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 ② 대광리 MTB 라이딩
연천 - ② 대광리 MTB 라이딩
  • 글 사진·김성중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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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사격장~임도 정상 약 2km 난코스…동막골 계곡~임도 정상은 초급 라이더에게 적합

연천은 서울에서 불과 1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깨끗한 자연의 품속에서 심신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고장이다. 하지만 연천에 들어서는 순간 기분이 사뭇 묘해졌다. 어디를 가더라도 민간인의 출입을 금하는 군부대의 높은 담벼락과 수많은 군인들의 모습은 여느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열쇠부대, 태풍부대, 상승부대, 훈련장, 사격장…. 군부대와 시설물이 마을 곳곳에 보였다. 연천은 군사 보호구역과 민통선 등 민간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 많다. MTB로 갈 수 있는 곳도 마찬가지다. 임도가 있더라도 대부분은 군사용 목적으로 닦여진 것이다. 그래서 연천 라이딩 코스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계획하기가 어려웠다.
 

개척 나선 MTB 무법자들

▲ ‘대광리 MTB 코스’의 임도 라이딩이 끝나면 시원한 동막골 계곡을 끼고 달리는 구간이 이어진다.
개인 블로그나 동호인 카페 등을 드나들며 정보 얻기를 며칠. 드디어 하나의 MTB 코스가 완성됐다. 문제는 함께 할 동호회였다. 연천에는 이렇다 할 MTB 동호회의 활동이 없다. 가끔씩 보이는 라이더들도 대부분 동두천이나 철원 등 인근에서 온 동호인들이다.

어쩔 수 없이 취재팀이 연락을 취한 곳은 동두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MTB 동호회였다.
동두천에는 연천과 달리 많은 MTB 동호인들이 활동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거느린 동호회가 ‘동두천 MTB 무법자들(회장 조성만)’. 전체 회원만 200여 명에 이르고, 매월 정기적으로 라이딩에 참여하는 회원들만 해도 50여 명이다.

그들은 동호회 이름처럼 임도·싱글·로드 등 종류에 상관없이 가리지 않고 달린다. 이번에 계획한 대광리 MTB 코스를 함께 하게 된 것도 그들의 라이딩 목적과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광리 MTB 코스는 세간에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천에서도 간간히 라이딩하는 동호회 회원들이지만, 이 코스를 라이딩하는 건 처음이었다. 어느 정도 고생길을 각오해야만 했다.

“보통 연천에서의 라이딩은 태풍전망대나 열쇠전망대 정도만 갔다 오는 게 일반적이죠. 그래서 임도 코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어요. 이번 기회로 연천의 새로운 코스를 알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고생한 만큼 보람도 크겠죠.”

대광리역을 기점으로 신탄리역 방향 3번 국도로 방향을 잡았다. 일행이 계획한 코스는 대광리에서 고대산 방향으로 이어진 임도를 따라 라이딩한 후 동막골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초행길에서는 선두를 맡은 사람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회원들의 전체적인 능력을 파악하면서 알맞은 속도로 라이딩해야 하고, 방향 감각도 좋아야 한다. 선두를 맡은 한승범 씨는 동호회에서도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는 실력파. 전날 왕방산 라이딩의 피로도 잊은 듯 선뜻 일행의 길잡이로 나섰다.

▲ 업힐 초입부터 자갈길의 급경사가 이어져 라이더들의 진을 빼게 했다.
대광천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10여 분. 식당이 하나 나오고 그 뒤로 길이 뚝 끊어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MTB 한 대 겨우 지날 정도로 좁은 소로가 이어져 있었다. ‘싱글 코스라도 올라갈까 말까’ 고민을 하는 사이 식당 주인아저씨가 자세히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 길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기는 어렵습니다. 20년 정도 됐을까요? 오래 전에 군용 목적으로 닦아 놓긴 했는데, 그대로 방치해 놓아서 지금은 걸어서나 갈 수 있어요.” 정찰을 갔다 온 한승범 씨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라이딩하며 가기 힘들다는 뜻이다. 초행길이니 만큼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일행은 다시 머리를 맞대어 코스를 수정했다. 다행히 예전에 이 주변을 답사한 적이 있는 한 회원이 의견을 제시했다.

“아래로 내려가면 대광천 약수터부터 이어지는 임도가 있어요. 원래 계획한 임도와도 만나는 곳이니 그쪽에서 라이딩을 시작하죠.” 지도를 살펴보니 원래 계획했던 코스보다 임도 정상까지 3km 정도 거리가 짧은 대신 경사가 급한 편이었다. 대광천 약수터에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라이딩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핸들을 돌려 대광리역 방향으로 돌아갔다.

‘상승사격장’이라고 적힌 안내판을 따라 1km 정도 오르자 라이딩 기점인 대광천 약수터가 나왔다. 땡볕에 한껏 달아오른 얼굴을 식힌 후 식수를 보충하고 본격적인 라이딩을 준비했다.

자갈로 덮인 울퉁불퉁 업힐 구간
대광천 약수터를 지나 상승사격장에 도착하자 그 뒤로 임도가 이어졌다. 이 임도는 군사용인 듯 ‘일반 차량 접근 금지, 지뢰 조심’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기어를 저속으로 놓고 달리라는 주의사항도 적혀 있었다. 임도는 한 번도 보수를 하지 않은 듯 초입부터 울퉁불퉁 자갈밭이 이어졌다.
“헉, 헉!”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됐다. 임도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있었지만, 시원한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쉴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늘도 없어서 온몸을 햇빛에 고스란히 드러낸 채 업힐을 해야 했다. 하지만 정작 힘들게 하는 건 날씨 때문이 아니었다. 노면 상태가 도저히 MTB를 타고 갈 수 없을 정도로 아주 험난했다.

▲ 1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MTB를 들고 끌며 업힐 구간을 통과한 ‘동두천 MTB 동호회’ 회원들이 임도 정상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 정도 길이면 군용 지프도 올라갈 수 없겠는걸요?”
“조금만 더 올라가면 좋은 길이 나오겠지요?”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 나왔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안장에서 내리지 않고 꾸준하게 페달링을 할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자갈밭이 이어지자 결국은 MTB를 끌고 가야만 했다. 짐수레처럼 MTB를 끌고 가는 것은 정말 노역이었다.

“와, 도착했다!”
저 멀리 앞서가던 선두그룹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원들도 김기원 씨의 말에 부쩍 기운이 솟는지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대광리 약수터부터 임도 정상까지 MTB를 들고 끌며 오르기 1시간30여 분. 드디어 임도 정상에 오른 것이다.

임도 정상부터 완만한 다운힐 코스
임도 정상에 올라서자 잘 닦여진 길이 이어지면서 전방으로 연천의 풍광이 펼쳐졌다. 지도를 살펴보니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그래도 김기원 씨는 또 다시 업힐 구간처럼 험한 길이 나올까 노파심이 드는지 일행이 쉴 동안 정찰을 하러 먼저 출발했다.

자갈길에서의 라이딩은 업힐보다 다운힐에서 더 위험하다. 제동이 잘 되지 않고, 미끄러지기 쉬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1km 정도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김기원 씨의 얼굴이 환했다.  정상부터 동막골 계곡 상류까지 이어지는 임도는 노면 상태가 좋았다. 2km의 업힐 구간보다 거리상으론 3배가 넘는 길이었지만, 완만한 다운힐 코스라 20여 분 만에 임도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 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풍광이 좋은 곳을 지날 때만큼 행복한 라이딩은 없다.
동막골 계곡 상류에 도착하자 임도가 끝나고 포장도로가 이어졌다. 여기서부터 동막골 계곡 하류까지 약 15km 구간도 계속해서 다운힐 구간이다. 더위를 피해 계곡에 몸을 담그고 있는 피서객들이 많았다. 일행은 마주쳐 오는 계곡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더위를 식혔다. 땡볕에 몸이 까맣게 그을렸어도, 팔뚝에 소금기 가득한 땀이 배어 있어도 상쾌한 계곡 바람에 그동안의 고생이 다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다. 다운힐하기도 잠시, 경사가 완만해지더니 차들이 쌩쌩 달리는 3번 국도와 만나는 삼거리다.

대광리역에 모여 출발한 시간까지 합해 보니 총 라이딩 시간만 4시간이 걸렸다.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초반에 시간을 너무 지체해서 예정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서둘러 동두천으로 돌아가는 회원들도 있었다. 함께 많은 고생을 했지만, 무사히 라이딩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들에게 “동두천에서 다시 만나자”는 인사말로 다음을 기약했다.

이번 라이딩 코스 중 2km의 업힐은 사실 MTB 라이딩하기에 좋지 않은 구간이었다. 오르막의 경사는 여느 MTB 코스와 비슷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노면이 온통 울퉁불퉁 자갈길이라 페달링을 거의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탄하게 보수를 하면 훌륭한 MTB 코스가 될 것 같다. 특히 임도 정상에서부터 동막골 계곡까지 이어지는 다운힐 구간은 초급 실력의 라이더도 안전하게 라이딩할 수 있을 만큼 길이 잘 닦여 있었다. 보수가 되지 않더라도 동막골 계곡부터 임도 정상까지 왕복하는 코스로 일정을 잡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 라이딩은 쉽지 않은 코스였지만, 충분한 보상은 받은 것 같다. 간간히 오르막길에 보여주던 연천의 드넓은 풍광과 동막골 깊은 골짜기에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계곡 바람, 그리고 유독 짙푸르던 맑은 하늘….

대광리 MTB 코스 가이드

대광리 MTB 코스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대광리역을 기점으로 잡는 게 편리하다. 코스는 대광리역~대광리 약수터~임도 정상~동막골 계곡~연천대교 총 35km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연천대교에서 대광리역으로 원점회귀하려면 3번 국도를 따라 철원 방향으로 18km 정도 더 가면 된다. 굳이 원점회귀 할 필요가 없다면 연천대교를 지나 2km 거리에 있는 연천역으로 가도 된다.

▶ 구간별 정보
① 대광리역~대광리 약수터~상승사격장, 3km 30분 소요
대광리역에서 신탄리역으로 이어지는 3번 국도를 따라 1km 정도 올라가면 상승사격장 안내판이 나온다. 여기서 상승사격장 방향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1km 정도 가면 대광리 약수터다. 임도를 따라 계곡이 흐르고 있지만 가물 때는 수량이 적기 때문에 이곳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가는 것이 좋다. 약수터에서 500m 정도 가면 상승사격장이 나오고 여기서부터 임도가 시작된다.

② 상승사격장~업힐 구간~임도 정상, 2km 1시간30분 소요
상승사격장부터 임도 정상까지는 급한 경사로 이루어진 업힐 구간으로 대광리 MTB 코스 중 가장 험하다. 이 구간은 실력이 뛰어난 라이더라도 끝가지 라이딩하며 오를 수 없을 정도로 난코스다. 군용으로 닦여진 도로지만, 보수를 하지 않아 길이 아주 험하기 때문이다. 임도 정상까지 2km 구간 내내 자갈길이며, 기어를 아무리 저단으로 놓고 가도 오르기가 쉽지 않다. 임도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있어 식수를 쉽게 보충할 수 있다.

③ 임도 정상~동막골 유원지~연천대교, 20km 1시간 소요
임도 정상부터 동막골 계곡 상류까지 5km는 임도 상태가 좋아 무리 없이 다운힐할 수 있는 구간이다. 임도 구간이 끝나면 동막골 계곡 하류까지 포장도로가 15km 정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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