 군산시 동수송6길 15

째보식당
째보선창은 군산시의 포구를 일컫는다. 이 특이한 이름은 옛날 선창을 관리하던 객주가 언청이를 뜻하는 ‘째보’라 불린 데에서 따왔다. 째보선창은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부터 군산의 주요 포구로 꼽혔다. 일본에서 요리를 배운 젊은 셰프가 고향인 군산에 내려와 ‘째보’라는 이름을 걸고 해산물간장모둠집을 차렸다. 지역 이름을 내세운 만큼 군산의 특색이 드러나는 음식을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째보간장모둠세트. 꽃게, 전복, 새우, 소라, 연어 등이 한데 모인 모둠 장과 쌀밥, 된장국, 김, 김치 등이 한 상에 차려진다. 군산 로컬 식재료를 사용해 신선함이 느껴진다. 해산물마다 호불호가 갈린다면 단품으로 조금씩 주문할 수 있다.

전북 군산시 구영3길 47

이영춘 가옥
군산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근대 유산이 도시 곳곳에 보존돼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쌀을 수탈 하기 위해 거주했던 터라 일본식 건축물이 많다. 그중 이영춘 가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농장을 운영하던 구마모토 리헤이가 머물던 곳. TV 드라마 <모래 시계>, <야인시대> 등의 촬영지로 등장해 익숙한 이곳은 군산 대표 적산가옥이다. 이후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이영춘 박사가 머물며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됐다. 웅장한 규모에서도 알 수 있듯 건축 당시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만들었다. 외부는 유럽풍으로 꾸며졌으며 평면 구조는 중복 도형을 가진 일본식, 응접실은 서양식 벽난로와 온돌방이 합쳐진 복합 양식을 띄고 있다. 현재 내부에는 이영춘 박사의 업적을 기리는 전시가 마련돼 있다.

전북 군산시 동개정길 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