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다운이란 무엇인가
좋은 다운이란 무엇인가
  • 김경선
  • 승인 2020.01.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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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비율, 필파워 등 고려해야

수많은 다운제품이 넘쳐나는 요즘, 어떤 다운을 구입해야하나 고민스럽다. 좋은 다운이란 무엇인가. 국내에서 다운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는 필파워Fill Power(FT)와 솜털·깃털 비율이지만 이보다 다운의 품질이 더 중요하다. 가장 좋은 다운은 극한의 환경에서 자란 물새의 솜털이다. 동물은 환경에 따라 진화한다. 물새 역시 마찬가지. 춥고 습한 환경에서 사는 물새는 생존을 위해 더욱 섬세한 솜털을 가지게 되고 비나 눈이 와도 털이 쉽게 젖지 않도록 자연스레 윤기를 덧입는다. 앞서 언급한 아이더 덕이 대표적이다. 북극과 인접한 지역, 아이슬란드 북부, 그린란드 등지에 서식하는 아이더 덕은 알을 낳으면 자신의 가슴 털을 뽑아 둥지와 알을 감싸 부화시킨다. 사람들은 이 솜털들을 주워 침구와 옷을 만들기 시작했고 다운의 보온력을 알게 된 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채집하기 시작한다. 아이더 덕은 일반적인 다운과 달리 개체수가 한정적이고 보금자리에서 직접 다운을 채집하기 때문에 가격이 월등히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더 덕이 최고의 다운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보온성 때문이다. 극한의 환경을 이겨낸 자연산 다운의 기능은 그 가치만큼이나 뛰어나다.

우리가 입는 다운재킷은 ‘식품 산업의 부산물’ 즉 식용을 위해 사육하고 도축되는 오리와 거위의 털을 재사용한다. 추운 곳에 자리하느냐,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자라나느냐에 따라 다운의 품질이 결정된다. 대중적인 다운제품은 헝가리, 폴란드, 캐나다 등지에서 우수한 품질의 다운을 들여와 첫 번째 조건에는 부합하지만 두 번째 조건에는 부합하기 않는다. 자연에서 방목하며 물새를 키워서는 다운 수급량을 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전문 우모 브랜드 발란드레가 피레네 산맥에 거위 농장을 운영하며 자연산에 가장 가까운 다운을 생산하는 정도다. 자연산 다운은 비와 눈에 수시로 노출되는 물새들이 진화해 털이 어느 정도 발수 성능을 가진다. 반면 사육되는 물새들은 편안한 환경에서 자라나 눈과 비에 대응할 필요가 없어 발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모 브랜드들은 하이드로포빅이나 닉왁스 등 발수 가공으로 후처리를 해 다운의 취약점인 수분 대응력을 높인다.

물새의 털은 깃털(Feather)과 솜털(Down)로 구분한다. 그런데 다운재킷은 정작 다운, 즉 솜털만으로 만들 수가 없다. 솜털을 채취하고 채집하는 과정에서 깃털과 완벽하게 분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는 다운 100% 표기를 금하고 있는데, 유럽에는 다운 함량이 95% 이상일 때 100% 표기를 허용한다. 왜 이 표기에 집착하느냐, 보온력 때문이다. 딱딱하고 무거운 깃털 보다 솜털이 많아야 보온력이 높다. 다운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택을 꼭 확인해야하는 이유다. 솜털과 깃털의 비율이 80:20, 90:10, 95:5 등으로 표기돼 있는데, 90:10 이상이면 상위 레벨의 다운 제품이다.

필파워 역시 보온성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기준이다. 필파워는 다운의 복원력을 말하며 1온스(28.349523g)의 다운이 어느 정도의 부피를 가치느냐를 세제곱 인치(in³)로 나타낸 수치다. 800필파워는 1온스의 다운으로 800in³를 채울 수 있다는 의미다. 필파워는 솜털과 깃털의 비율과 비례한다. 하지만 필파워가 높다고 보온력이 우수하다는 등식은 애매하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필파워 수치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필파워↑=보온성↑’ 등식이 상식처럼 굳어졌는데, 사실 보온성은 필파워 보다 다운 함유량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필파워가 우수해도 충전량이 적은 경량 다운재킷으로 한겨울을 나기 힘든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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