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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여행] 그림 그리는 버섯 농부
[완주여행] 그림 그리는 버섯 농부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09.1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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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휘 작가

완주의 한적한 시골 농가에서 뜻밖의 간판을 마주했다. 슬레이트 건물에 ‘그림 그리는 농부의 머쉬룸’이라는 글자가 박혀있었다. 버섯 농부와 화가라는 단어의 연결점을 고민하던 찰나 정철휘 작가가 슬레이트 문을 열었다.

“전주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데뷔전도 치렀지만 미래가 불안했어요. 상업적인 그림보다 작가의 생각이 담긴 순수 미술을 선호하다 보니 돈벌이가 안 됐죠. 그래서 7년간 작품 활동을 멈추고 부모님 버섯 농장에서 일했어요.”

정 작가의 화실은 버섯 농장 한 편에 자리했다. 화실에 옹기종기 모인 그의 작품엔 완주의 풍경과 버섯 농장의 일상이 버무려 있었다. 완주 고산미소시장의 거리, 버섯 농장 고양이들의 일상, 조카와 아버지의 애틋한 모습 등 정겨운 농촌 풍경을 보자 따뜻한 감성이 차올랐다.

“다시 붓을 잡은 건 석 달 전이에요. 완주군에서 진행한 ‘코로나19 실직자 단기 일자리 사업’에 그림 작가로 선정돼 완주 여행 가이드를 제작할 때부터죠. 완주의 소박한 풍경과 자연의 여유가 있는 곳을 찾아 ‘그림 속의 완주 이야기’를 시리즈로 만들고 있어요.”

7년 만에 붓을 다시 잡았기 때문일까. 정 작가의 초기 작품과 요즘 작품은 꽤 달랐다. 그의 초기 작품인 손과 물고기는 사실적인 묘사와 추상적인 의미를 담았지만 최근 작품은 한눈에 알아보기 쉽고 감성적이었다.

“대학 때는 ‘여유’와 ‘손’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렸는데 공백 기간을 거치면서 ‘쉼’이라는 코드에 빠졌어요. 최근 완주의 유명 베이커리를 취재하면서 힐링했거든요. 고마운 마음에 빵집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저 스스로는 베이커리란 공간이 쉼이고 힐링이었지만 사장님에겐 치열한 경쟁터더라고요. 제가 바라보는 시선과 공간의 주인이 느끼는 감정이 다르더라고요. 그 후로 작가와 대상의 쉼이 일치하는 그림으로 그리려고 해요.”

하루에 버섯 농장을 돌보는 8~13시간을 제외하고 그림 그리는 시간은 2시간. 버섯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따는 작업이 끝나면 그제야 화실로 들어선다. 정 작가는 석 달 전만 해도 불가능했을 작품 활동이라며 붓질에 심혈을 기울였다.

“마냥 그림만 그리고 싶지만 우선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니까 현실과 타협해야죠.(웃음) 제게 주어지는 2시간이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시간이니까 더욱 소중한 거 같아요. 그렇다고 현 상황에 불평과 불만은 없습니다. 각자 인생이 있고 상황에 따라 사는 거니까요. 그림으로 수익을 얻어야 하는 스트레스보다 개인적인 이야기에 충실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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