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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 ① 고대산 트레킹
연천 - ① 고대산 트레킹
  • 글·김경선 기자l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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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허리 위에 피어난 꽃송이

그리움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고대산(832m). 경원선 철길이 멈춘 경기도 연천 신탄리역에서 3시간 남짓 산길을 오르면 고대산 정상에 닿는다. 저 멀리 북녘 땅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지는 정상의 조망에 고향을 그리는 실향민과 북녘 땅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산이 고대산이다.

고대산 산행은 경원선의 중단지점인 신탄리역에서 시작한다.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진 이들이 끓이질 않는 신탄리역은 여느 시골의 기차역처럼 정겹고 운치 있다. 원래 서울 용산에서 북한 동해안의 항구 함경남도 원산까지 달리던 경원선은 남북이 분단된 이후 신탄리역을 끝으로 철길이 끊겼다. 경원선은 용산에서 원산까지 가는 장장 222.7Km의 기찻길이었다.

이젠 더 이상 달리지 못하는 철마가 탄식을 삼키는 신탄리역이지만 고즈넉한 간이역의 풍경은 기억 저편의 추억처럼 아련하다. 오히려 낭만적인 간이역의 모습이다. 슬픔을 감추려는 반어적인 노력 때문일까. 종착역이지만 종착역이 아닌 신탄리역에서는 시계도 낡은 의자도 녹슨 철길도 쉬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느림의 미학이 완성되는 느낌이랄까.

추억 간직한 흑백사진의 한 장면, 신탄리역

▲ 등산로는 계곡과 숲이 어우러져 무더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때마침 기차가 느릿느릿 역에 들어서고, 색색의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플랫폼에 내려섰다. 여러 차례 교통편을 갈아탔을 법한데도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다. 느릿한 완행열차를 타고 오는 동안 옛 추억의 조각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나보다. 등산객 무리와 섞여 고대산 들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차장을 지나 10여 분을 걸어 올라가니 고대산 산행 시작점인 매표소가 나타났다.

고대산 등산로는 매표소에서 나뉜다.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크게 3개. 매표소 우측으로 올라가면 제1등산로와 제2등산로가 나오고, 매표소 좌측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제3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취재팀은 제3등산로~정상~제2등산로로 산행 코스를 잡고 왼쪽 길로 접어들어 제3등산로로 향했다.

고대산교를 지나 200여m를 걸어가니 우측의 낙엽송 숲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보였다. 이곳이 제3등산로 초입이다. 계단을 올라 숲길을 15분 정도 걸었을까. 제2등산로와 제3등산로가 갈라지는 삼거리에 닿았다. 취재팀은 왼쪽 길로 접어들어 제3등산로를 따랐다.

삼거리에서 10분 정도 걸으니 등산로는 고대골을 건너 마여울을 거슬러 올라갔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류 소리에 숨까지 턱턱 막히던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기분이다.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등산로를 15분 가량 걸어가니 오른쪽 절벽 밑에서 쏟아지는 석간수 앞에 산행객들이 북적였다. 지독한 가뭄으로 바짝 마른 고대산이지만 석간수만큼은 막힘이 없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약수로 갈증을 달래고 다시 정상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등산로가 점점 가팔라지더니 돌계단이 이어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을 지나니 표범폭포 입구 삼거리다.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등산로를 벗어나 왼쪽 샛길로 100m 정도 내려서야 한다.

거대한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표범폭포는 폭포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수량이 적었다. 게다가 폭포 밑 작은 소도 바짝 가물어 맨살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산이 얼마나 가물었는지 고대산 계곡이 바짝 메말라 있었다. 취재팀은 얼음장 같은 소에서 더위를 식히고자 했던 마음을 접은 채 표범폭포를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폭포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이어지던 40여 분 뒤 계곡을 벗어나 능선에 올라붙었다. 능선길부터는 긴 나무계단길이 이어지고 정상의 모습도 언뜻언뜻 드러났다. 몸은 이미 무더위에 파김치가 됐지만, 정상을 바라보자 발걸음에 저절로 힘이 실렸다. 물탱크와 군부대 출입구를 지나 산사면을 잠시 따르니 등산로는 고대산 북동릉 능선길에 닿았다. 능선길을 따라 물컹거리는 타이어 계단을 밟으며 30분 정도 더 올라가니 드디어 정상이다.

넉넉한 하늘과 들판이 어우러진 정상 조망

▲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 설치된 군사시설.
흰구름이 그림처럼 수놓아진 파란하늘 밑에 고대산 정상이 숨죽이고 있었다. 사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은 빽빽하게 뻗어나간 산세와 넉넉한 들판이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냈다. 동쪽의 금학산과 남쪽의 지장산이 익숙한 자태를 뽐내고, 금학산 너머 풍요로운 철원평야는 넉넉한 품을 펼쳐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 설레는 조망은 북녘 땅이다. 북쪽의 백마고지 너머로 펼쳐지는 북녘의 땅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을 울리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정상 바로 밑 헬기장에 내려서면 조망이 더 훌륭하다. 푸른 산군과 산명호 저수지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단아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한참을 정상에 머물던 취재팀은 제2등산로 방면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삼각봉과 헬기장을 지나니 제2등산로와 제1등산로가 나뉘었다. 취재팀은 제2등산로 방면으로 하산하기 위해 오른쪽 능선길을 따랐다. 제법 험한 하산로를 따라 20여 분 내려서니 고대산 주능선이 조망되는 전망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 신탄리역과 신탄리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전망대를 내려서자 제2등산로의 하이라이트인 칼바위능선길이 나타났다. 과거에는 꽤 위험한 구간이었다지만 지금은 로프와 난간이 설치돼 초보자도 안심하고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비돼 있었다. 아찔한 칼바위능선에 붙으니 서쪽의 제1등산로 능선과 큰골, 작은골의 지형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칼바위능선을 지나 말등바위를 넘으니 등산로가 급격하게 완만해졌다. 쉬엄쉬엄 하산하는 길, 제3등산로로 이어지는 길과 매표소로 이어지는 길이 나뉘는 삼거리가 나타났다. 왼쪽 길로 접어들어 매표소 방면으로 내려섰다.

고대산은 등산이 허용된 우리나라의 산 중 북한과 가장 가까운 산이다. 그래서일까. 고대산에서 바라보는 북녘 땅은 더욱 애잔하고 아련하다. 언젠가 경원선 철도가 원산까지 이어지는 날이 오면 고대산에서 바라보던 시간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겠지….

하산길에 바라다본 신탄리역은 이념의 쇠톱이 잘라버린 국토의 허리에서 탄식하듯 숨죽이고 있었다. 점점 경색되어가고 있는 남북관계가 하루 빨리 개선돼 북으로 달리는 철마의 큰 웃음소리가 듣고 싶어지는 날이다.

제2등산로로 하산하는 길에 만난 전망대에 서면 고대산 주능선이 한 눈에 조망된다.

고대산 트레킹

▲ 정상에서 바라보면 사방으로 나지막한 산세가 부드럽게 펼쳐진다.
경원선 철도가 끊겨 버린 철도 중단점 신탄리역에 인접한 연천의 고대산(832m)은 북녘 땅을 바라볼 수 있는 산이다. 민통선과 가장 가까운 산으로 과거에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기도 했다. 지금은 등산이 허용됐지만 입산이 허용된 등산로 외에는 출입금지구역이 많으므로 공식 등산로 외에는 출입을 삼가야한다.

고대산 등산로는 크게 제1등산로와 제2등산로, 제3등산로 이렇게 3갈래다. 3개의 등산로 모두 고대산 정상으로 오르는 단거리 코스이기 때문에 어느 곳으로 올라도 산행 시간의 큰 차이는 없다.

제1등산로는 정상까지 약 3.7km로 다소 지루하며, 제2등산로는 약 3.3km로 칼바위능선과 말등바위 등 암릉구간이 많고, 제3등산로는 약 3.5km로 다소 가파르나 고대골과 마여울 등의 계곡이 있어 시원하다. 산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등산로는 제2등산로. 제2등산로~정상~제3등산로 코스나 반대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고대산은 입장료를 받는다.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이다. 주차료는 무료다.
▶ 코스
제1등산로~큰골~대광봉~삼각봉~정상, 약 3.7km 2시간30분 소요.
제2등산로~말등바위~칼바위~삼각봉~정상, 약 3.3km 약 2시간 소요.
제3등산로~표범폭포~정상, 약 3.5km 2시간20분 소요.
▶ 교통
동두천역→신탄리역 열차가 매일 1시간 간격(06:50~22:50)으로 운행한다. 47분 소요, 요금 1000원.
신탄리역→동두천역 열차가 매일 1시간 간격(06:00~22:00)으로 운행한다. 47분 소요, 요금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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