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기의 자부심, 김경수여주유기공방
한국 유기의 자부심, 김경수여주유기공방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05.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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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유기장 인터뷰

1000℃가 넘는 불 앞에서 앉고 서길 반복. 뭉툭한 쇠가 뜨거운 쇳물로 변하면 비로소 거푸집 작업이다. 거푸집에서 유기가 주조되는데 또 몇 시간. 그 뒤로 유기의 거친 표면을 매끄럽게 깎는 가질 작업이 이어진다. 유기장들은 몇 시간 동안 뜨거운 가마와 비좁은 공간에서 한국 전통 유기를 계승한다.

여주에서 유일한 수공예 유기 공방을 운영하는 김경수 유기장. 그는 전통 유기 무형문화재인 김선익 유기장의 조카다. 그의 집안은 100년째 방짜 유기를 제작하는 경북 봉화의 장인 가문. 그와 유기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운명이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장시간 흙을 다지고, 거푸집에 들어가는 쇳물을 보고, 흩날리는 쇳가루를 맞으면서 유기장의 꿈을 키웠다.

김경수 유기장은 2006년 여주 대신면 초현리에 김경수여주유기공방을 열었다. 그는 4대째 이어진 전통 유기 제작 방식을 고수하면서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디자인의 주물 유기를 제작한다.

그의 공방이 특별한 이유는 수작업. 유기 제작은 복잡하고 작업 환경이 좋지 않아 유기 공방 대부분이 공장으로 전환하고 기계식 대량생산중이다. 그러나 김경수여주유기공방은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유기에 진정한 정성이 담긴다는 그다.

그동안 유기는 제사상의 제기나 사극 드라마의 소품으로 등장해 작품 또는 특별한 날 사용하는 그릇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유기의 재료는 구리와 주석. 밥그릇과 국그릇으로 쓰기엔 무겁고 투박하다. 그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유기가 밥상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김경수 유기장은 유기를 실생활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기는 녹농균,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 각종 대장균을 99.9% 없앤다. 또한 보온과 보냉이 우수하고 한번 사면 평생 사용할 만큼 내구성이 좋다. 무엇보다 유기는 친환경적이다. 한번 깨지면 버려야 하는 일반 그릇과 달리 유기는 100% 리사이클링된다.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건강과 친환경이 대두되는 요즘 유기야말로 꼭 필요한 그릇이다.

그는 유기의 현대화를 위해 앞장선다. 조선인들은 대식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한국인의 식사량이 줄었다. 덕분에 작고 아기자기한 그릇이 유행을 선도한다. 반면, 유기는 무거울 뿐만 아니라 크고 깊다. 사회적 흐름과 유기의 괴리감이 커짐을 느낀 김경수 유기장은 전통 유기에 세련된 디자인을 입혔다. 스푼, 포크, 나이프, 수저받침 등 커틀러리와 맥주 컵, 꽃 접시가 대표적이다. 그의 공방에서 만들어진 모든 유기는 브랜드 한놋으로 소비자와 만난다. 여주 본사와 전시장을 필두로 이천과 서울에서도 김경수 유기장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전통 방식의 유기를 만들려면 각 공정의 숙련자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 전통을 계승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놋은 한국 유기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계승하고 세계에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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