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모험가] 이끌리듯, 계곡
[생활모험가] 이끌리듯, 계곡
  • 이수현 | 최상원
  • 승인 2020.07.28 07: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천 국망봉자연휴양림 차박 캠핑

언젠가부터 여름이면 이끌리듯 계곡으로 향하곤 했다. 굽이굽이 산속에서부터 흐르는 계곡 물줄기의 힘찬 움직임을 봐야만 그제야 여름이 제대로 느껴지곤 하는 것. 올여름의 시작에도 우리는 어김없이 계곡으로 향했다.

#오늘은 차에서 잡니다
우리는 백패킹, 브롬핑, 미니멀 캠핑 등 다양한 형태의 캠핑을 즐기고 있는데 요즘엔 차박의 재미에 포옥 빠졌다. 단순한 이동수단이라는 역할을 넘어 텐트의 역할까지 해주는 차박은 간소한 캠핑을 다니는 우리에게 아주 잘 맞았다. 그동안 다양한 차량으로 차박을 하면서 노하우가 쌓인 덕분에 이젠 제법 차에서 자는 게 익숙하다.

요즘 언택트 여행의 일환으로 차박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차박을 통해 캠핑에 입문하기도 하고, 차박을 즐기기 위해 차를 바꾸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그래서인지 요즘엔 캠핑장을 가도 차박을 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오늘은 그늘막이 되어줄 쉘터에서 쉬고, 잠은 차에서 자기로 했다.

#약속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자리 잡은 사이트는 입구 쪽이라 캠핑장을 오는 이들이라면 무조건 지나쳐야 하는 곳이다. 캠핑장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이라 선착순 입장 찬스로 아침 일찍 출발 덕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차 옆에 쉘터도 쳐놓고, 바지런히 캠핑의 일과를 하고 있을 때였다. 익숙한 차 한 대가 우리 앞에 멈춰 섰고, 종종 캠핑을 함께 했던 지인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계곡을 찾은 우리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가끔 이렇게 캠핑장에서 지인들을 만날 때면 괜스레 더 반갑다. 나란했던 서로의 시간이 겹쳐지는 이런 순간. 그저 단순한 우연이라고 말하기엔 좀 더 묵직한 서로의 교차점이리라.

#든든한 끼니
매번 간소하게 먹던 우리지만 오늘은 좀 든든히 먹어두기로 했다. 계곡에서 실컷 물놀이를 하려면 체력을 비축해놔야 할 것 같아서.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수영장에 가기 전에도 그랬다. 한참 놀다보면 갑자기 허기가 몰려올 때가 있는데 물에서 나가기 싫어 배고픔을 참고 놀다가 체력이 고갈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어른이 됐다고 배고프기 전에 든든히 먹어두는 나름의 지혜가 생겼다. 물놀이 전에는 든든히 먹고 놀 때는 진지하고 전투적이다. 암, 제대로 놀려면 이래야 한다.

점심은 부대찌개다. 바글바글 육수가 끓으면 준비해온 각종 햄을 송송 썰어 넣고 라면 사리까지 퐁당 넣어 끓인다. 굳이 레시피 랄 것도 없는 단순한 음식이라 캠핑 초기에 참 자주도 해 먹었던 메뉴다.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 물놀이를 하러 가봐야겠다.

#계곡은 서늘해요
도시에선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안 될 날씨였건만 계곡엔 시원함을 넘어 서늘하기까지 한 공기가 감돌았다. 물놀이 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계곡에 발을 담갔는데. 이런, 너무 차갑다.

그래도 계곡까지 왔는데 이대로 가긴 아쉬워 무릎까지 들어가 보았지만 추워서 더 들어가긴 무리일 것 같다. 도시의 더위에 지쳐서 계곡에 가면 실컷 물놀이를 하리라 다짐하고 왔는데 계곡은 공기만으로도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했다. 우린 그대로 바위에 걸터앉아 발만 담그고선 한참을 멍하니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계곡 속에 녹아들었다. 도시에서의 종종거림과 뜨거우리만치 과했던 마음들도 한 겹 한 겹 내려놓으니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충분했다.

#막걸리가 술술 넘어가는 밤
캠핑을 하면서 다양한 지역을 다니다 보니,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음식을 먹어보는 게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또 하나의 재미는 지역 술이나 막걸리를 마셔보는 것이다. 서울에서도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지만 생산지의 신선함과 다양함은 따라갈 수가 없다. 특히 막걸리는 가격도 저렴하고 지역마다 종류도 가지각색이라 늘 한 병씩은 지역 슈퍼에서 사서 가곤 한다. 이를테면 구례에 가면 산수유 막걸리, 강원도에 가면 옥수수 막걸리, 가평에 가면 잣 막걸리를 사는 등의 단순한 선택이지만 이렇게 지역 막걸리를 사는 건 중요한 캠핑의 일과 중 하나다. 이번엔 포천으로 왔기에 이동막걸리를 샀는데 저녁 메뉴인 닭꼬치와 곁들어 먹으니 막걸리가 술술 넘어간다.

옆에 두고 마시는 막걸리의 맛이라니. 신선놀음이 이런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역시 여름엔 계곡이다. 서늘한 자연의 여름밤, 사이좋게 남은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며 빙긋 웃었다.

경기도 포천 국망봉자연휴양림 캠핑장


경기 포천시 이동면 늠바위길 207-28

010-2234-5522

kookmang.co.kr


A,C,D 3개의 구역에서 전화로 원하는 구역을 예약 후 선착순 입장

화장실, 샤워실 등 편의시설 포함

생활모험가

일상,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빅초이가 찍고 블리가 글로 기록합니다.
youtube.com/user/MsDavidchoi
@big.bigchoi, @bliee_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 2020-07-30 00:23:28
차박 멋지네요~ 멋진 사진과 기사 잘 봤어요

수빈 2020-07-28 09:17:02
초록초록한 기사 잘 보고 갑니다 ^^ 이동막걸리 너무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