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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식재료] 五月, 토마토
[제철 식재료] 五月, 토마토
  • 고아라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05.1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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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계절은 땅의 기운과 인간의 감정을 좌우한다. 봄바람이 불면 몸과 마음이 들뜨듯 대지의 생명은 기지개를 켠다. 우리는 예부터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제철 식재료를 탐해왔다.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는 봄. 그 끝자락에서 붉게 익은 토마토를 만났다.

채소 VS 과일
토마토는 처음에 관상용이었다. 페루가 원산지로 16세기 스페인에 처음 수입되었으나 특유의 선명한 붉은색 때문에 독성 식물로 오해를 받았으며 18세기까지도 관상용으로 재배됐다. 대부분의 요리에 토마토가 들어가는 유럽의 토마토 사랑은 식품으로서의 효능을 발견한 이후다.

우리나라에 토마토가 소개된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조선시대 <지봉유설>에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감이라는 뜻의 ‘남만시(南蠻柿)’를 표기한 문헌이 있으니, 아마 그보다 오래전부터 토마토를 접했을 것이다. 하지만 감자나 고구마처럼 구황식물로서의 기능이 없어 한국인의 밥상에는 정착하지 못했다.

과일인지 채소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던 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1893년 미국에서는 이를 두고 법정 분쟁까지 벌어졌다. 당시 자국 농민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과일은 면세, 채소는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뉴욕 세관에서 토마토를 채소류로 분류하고 관세를 부과하자 한 과일 수입상이 소송을 제기한 것. 이 사건을 두고 과일 수입상인 닉스와 세관원인 헤든의 이름을 따 ‘닉스 대 헤든Nix vs Hedden’이라 부른다. 대법원은 토마토를 후식으로 먹기보다는 요리의 재료로 사용하는 점을 근거로 채소라 보는 것이 맞다 판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토마토를 요리에 활용하기보다 디저트나 후식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토마토가 과일가게에 진열돼 있거나 토마토 주스를 생과일주스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는 일도 흔하다. 토마토는 정말 채소일까? 줄기 식물의 열매이고 당분의 비중이 3%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면 여지없이 채소이지만 식물학적 관점에서는 과일로 분류한다. ‘씨를 가진 자방(子房)이 성숙한 것’이라는 과일의 정의에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분류의 기준을 적용하면 토마토는 ‘이중 국적자’가 된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을수록 의사의 얼굴은 파래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인 빌카밤바Vilcabamba 사람들은 장수의 원인으로 토마토를 꼽았다. 미국의 타임지는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로 토마토를 선정했다. 영국 속담 ‘토마토가 빨갛게 익을수록 의사의 얼굴은 파래진다’라는 말이 어느 정도 입증되는 부분이다.

토마토가 건강식품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붉은색을 내는 성분인 라이코펜 덕이다.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데,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배출시키고 세포를 건강하게 만들며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시킨다. 남성의 전립선암, 여성의 유방암, 소화기 계통의 암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실제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이 40세 이상 미국인 4만8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토마토 요리를 주 10회 이상 먹은 집단이 주 2회 이하로 먹은 집단에 비해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45%나 낮았다. 푸른색 토마토보다 완숙한 붉은색 토마토가 더 이롭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 외에도 우리 몸에 좋은 영양분이 가득하다. 토마토에 포함된 비타민 K는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줘 골다공증이나 노인성 치매를 예방해 준다. 비타민 C는 피부에 탄력을 더해주며 멜라닌 색소 생성을 억제해 기미가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염분이 높은 식단을 주로 먹는 한국인에게 특히 좋다. 토마토에 함유된 칼륨은 체내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고혈압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다이어터에게도 토마토만 한 식품이 없다. 토마토 1개 열량이 고작 35kcal에 불과한 것은 물론,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주고 소화와 신진대사가 원활하도록 돕는다.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토마토를 곁들이면 산성 식품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다.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 피로를 덜어주고 과음으로 인한 속 쓰림 해소와 간 보호에 도움을 준다. 서양에서는 해장용으로 토마토를 듬뿍 올린 피자를 먹거나 토마토 주스에 보드카를 섞은 블러디 메리를 마신다.

자연에서 온 찰토마토
누구나 음식과 관련된 추억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유년시절을 돌이켜보면 늘 냉장고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설탕 토마토가 떠오른다. 어머니는 빨갛게 익은 찰토마토를 큼직하게 썰어 반찬 통에 담아 설탕을 켜켜이 뿌려 두었는데, 학교를 마치거나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놀고 돌아오면 하나씩 집어먹곤 했다. 지금도 잘 익은 토마토를 볼 때면 어김없이 그때의 새콤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에 맴돈다.

해가 제법 쨍쨍한 어느 봄날, 김포 고촌읍에 위치한 닥터토마토에서는 찰토마토 수확이 한창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아 줄기 아래쪽에 달린 열매를 집중공략하고 있었다. 토마토는 줄기 아래에서부터 위로 서서히 익기 때문이다. 토마토를 딸 때는 달걀을 쥐듯 열매를 감싸고 마디가 난 반대 방향으로 ‘톡’하고 따야 한다.

“찰토마토는 일반 토마토에 비해 속이 꽉 차고 찰기가 좋아요” 닥터토마토의 주인 나현기 대표가 갓 따낸 찰토마토 하나를 건넸다. 무농약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해 안심하고 옷에 슥슥 문지른 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아삭하고 신선한 식감에 벌써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닥터토마토의 작물은 수정부터 친환경적이다. 농장에 수정벌을 풀어 자연적으로 열매를 맺게 한다. 열매가 붉게 익는 동안에도 농약 한 번 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병충 피해엔 취약한 편이다.

“건강한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농약을 치는 대신 병충 방어에 힘쓰고 있어요. 자연의 생태계에 따라 해결될 수 있도록 천적을 투입하거나, 병충으로부터 오는 병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작물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현기 대표의 노력은 결과로 나타났다. 지역 로컬푸드에서 판매하며 단골 손님이 늘었고, 기준이 깐깐한 학교에 급식 식재료로 납품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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