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도시에 빛나는 역사를 더하다
빛바랜 도시에 빛나는 역사를 더하다
  • 박신영 기자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20.01.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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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의 역사를 담은 여행지

높은 산을 따라 굽이굽이 펼쳐지는 우아한 능선과 그 사이로 언뜻 보이는 혁신도시의 마천루가 원주로의 여행 욕구를 자극한다.

강원감영
원주는 조선의 군사적 요충지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 임금의 명령을 강원도 전역으로 빠르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많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갖춰 강원도의 핵심 도시였다. 그래서 원주 금싸라기 땅에 조선 시대 관찰사가 직무를 보던 강원감영이 자리한다.

조선 태조 4년(1395)부터 고종 32년(1895)까지 강원감영 관찰사들은 한양에 있는 왕을 대신해 강원도 26개 부, 목, 군, 현을 다스렸다. 타지역 감영들이 여러 지역으로 이전한 것과 달리 강원감영은 조선 500년간 한 자리에서 강원도의 희로애락을 함께해 그 의미가 특별하다.

조선 후기까지 총 30여 개의 건물이 강원감영에 자리했지만 현재는 관찰사의 집무 공간인 선화당, 감영의 정문 포정루, 부속 건물 청운당만이 복원됐으며 나머지는 전부 소실됐다. 그러나 선화당 왼편 사료관에서 강원감영의 과거를 엿볼 수 있으며 청백리 대표주자 황희 정승과 송강 정철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용소막 성당
1904년 건립된 100평 규모의 고딕 양식 성당이다. 풍수원 성당, 원주 성당에 이어 강원도에서 세 번째로 건축됐으며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붕괴 사고 없이 단아한 자태를 유지했다.

초기엔 초가집 형태였지만 1914년 시잘레 신부가 중국인 기술자를 고용해 지금의 성당을 완성했다. 전형적인 성당 건축 양식의 상당한 부분이 생략됐지만 재료 부족, 건축 기술사의 미숙, 경제력 한계 등 당시 조건에 비하면 꽤 값진 유산이다.

빛바랜 붉은 벽돌과 종탑 등 이국적인 외관이 가장 눈에 띄며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는 오색찬란한 빛은 성당을 경건하고 고귀한 분위기로 몰고 간다.

이외에도 수령이 150년 된 느티나무 다섯 그루, 구약성경 원문을 국내 최초로 번역한 선종완 신부의 유물관, 십자가의 길, 성모 동산 묵주기도의 길 등도 볼거리다.

주담
원주 시내 유일한 게스트하우스다. 한국술연구소 소장인 주인장이 1층은 주점과 양조장으로 2층은 게스트하우스로 꾸며 애주가와 숙박객을 만난다. 주인장이 3년 동안 직접 지어 투박한 멋이 느껴지는 외벽과 리미티드 술병들이 사방에 놓인 내부가 꽤 흥미롭다.

빈티지한 음반과 도서, 다양한 유리 공예 작품, 머물렀던 이들이 남긴 빼곡한 편지와 메시지, 주인장이 직접 만든 흔들의자와 변기 화분 등 그와 숙박객의 오랜 흔적이 게스트하우스 로비에 자리한다.

작고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도미토리다. 침대마다 개인 콘센트와 무드 등을 설치해 나 홀로 숙박객을 배려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메인 전등이 없다는 것. 사방에 위치한 유리창은 낮과 밤의 리듬에 맞는 자연스러운 수면을 유도한다.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여행자, 한국 술 애주가, 개인 출장객에게 주담을 추천한다.

구룡사
치악산 능선 끝자락에 자리한 구룡사는 천년 역사를 자랑한다. 신라 문무왕 6년(668) 의상대사가 구룡사를 창건한 이래 도선대사, 무학대사, 휴정대사 등 유명한 고승이 이곳에 흔적을 남겼다.

먼저 구룡사로 향하는 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매표소에서 구룡사까지 약 1km에 이르는 계곡 길은 경사가 낮은 숲길로 산책에 안성맞춤이다. 곳곳에서 보이는 작은 돌탑들도 인상적이며 운이 좋으면 물가에 앉은 박새도 만날 수 있다.

도보로 30분간 굽이치는 계곡 길을 지나면 구룡사다. 1960년대 이후 구룡사 건물 대부분이 해체 복원돼 빛바랜 기와와 나무 기둥을 찾을 수 없지만 개·보수한 2층 누각 보광루가 전면 오픈됐다. 방문객들은 보광루에서 치악산 능선을 감상하거나 차를 마시는 등 사찰의 아름다움을 좀 더 가까이 지켜볼 수 있다. 다양한 주제의 템플스테이와 산사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한지테마파
원주 특산물은 닥나무다. 호저면, 부론면, 흥업면에서 질 좋은 닥나무가 꾸준히 생산됐으며 그에 따라 한지 생산도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1970년대 펄프 소재의 양지가 수입되며 원주 한지의 맥이 끊겼다.

다행히도 1985년 영담스님이 원주 전통 한지를 재현했고 같은 해 한국공업진흥청에서 700년간 보관 가능한 한지로 인정받아 품질관리인증을 받았다.

한지테마파크는 원주 한지의 역사와 자료를 전시, 체험, 교육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한지 생산 과정, 한지 공예, 한지 종류 등을 알려주는 한지 역사실, 한지 공예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기획 전시실, 한지 체험관, 한지 아카데미 등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월엔 일본 화지인 미노시 수제지와 프랑스 리샤르드바 종이, 파브리아노 종이를 기획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소금산 출렁다리
소금산 출렁다리에서 까마득한 절벽 위를 아찔하게 건너보자. 출렁다리는 소금산 중턱에 설치된 산악 보도교다. 길이 200m로 국내 산악 보도교 중 최장 규모를 자랑한다.

안전 걱정은 접어 둬도 좋다. 지름 40mm의 특수 도금 케이블이 여덟 겹으로 묶여 다리를 지탱한다. 70kg 넘는 성인 1285명이 동시에 건널 수 있으며 초속 40m의 강풍에도 잘 견딘다.

다리 바닥이 격자 모양의 강철로 제작돼 절벽 아래가 훤히 내다보이는데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도 쉽게 건널 수 없을 정도로 아찔하다. 그러나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소금산이 등장할 정도로 출렁다리에서 바라보는 소금산 풍경이 장관이다.

방문객의 편의성도 살렸다. 입장료를 내면 1인당 2천원의 원주사랑상품권을 받는데 매표소 근처 상점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다. 단, 매표소에서 출렁다리까지 도보로 약 40분이 걸리며 57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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