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모험가] 다정한 여름밤에
[생활모험가] 다정한 여름밤에
  • 이수현 | 최상원
  • 승인 2020.09.1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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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와 함께한 가족 캠핑

조용하고 오붓한 둘만의 캠핑도 좋지만, 때로는 왁자지껄 여럿이 함께하는 캠핑도 좋다. 제법 많은 양의 음식을 챙기고,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챙기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즐거워지는 것. 오늘은 가족과 함께 하는 첫 캠핑, 어쩐지 다정한 여름밤이 될 것만 같다.

#초대합니다, 오늘의 집으로
거의 매주 자연 속에서 하루의 집을 짓는 캠핑을 하지만, 주로 조용하게 쉬고 오는지라 음식도, 장비도 늘 간소하게 챙기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손님을 초대한 날이기에 장비와 음식을 넉넉하게 꾸려보았다. 캠핑을 처음 해보는 친오빠네 가족이 함께하기로 했기 때문.

이제 7살이 된 조카가 부쩍 캠핑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일일 캠핑 체험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요즘 캠핑 인구가 많이 늘었다고 하던데 드디어 우리 가족 중에서도 캠핑 동지가 생기는 걸까.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건 함께 나눠야 몇 배 더 좋아지는 법이니까.

#조금 무리해도 괜찮아
특별한 손님을 위해 평소보다 더 큰 텐트와 장비들을 준비했다. 덕분에 아침부터 세팅하느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기뻐할 조카의 얼굴을 떠올리니 힘이 절로 난다. 아이스박스에 가득 음식을 챙기고 의자도 넉넉히. 컵과 식기 등등 식구가 늘어서 은근히 챙길 게 많다. 이때 오빠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뭐 필요한 거 없어?”
“응, 괜찮아. 그냥 몸만 와~”
괜한 거들먹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캠핑의 시작이 ‘번거로움’이 아니라 ‘즐거움’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가볍게 오라고 말해주었다. 자칫 짐의 무게에 눌려 캠핑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면 안 되니까.

#기다리는 마음
오빠네 가족을 배려해 해가 질 무렵 올 것을 당부했다. 자연의 여름은 도시의 여름과는 무척 다르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고역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그늘막, 나무 그늘, 텐트를 오가며 여름 볕을 피해 다녔다. 그중 제일은 역시 나무 그늘이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나무 그늘에서 베어 무는 수박의 맛이란. 역시 자연은 이길 수가 없다.

그렇게 여름 볕이 어서 지나가길 바라며 손님을 기다렸다. 아직 올 시간도 안 됐는데 괜히 주위에 지나가는 차 소리만 들려도 미어캣처럼 고개를 빼꼼 내밀게 된다. 매번 오는 캠핑인데도 오늘은 괜히 긴장 되고 설렌다. 좋아해야 할 텐데. 기다리는 마음이 이렇게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첫 캠핑의 추억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시간, 오빠네 가족이 드디어 도착했다. 작은 캐리어에 제 몫의 짐을 챙겨온 조카의 미소가 오늘따라 더 사랑스럽다. 조카가 뽀송뽀송하게 깔아놓은 침낭, 세팅해 둔 캠핑용 테이블과 텐트를 신기한 듯 요리조리 살펴본다. 책에서 본 그대로라며 엄마와 깔깔대는 모습에 절로 마음이 놓인다. 맘에 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고사리손으로 캠핑 의자를 함께 펼치고, 주변 텐트들 구경하러 나갔다가 옆 텐트 아이와 금방 친구가 되어 온 조카.

조용했던 우리 사이트가 정말이지 아주 오랜만에 시끌벅적해졌다. 지글지글 고기를 굽고, 상추를 씻고, 즉석밥도 데워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별거 아닌 차림이지만 다 함께 둘러앉아 나누니 정말이지 꿀맛 같다. 가족과 함께 하는 캠핑. 익숙한 장면에 익숙한 얼굴들이 덧입혀지니 이것도 제법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느껴진다.

“다음에 또 올 거야?”라고 조카에게 물으니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네~ 또 올 거예요!”
행복한 얼굴로 미소 한 점 나누는 다정한 여름밤, 함께라서 참 좋다.

생활모험가
일상,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빅초이가 찍고 블리가 글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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