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여행] 레몬트리 협동조합
[정선여행] 레몬트리 협동조합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08.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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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숨은 재능 발전소

정선 토박이 엄마, 결혼하면서 정선으로 이사 온 엄마, 직장 때문에 정선으로 내려 온 엄마 등 정선 엄마들은 가끔 외로운 생각이 든다. 엄마도 결혼 전엔 잘나가는 처녀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직장에서는 전도유망한 커리어 우먼으로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로 한 가족의 수호자로 남았다. 그러나 자녀와 남편이 학교와 일터로 떠나면 엄마들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최진아 대표는 엄마들의 오전과 오후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 레몬트리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최 대표는 결혼 전에 보험회사 직원으로 활동했지만 결혼 후 다시 고향인 정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0년 둘째를 뱄을 때 레몬트리 협동조합을 시작했다.

그녀는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컨테이너를 짓고 소소하게 재봉틀을 돌렸다. 친한 언니와 함께 재봉틀과 리본 공예를 배워 아이들 옷과 베갯잇을 만들었다. 소문을 들은 동네 엄마 몇몇이 컨테이너로 찾아와 함께 공예품을 만들었다. 가볍게 차 한 잔하며 수다를 떨던 공간이 어느새 작은 공방으로 변하고 멀리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다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정선 엄마들이었다. 결혼 후 갑자기 중단된 출퇴근 생활. 바삐 움직이던 오전이 한가로워지자 허전함이 몰려왔던 것. 무엇이라도 해야 할 거 같은 마음, 자기 계발을 하고픈 마음에 엄마들은 레몬트리 협동조합을 찾았고, 육아법, 병원과 마트 추천 등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정선 터미널 2층에 레몬트리 협동조합을 오픈했다. 약 40평 공간에 날마다 엄마와 아이들이 모였다. 어느새 다섯 명의 조합원과 오십 명의 회원이 레몬트리 협동조합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서로 수공예 지식을 나누며 프리마켓을 열기도 한다.

그녀들은 십자수, 재봉틀, 스칸디아모스, 석고 방향제, 디퓨저, 캔들 등 공예품을 만든다. 가입비나 절차는 없다. 레몬트리 협동조합에서 차 한 잔 나누는 게 전부다. 집에 있던 공예 재료를 가지고 오면 그것으로 수업은 시작된다.

“말 그대로 협동조합이잖아요. 수익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에요. 엄마들이 레몬트리 협동조합을 통해 성장하거나 공예 기술을 익혀 마을이나 기관으로 출강하면서 활력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29세부터 46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정선 엄마들. 그녀들은 레몬트리 협동조합을 통해 제2의 삶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정선 시내에 공방을 창업했고 또 누군가는 마을 강사로 활동한다. 어떤 이는 외지에서 또 다른 수공예를 배워 레몬트리 협동조합 회원과 아이들에게 강습해준다. 프리마켓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소소한 수입으로 다시 공예에 투자하는 엄마들. 그녀들은 언제나 ‘내 아이에게 먹이고 입히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공예품을 만든다. 단지 예쁜 것만이 아닌 정성과 사랑이 담긴 엄마들의 작품이다.

“올해는 스칸디아모스로 만든 정선 기념품과 조명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또한 홈페이지를 리뉴얼해서 온라인 프리마켓도 오픈할 것이고요. 레몬트리 협동조합은 정선 엄마들에게만 열린 공간이 아닙니다. 누구나 오셔서 체험할 수 있어요. 얼마 전에 삼시세끼 촬영지인 덕우리 마을 앞으로 이사했습니다. 촬영지를 구경하시면서 레몬트리 협동조합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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