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예술,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살아있는 탈
미완의 예술,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살아있는 탈
  • 조혜원 기자 | 조혜원
  • 승인 2020.0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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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탈 장인, 김동표

김동표 장인은 목공예를 배우다가 하회탈의 매력에 빠져 그의 나이 28세부터 68세가 된 지금까지 탈을 만들고 있다. 한창때는 하루에 12시간씩 작업을 할 만큼 탈에 미쳐 있었다. 쓱쓱 나무를 깎아내는 듯 보이지만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이제 기력이 딸려 하루 8시간씩만 작업한다는 명인, 탈 하나를 완성하는데 5일이 걸린다. 1999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안동 하회 마을을 방문했을 때 안동시가 건넨 하회탈도 김동표 선생의 작품이다.

하회탈의 매력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오묘한 표정이다. 교과서에서 많이 봐와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인의 설명을 들으며 보면 섬세하고 다양한 표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체면을 중시하하고 여유만만한 표정의 양반탈, 눈웃음을 짓고 있는 각시탈, 투박한 표정의 백정탈 등 사람의 얼굴과 주름이 성격을 나타내듯, 탈에도 관상이 스며있다.

하회탈은 가만히 전시돼 있을 때보다 탈놀이에 사용될 때 비로소 표정이 살아난다. 나무로 만든 탈이지만, 광대가 웃으면 탈도 웃고, 화를 내면 험악한 표정이 된다. 탈놀이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광대의 움직임에 따라 탈의 표정도 달라진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탈의 좌우 높이, 생김새가 다르다. 고개를 숙이면 어두운 표정, 허리를 젖히며 호탕하게 웃을 땐 웃는 눈이 된다. 그 미묘한 각도를 재현하는 게 탈 제작자의 능력이다.

하회 마을 초입에 자리한 ‘하회 세계 탈 박물관’은 안동 여행의 필수 코스다. 하회탈 제작 장인 김동표 선생이 설립한 박물관으로, 하회별신굿 탈놀이에 사용하는 탈과 전 세계에서 수집한 탈이 전시돼있다. 김동표 선생은 멋진 탈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바로 비행기를 탔다. 유명한 관광지는 둘러보지도 않고 탈만 구하고 돌아오기가 일쑤. 어렵게 모은 삼천 점 이상의 탈 중 구백여 점을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김동표 장인은 하회별신굿 탈놀이 이수자이며 각시로 활동한다. 탈을 손에 들고 설명하며 탈놀이의 대사를 읋는다. 오랜 세월 탈을 만들어 왔으며, 세계에서 수집해온 탈로 세계의 가면 문화를 알렸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고 눈을 반짝이는 장인. 전통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장인은, 안동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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