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모험가 부부] 텐트 속 작은 부엌
[생활모험가 부부] 텐트 속 작은 부엌
  • 이수현 | 최상원
  • 승인 2020.03.29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단 캠핑 요리

평범한 일상, 마음의 여유, 우리를 보드랍게 감싸주던 따뜻하고 뭉근한 것들이 그리운 때입니다. 소박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이 차오르는 요즈음 텐트 속 작은 부엌에서 간단하지만 맛있게 즐기는 캠핑 요리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긴 고요의 시간이 우리 곁을 흐르고 있으니 곧 봄이 오리라, 조용히 기다려 봅니다.

#미니멀 캠핑, 미니멀 푸드
기본적으로 미니멀 캠핑을 즐기기에 음식을 간단하게 준비하는 편이다. 움직임이 적은 오토캠핑에서는 정량보다 조금 부족하게 음식을 준비해 맛있게 나누어 먹고 남기지 않는 것이 나름의 원칙. 조금 아쉬운 정도가 음식도 더 맛있게 느껴지고 남길 일도 없으니 딱 좋다. 한 번에 많은 음식을 먹기보다는 야금야금 조금씩 맛보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 탓도 있을 테다.

아무리 미니멀이라도 오토캠핑의 경우에는 제법 요리다운 요리를 한다. 집 부엌에 비해선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어쩐지 캠핑에서 요리를 하다 보면 소꿉놀이를 하는 기분도 들곤 하니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요즘엔 데우기만 하면 뚝딱 그럴듯한 요리가 되는 완 조리, 반 조리 식품들도 많아져 캠퍼들의 선택지가 많아졌다. 나의 경우엔 조금 더 수고스럽더라도 스스로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 탓에 재료 하나씩 준비하는 아날로그적인 요리방식을 택하지만 말이다.

#전천후 미니 팬으로
작고 가벼운 데다 손잡이가 접혀 휴대성이 좋은 미니 팬은 미니멀 캠핑에서나 백패킹에서나 애용하는 아이템이다. 어떨 때는 부엌의 커다란 궁중 팬으로 휘릭 휘릭 몇 번만 돌리면 금방인 요리를 자그마한 미니 팬으로 몇 번을 오가며 하는 것이 때로는 퍽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백패킹 부엌을 생각하면 이나마라도 가능하단 게 어딘가 싶다.

주로 볶음 요리나 미니 피자 등에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 미니 팬은 불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이소 가스의 불이 센 편이기도 하고 미니 팬은 두께가 얇은 편이라 자칫 멍하니 있다간 음식이 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미니 팬 요리는 미니 피자다. 토르티야로 피자 반죽을 대신하고 신중하게 불 조절을 하며 골고루 치즈가 도우에 배어듦을 기다리는 시간. 오롯이 요리에만 집중하게 되는 이 사소한 시간마저 캠핑의 즐거움이다.

#포기할 수 없는 숯불 요리
캠핑에서 고기를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호사를 부릴 때 고기를 준비한다. 잔잔한 모닥불의 시간이 지난 후 그 잔재인 숯으로 구운 고기는 정말 맛있다. 적당한 뜨거움이 고기를 아주 맛있게 해주곤 하니까. 그뿐인가? 각종 버섯과 채소를 구워내면 고기 못지않은 훌륭한 요리가 되어준다.

화목난로 캠핑을 할 때도 미니 화로에 숯을 덜어낸 후 그 열기로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한다. 텐트 안에 연기가 가득 찰 수 있기에 텐트 한쪽은 열어두고 먹는데 그 덕에 한쪽 볼은 차갑고 반대쪽 볼은 따뜻한 풍경이 연출된다. 개운함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묘한 공간감이랄까.

가끔은 숯불에 고기 대신 고등어를 구워 먹어보기도 한다. 호기심에 한 번 구워 먹어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고등어구이를 정말 좋아하지만 집에서는 연기 때문에 쉽사리 먹기는 어려운 녀석이기에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백패킹의 끼니
반면 모든 짐을 줄이고 최소한의 것만 짊어지고 떠나는 백패킹에서는 자연스레 음식의 짐도 줄어들기에 거의 ‘생존’에 가까운 음식을 섭취하곤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쓰레기도 덜 나오니까 말이다.

사실 백패킹에선 모든 음식이 꿀맛 같아서 굳이 맛있는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몇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터득했다. 전투식량이나 발열식 등으로 간단히 허기만 달래고 내려와서 지역 음식점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는 것이 언젠가부터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그래야 좀 더 가볍게 걷고 비교적 아니온 듯 머무르고 간편하게 철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덜 먹고, 덜 버리고, 조금 부지런히 더 움직이는 것. 이것이 자연과 내가 함께 건강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생활모험가 부부
사진가 빅초이와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