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
다운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
  • 김경선
  • 승인 2020.01.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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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털과 오리털 어떻게 다른가

겨울이 되면 사람들의 입에서, 브랜드 광고에서 ‘다운’이라는 단어가 잦아진다. 다운, 다운, 말들은 많이 하지만 다운의 정의를 정확하게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다운Down은 ‘조류의 가슴 부위에 난 솜털’을 의미하는데, 이때 조류란 물새로 다운재킷에는 거위와 오리 솜털을 주로 사용한다.

육지에서 사는 조류에는 솜털이 거의 없다. 솜털은 우리가 ‘조류의 털’하면 떠올리는 심지가 있는 깃털 밑에 자라며 공기를 타고 날아다닐 정도로 가볍다. 솜털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마치 눈송이처럼 미세한 털들이 가득한데, 이 솜털 사이사이에 공기층이 형성돼 물새들이 체온을 유지한다. 우리는 솜털 덕분에 한겨울에도 가벼우면서 따뜻한 다운재킷을 입는다. 집집마다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다운 아이템. 다운의 품질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장점과 단점은 어떠한지, 생산방식은 어떠한지, 다운의 효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력은 무엇이 있는지, 털에 관한 궁금증을 털어봤다.

15~20년 전만 해도 ‘다운재킷’이라고 하면 덕다운 충전재가 대다수였다. 에디터 역시 학창시절 닭장 냄새가 풀풀 나는 다운재킷을 입고 ‘따뜻하다’며 좋아했다. 요즘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여전히 덕다운 충전재를 사용하긴 하지만 구스다운 제품이 훨씬 많아졌다. 대중의 인식 때문이기도 한데, 덕다운은 저품질, 구스다운은 고품질 제품으로 인식하다 보니 구스 제품의 생산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 개체에 따른 다운의 품질 차이는 존재하는가.

덕다운과 구스다운은 가격적인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구스다운이 덕다운에 비해 공급량이 제한적인데 반해 인기가 높아 발주량이 크게 늘면서 가격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F/W 시즌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한 지난해 9월, 충전재 kg당 가격이 구스다운은 65~70달러, 덕다운은 40~45달러 수준으로 거래됐다. 물론 ‘다운의 보석’으로 불리는 아이더 덕Eider Duck은 우수한 보온력과 희소성 탓에 최고급 구스다운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덕다운은 구스다운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덕다운과 구스다운은 보온력에서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거위털이 오리털보다 길고 큰 편이라 더 많은 공기를 품기 때문에 보온성이 우수하다.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잔털의 섬세함은 거위가 오리보다 월등히 좋다. 서식지의 차이 때문이다. 오리는 추운 지방이든 더운 지방이든 어디를 가도 쉽게 눈에 띈다. 반면 거위는 추운 지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여기서 진화의 신비가 드러난다. 추운 지방에 사는 조류일수록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솜털을 발달시키는데, 거위의 서식지가 추운 지역에 몰려 있어 보온성이 더 우수하다. 또 일반적으로 거위가 오리보다 사육기간이 4배가량 길어 다운볼의 크기가 무척 큰데, 다운볼이 클수록 보온성이 좋다.

덕다운과 구스다운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냄새다. 에디터 역시 덕다운 패딩을 입을 때마다 특유의 닭장 냄새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당시에는 ‘저품질 충전재를 사용해서 그렇겠거니’ 생각했는데, 보다 근본적으로는 오리의 습성 탓이다. 잡식성 조류인 오리는 깃털에 특유의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반면 성질이 사납고 식성이 까다로운 거위는 유기질이 풍부한 풀이나 콩 등의 채식을 하기 때문에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의류 브랜드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덕다운에 여러 번의 가공을 거치고 있어 과거에 비해 냄새가 많이 줄어든 편. 하지만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구스다운을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

마지막 차이점은 내구성이다. 다운 좀 입어봤다는 사람들은 “구스는 관리만 잘하면 50년도 입는다”는 소리를 할 정도로 수명이 긴 편이다. 물론 관리가 미흡하면 수명은 현격히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구스다운의 수명은 10~15년, 덕다운은 5~7년 정도다. 어디까지나 이론일뿐 구스나 덕이나 사용자가 잘 관리만 한다면 수명은 훨씬 길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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