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30 - 꼬마 손님들
산골일기 30 - 꼬마 손님들
  • 글 사진·권혜경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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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소리가 요란한 요즈음, 이 산골에는 도시의 무더운 더위를 피해 계곡을 찾아온 피서객들로 인해 여간 시끄러워진 게 아니랍니다. 그래도 민박을 치는 저로서는 여름 한철 사람들로 넘쳐나야 다가오는 겨울 채비를 하는 것이어서 시끄러운 이 여름을 고마워하며 매일 매일 새로운 분들을 만나는 재미를 쏠쏠 느끼고 있습니다.

▲ 저녁에 먹을 고기를 굽고 있는 자원봉사 단체의 회원 여러분들.
그러던 어제 정선 지역에 사는 결손가정 어린이 30여 명이 수녀님 두 분과 저희 집에서 여름 캠프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저희 집에서 결손가정 어린이 캠프를 열고 있는데, 여름에는 서울에 계시는 서초성당, 청주에 있는 서광하이테크 직원 분들이 만든 울타리 봉사회 두 단체에서 오신 분들이 어린이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고 있고요, 겨울에는 저와 지인 분들이 함께 하며 긴 겨울 방학에 무료한 어린이들과 신나는 체험을 하며 벌써 네 번의 여름과 겨울을 지냈답니다.

이번에 저희 집에 온 어린이들은 정선에서 봉사하고 계시는 수녀님이 돌보는 어린이들 16명과 고한에 수녀님이 돌보고 있는 어린이들 15명이었습니다. 벌써 저희 집에 4년간 왔었던 정선어린이들은 저희 집이 편안한지 아주 밝고 행복한 표정으로 마루를 뛰어 다니며 놀기 바쁜 모습이었고요. 이번에 두 번째 오는 태백 어린이들은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정선어린이들이 노는 걸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 “자 밥 먹기 전에 기도합시다.” 멀리 어린이들을 돌보시는 폴란드 출신 마리안나 수녀님.
작년 여름 동강에서 하는 래프팅을 재미나게 했던 기억이 있는지 어린이들이 래프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동네 아는 분이 운영하는 래프팅 업체에 부탁해서 50%나 저렴하게 어린이들과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래프팅을 즐기고 왔습니다.그리고 저녁에는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맛나게 구워 주시는 숯불 바비큐, 정말 잘들 먹더군요. 어린이들이 맛나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간 행복한 게 아니어서 어린이들과 함께 지내는 짧은 시간이 아쉽기까지 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준비하신 정말 엄청난 양의 선물들을 어린이들과 퀴즈게임을 하며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 주셔서 선물을 받은 어린이들이나 그걸 나눠주는 어른들이나 너무나 신나는 시간들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오랜만에 집을 떠나 잠을 자는 아이들은 참 많이들 들떠 있어서 아무리 자라고 잔소리를 해도 아이들은 밤이 깊도록 잠을 자려고 하지 않더군요. 아마도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니 할 이야기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았습니다.아이들과 맞이하는 오늘 아침은 아이들의 시끄러운 수다로 시작했습니다.“이모 정인이가 제 머리띠 가져갔어요.”“이모 아침은 언제 먹어요?”하룻밤 자고 나니 어색해 하던 태백 어린이들까지 제게 이모라고 부르며 잘 따라주었습니다. 기분이 참으로 흐뭇해졌습니다.
 
▲ main 자원봉사 하시는 아저씨와 신나게 노는 어린이들.
“아이고 예쁜 내 새끼들….” 저도 맘씨 좋은 이모가 되어 어린이들을 안아 주며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할머니들 흉내를 내봅니다. 참으로 행복한 순간입니다.아이들을 위해 냉장고를 싹 비워가며 정성을 다해 차려 놓은 아침을 어린이들은 정말 맛나게 싹싹 먹어 치웠습니다. 어린이들이 집안에 버글거리니 그 어린이들이 주는 훈김이 어찌나 대단하던지요. 어린이들이 함께 있는 1박2일의 시간동안 밥을 안 먹어도 배 안 고프고 무거운 물건을 옮겨도 힘이 든지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겨울에나 만날 어린이들, 그 어린이들이 행복한 미소만 지으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은 저만의 소망이 아니겠지요? “얘들아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가 겨울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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