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식재료 이야기8] 정선 옥수수
[제철 식재료 이야기8] 정선 옥수수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08.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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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의 모든 것

계절은 땅의 기운과 인간의 감정을 좌우한다. 여름 햇살에 오감이 만개하듯 대지의 생명은 정점을 향해 내달린다. 우리는 예부터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제철 식재료를 탐해왔다. 8월에는 입속에서 알알이 터지는 여름 대표 간식 정선 옥수수다.

세계 3대 식량 작물
쌀, 밀과 더불어 세계 3대 식량 작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옥수수. 약 7천년 전 멕시코에서 최초로 재배했다. 옥수수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것은 물론 생산성이 좋아 예부터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오들의 기초 식량이었다. 마야 신화에서는 옥수수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길에 떨어진 옥수수를 보고 줍지 않는 자는 지옥에서 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마야인도 허다했다. 당시 옥수수는 라틴아메리카인에게 성스러운 농작물이었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콜럼버스가 유럽으로 옥수수를 가져왔다. 덕분에 16세기 인도와 중국을 거쳐 한국에도 옥수수가 전파됐다. 국내에서는 산간 지대에서 옥수수를 재배하면서 식량난을 이겨냈다. 1970년대 들어서는 간식용 단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해 국내 대표 여름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옥수수 중 유명한 정선 옥수수는 해발 350~600m 고지대에서 재배되어 껍질이 얇고 쫀득한 식감을 지녔다. 게다가 정선은 다른 지역보다 일교차가 크고 청정수와 건강한 토지 등 탁월한 생육 조건을 지녀 옥수수의 맛이 좋다.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재배되는 정선 옥수수가 가장 고품질인데 옥수수 알들의 껍질이 얇아 씹기 편하고 맛도 달콤해 남녀노소 누구나 먹기 좋다.

우리 식탁을 채우는 옥수수
옥수수는 재배 역사가 긴 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찰옥수수, 단옥수수, 초당옥수수가 주로 생산된다.

찰옥수수는 옥수수 알이 노란색을 띠며 반투명하다. 옥수수 씨눈을 둘러싼 아밀로펙틴이 찰전성분을 띄어 매우 차진 점도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색이 노랗고 모양이 둥근 것이 주류를 이루지만 알이 작은 검은색 찰옥수수도 있다. 여름에 집마다 한 망씩 쌓아 두고 찌어 먹는 대부분이 찰옥수수다.

단옥수수는 간식용인 풋옥수수의 한 종류다. 고온에서 빠르게 성장해 파종부터 수확까지 생육 기간이 짧다. 단옥수수가 여물거나 건조해지면 알알이 쭈글쭈글해지지만 일반 옥수수보다 단맛이 강한 편이다. 수정 후 16일에 당분 함량이 25.7%로 가장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도가 7~8%로 급격히 떨어져 보통 통조림이나 가공용으로 쓰인다.

초당옥수수는 풋옥수수 중 당도가 가장 높다. 일반 옥수수의 변종으로 모양이 납작하거나 길쭉하고 옥수수 알이 매우 쭈글쭈글하다. 무게 역시 단옥수수보다 가볍고 발아율도 70~80%밖에 되지 않지만 당도 함량이 2~3배 높다. 수확 후 당도 유지 기간도 길어 오랫동안 보관해서 먹기 좋다. 게다가 초당옥수수는 찌어 먹는 것은 물론 생으로 먹어도 식감이 아삭하다.

옥수수로 여름을 나는 법
옥수수 칼로리는 100g당 106kcal로 적지 않지만 포만감이 좋아 다이어트용 식단으로 많이 이용된다. 게다가 비타민 B1, B2, E, 칼륨, 철분 등 다양한 영양소와 무기질, 식이섬유를 함유해 변비 예방에도 특효다.

찌고, 삶고, 튀겨 먹는 옥수수. 어떤 옥수수가 좋은 옥수수일까. 먼저 겉껍질부터 봐야 한다. 겉껍질이 푸르고 싱싱한 것은 물론 윤기가 나는 게 좋다. 또한 겉껍질을 까고 난 뒤, 옥수수 알맹이가 꽉 차 있고 알들이 줄을 맞춰 고르게 분포된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간 부분을 눌렀을 때 흐물거리지 않고 탄력 넘치는 게 질 좋은 옥수수다.

옥수수를 찔 때는 껍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말아야 한다. 속껍질 한두 장 붙어 있는 상태로 찌면 수분이 촉촉하게 유지돼 옥수수 본연의 맛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찜통에 옥수수를 엇갈리게 넣고 센 불에서 20~30분 정도 찌면 맛있는 찐 옥수수 완성. 마지막에 10분간 뜸을 들이면 더욱 고소해진다.

수확한 옥수수는 하루 이틀 지날수록 노화되기 때문에 바로 찌어 주는 게 좋다. 옥수수 30개들이 한 망을 구매하게 되면 30개 모두 한 번에 쪄야 한다. 먹고 남은 찐 옥수수를 냉동실에 보관해야 나중에도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 단, 옥수수를 여러 번 찌면 알맹이가 물러 터지고 풍미를 잃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먹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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