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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식재료 이야기] 一月 , 딸기
[제철 식재료 이야기] 一月 , 딸기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9.12.30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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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에 관한 이모저모
연천들꽃가람 농장

계절은 인간의 감정과 땅의 기운을 좌우한다. 찬 기운이 코끝을 스치면 몸과 마음이 쓸쓸해지듯 대지의 생명은 숨을 죽인다. 우리는 예부터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제철 식재료를 탐해왔다. 거친 땅을 뚫고 지면 위로 올라오는 제철 식재료의 힘으로 그 계절을 나는 우리. 이번 달에는 1월의 땅에서 자란 딸기를 탐방해 본다.

딸기의 제철이 바뀌다
딸기 제철이 바뀌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 십 년 전만 해도 딸기 수확은 봄부터 초여름까지였다. 딸기는 보통 10~25℃에서 길러졌을 때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데 노지재배가 많던 과거엔 5~6월이 딸기 제철이었다.

그런데 기후 변화가 딸기 수확 시기를 앞당겼다. 가속화된 지구온난화는 5월 날씨를 초여름으로 바꾸었고 농부들은 딸기 씨를 일찌감치 파종했다. 딸기는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수정이 불가능해 자연스레 파종이 빨라진 것. 게다가 날씨가 더우면 당도가 떨어져 농부들은 부랴부랴 딸기를 출하한다.

하우스 재배의 발달도 딸기철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6월 장마는 농사꾼에게 무서운 존재였다. 태풍이 딸기밭을 지나갈 때마다 생산량은 반 토막이 됐고 태풍을 견딘 딸기가 있더라도 상품 가치가 떨어졌다. 비를 맞은 딸기는 당도가 떨어지고 신맛이 강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한 철 장사로 1년을 버틸 수 없게 된 농부 중 몇몇이 하우스 재배를 시작했다. 비, 눈, 햇볕 등 외부 환경을 극복해 수확 기간이 2개월에서 9개월로 늘어날 뿐만 아니라 딸기의 당도가 노지재배보다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농부들이 하우스 재배로 갈아탔다. 현재 국내에서 딸기 노지재배는 거의 종적을 감췄다.

스마트 팜을 도입한 하우스 농가에서는 연중 딸기를 생산한다. 하우스의 적정 온도 설정, 정기적인 배양액 주입, 폐수의 수소이온농도 변화 감지, 하우스 창 자동 개방, 원격 제어 등 스마트 팜 시설은 하우스를 최상의 딸기 생산지로 만든다.

이제는 딸기 제철이 1~5월이라는 이야기가 통상적이다. 고급 호텔의 딸기 뷔페가 12월부터 시작하고 편의점 업계가 겨울에 딸기 디저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만 봐도 딸기 제철이 겨울로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딸기는 원래 관상용이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새콤달콤한 딸기는 애초에 식용이 아니었다. 16세기의 야생딸기는 지금보다 크기가 작고 신맛이 강해 유럽인의 관상식물이었다.

18세기를 넘기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1712년 프랑스 식물학자 아메데 프랑수아 프레지어가 칠레 해안가에서 진지하게 딸기 관찰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딸기 관찰서는 딸기 기록인 동시에 군사 정보를 적은 암호였다. 프레지어는 칠레에 파견된 프랑스 스파이였고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식물학자로 위장했다. 프레지어는 파리로 돌아온 뒤 칠레 딸기에 관한 책을 출판하면서 식용 딸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험을 거듭한 끝에 1794년 영국 식물학자 필립 밀러가 칠레와 북미 버지니아 품종을 교배해 식용 딸기를 탄생시켰고 딸기는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따라서 100년 전만 해도 딸기는 한국에 없었다. 1900년대 초 일본인이 딸기를 국내로 들여온 후부터 맛볼 수 있었다. 새콤달콤한 맛에 푹 빠진 한국인은 일본에 매년 30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하며 육보와 장희를 들여왔다. 당시 국산 딸기 품종이 있었지만 일본 품종의 퀄리티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생산 딸기 품종 중 90% 이상이 일본산일 정도로 토종 딸기는 외면받았다.

그러다 2005년 충남도농업기술원 산하 딸기연구소가 ‘설향’을 개발했다. 당도와 산미가 적절해 한국인 입맛에 알맞을 뿐만 아니라 겨울철 재배도 가능한 착한 딸기였다. 농촌진흥청은 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전국 딸기 농가에 설향을 보급했다.

설향 이후 국산 딸기 품종이 다양하게 확대됐다. 산타, 숙향, 죽향, 금실, 아리향, 킹스베리, 알타킹 등 여러 품종이 우수한 품질로 개발되면서 국산 종자 자급률도 94.5%로 높아졌다. 2000년대 초반보다 약 1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한국인의 딸기 사랑은 여전했고, 딸기는 매년 겨울철 마트 과일 코너를 붉게 물들인다.

연천에서 장희를 맛보다
연천 들꽃가람농장에서 만난 윤은숙, 강석호 부부 농사꾼과 그의 아들 강명성 농부는 한창 딸기 수확중이었다. 고요한 비닐하우스에선 딸기 따는 소리만 들렸다. 농부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박스에 조심스레 딸기를 채웠다.

“장희는 신맛이 거의 없고 당도가 무척 높은 대신에 화상에 약해요. 손을 갖다 대기만 해도 금세 물러서 수확할 때 집중해야 하죠. 줄기를 잡아당기지 말고 손으로 전체를 감싸듯 떼어내야 최상의 딸기를 먹을 수 있어요”

이곳은 1000평이 넘는 비닐하우스에서 장희를 재배한다. 수 십 년간 딸기 농장을 운영한 부부 농사꾼은 한국인이 신맛보다 단맛을 선호한다 걸 알았고, 딸기 농가 90%가 재배하는 설향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장희의 고당도에 대해 말하던 강석호 농부는 먹어봐야 안다며 잘 익은 딸기를 쑥 내밀었다. 장희는 생김새부터 독특했다. 평소에 봤던 딸기보다 몸통이 길쭉하고 뾰족하며 꼭지의 이파리도 상대적으로 컸다. 장희를 한 잎 베어 물자 입안에 달콤함이 퍼졌다. 강석호 농부의 말처럼 신맛이 없고 단맛이 무척 강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주말 체험을 운영할 때마다 농장은 난리 납니다.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장희에 빠지죠. 체험객이 안심하고 장희를 먹을 수 있도록 우리 농장은 항상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인증 검사를 받습니다”

GAP는 농산물의 생산, 수확, 관리, 유통 등 농업 환경 및 농산물에 잔류할 수 있는 유해물질을 관리해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농업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인증제도다. 들꽃가람농장의 모든 작물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바로 따 먹어도 인체에 무방하다.

연천에서 맛본 1월의 딸기는 행복이었다. 입안으로 행복을 가져다 준 딸기 한 알 덕분에 혹독한 추위에 맞설 용기를 얻는다.

딸기가 주는 행복한 디저트
STRAWBERRY ROLL SANDWICH
생딸기와 딸기잼이 들어간 달달한 롤 샌드위치다. 가스레인지 등 불을 사용하지 않고 요리할 수 있어 어린이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재료 딸기, 식빵 네 장, 딸기잼

STEP1. 식빵 모서리를 제거한 뒤 밀대로 빵을 납작하게 만든다.

STEP2. 식빵 두 개를 딸기잼으로 연결한 뒤 식빵 전체에 다시 잼을 바른다.
tip. 식빵 하나로는 딸기 마는 게 어렵다.

STEP3. 식빵 끝에 딸기 세 개를 올린 후 말아준다.
tip. 딸기의 양 끝을 잘라주는 게 모양을 잡기에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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