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의 가족사랑은 화롯불처럼 따뜻해요
캠퍼의 가족사랑은 화롯불처럼 따뜻해요
  • 이철규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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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 CAMPING | 춘천 중도유원지 야영장

▲ 저녁이 되자 캠프장의 기온이 뚝 떨어졌다. 화로 주위에 앉아 차한잔의 여유로움을 가진다.

춘천 경마장~라데나리조트~근화동 선착장~중도 유원지~장절공 신숭겸묘

이 가을, 아이들과 함께 드넓은 초원에 누워 온종일 대지의 기운을 느끼며 하늘을 품어본다. 1박 2일 춘천의 작은 섬, 중도를 찾아 아이들과 어깨를 맞대고 씨름도 하고, 별을 보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다. 하룻밤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우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부모란 존재가 해야 할 작은 부분들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인 셈이다.

장비 협찬· 스타런, 코베아

▲ 중도에서 오토캠핑을 즐기기 위해선 배를 선적할 수 있는 근화동선착장을 이용해야 한다. 오래간만에 배를 타다보니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화창한 하늘은 이제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가족이란 존재 속에서도 대화가 끊긴 채 살아왔으며, 웃음을 잃어 버렸다. 지난 1년간 필자가 온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본 것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흔치 않은 일이었다. 난 아이들이 어리다는 핑계를 대고 주말 아빠의 의무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여행을 즐겨왔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집사람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지만 말이다.

사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캠핑을 떠나기 위해서는 챙겨가야 할 물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벌 의류와 아이들 속옷, 장난감, 생수, 과자, 유치원 과제물 노트까지. 때문에 짐은 더더욱 늘어나기 마련이다. 여기에 온종일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현실을 피해 나만의 즐거움에 빠졌던 셈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퇴계원IC로 빠져나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해 대성리에 이르렀다. 모처럼 만의 가족 캠핑에 아이들은 신이나 가만히 있질 못한다. 어디를 가느냐는 질문에서부터 무엇을 하러 가느냐, 왜 가느냐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차들로 북적이는 경춘가도를 피해 가평대교를 건너 강촌으로 접어들었다. 강변을 끼고 강촌으로 이어지는 포장길에는 가을을 맞아 자전거 데이트를 나온 연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삼악산과 파란 하늘이 수놓아진 강물을 따라가며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강촌 자전거 하이킹의 매력이다. 때문에 강촌은 젊은이들이 엮은 사랑의 추억으로 늘 활기차고 행복이 가득한가 보다.

강촌대교를 건너 46번 국도를 따라가다 중도선착장을 둘러보기 위해 구(舊) 도로인 춘천댐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의암호를 끼고 이어지는 이 길은 춘천 시내를 거치지 않고 물안개가 아름다운 춘천경마장과 의암호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어린이대공원으로 곧바로 갈 수 있다. 김유정 시비를 지나 칠전동 삼거리에서 빙상경기장 이정표를 따라 춘천경마장으로 차를 몰았다.

강 건너 위치한 중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라데나리조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강가로 나가자 주말 한가로운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어린 아이를 업고 온 가족,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연인, 갓 돌이 지난 아기를 안고 나타난 부부까지 모두들 한갓진 가을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다. 여름철이라면 리조트 앞에서 열리는 음악회나 맥주 파티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로 왁자지껄했겠지만, 9월 초순이다 보니 그저 강가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뿐이다.

▲ 모처럼 온 가족이 가스등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뜻 깊은 외출이다 보니 밤이 깊도록 아이들은 눈을 붙일 줄 몰랐다.

중도와 의암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라데나리조트
리조트에서 춘천 시내로 나와 먹을거리와 가스연료 등을 구입해 소양2교로 차를 몰았다. 보통 중도를 가기 위해선 라데나리조트 인근의 중도선착장을 이용하지만, 차를 끌고 캠프장까지 가야 하는 오토캠핑을 즐기기 위해선 소양2교 앞 평화공원에 위치한 근화동선착장을 이용해야 한다. 본래 이 선착장은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배를 운행하는 곳이지만, 중도를 찾는 캠퍼들이 늘어나면서 이젠 차량 전용 운반선으로 변해 버렸다.

사실 중도는 이 지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소풍 한 번 안 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텔레비전 드라마 ‘겨울연가’의 무대로 등장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됐다. 거대한 축구장처럼 드넓게 펼쳐진 초원과 잔잔한 물결 위에 펼쳐진 호반의 풍경, 잘 정비된 화장실과 취사장은 이곳을 최고의 캠핑지로 꼽게 만든다.

▲ 춘천막국수축제를 알리는 불꽃놀이 행사. 밤새도록 행사 소음에 잠을 설쳐야 했다.
선착장에 도착해 양쪽으로 풀이 우거진 고샅길을 통과해 유원지 입구에 닿았다. 캠핑 장소를 찾아 섬 곳곳을 둘러보다 굵은 양버즘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타프를 치기 시작했다. 집을 출발할 때부터 질문이 멈추지 않았던 두 아들은 차가 멈추기 무섭게 축구공을 꺼내들고 평평한 풀밭으로 나가버렸다. 축구 골대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풀밭이다 보니 두 아이를 위해 준비된 전용 경기장인 셈이다.

아이들은 공을 차기 위해 다투기도 하고 때론 서로에게 공을 건네주며 마음껏 뛰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건물에 둘러싸여 살았기에 이처럼 드넓은 공간을 만나면 자유롭게 뛰고 싶은가 보다. 서로 밀고 당기고, 넘어져가며 한참을 뛰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공간, 그 안에 있는 두 놈은 너무나 행복하기만 하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풍경은 대부분은 사방이 트인 평평한 대지나 초원, 시원한 물줄기가 에돌아가는 모습들이다. 이는 늘 각박하고 촘촘한 도시 풍경에 살다보니 드넓은 평원이나 대지를 보면 색다른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번엔 집사람까지 가세해 배드민턴 채까지 들고 나가버렸다. 결국 혼자 타프를 설치하고 낑낑 매며 텐트까지 치고 나니 그제야 세 사람이 캠프지로 돌아온다. 지친 햇살이 몸을 눕힌 탓에 더 이상 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된장찌개에 집에서 준비한 멸치조림과 김치, 깻잎 반찬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 엄마까지 합세한 배드민턴. 둘째는 온종일 공만 주우러 다녔건만 그래도 즐거웠나 보다.

가족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캠핑
밤이 되자 야영장은 건들바람이 불며 짙은 어둠에 휩싸였다. 가스등 불빛에 의지해 화롯불 주위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사실 30년 가까이 다른 삶을 살던 사람이 결혼을 통해 함께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싸우기도 하고 때론 서로를 격려하기도 하며, 그렇게 ‘지지리 궁상’을 떨며 사는가 보다.

캠핑의 장점은 이처럼 화롯불 주변에 둘러 앉아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늘 삶에 쫓겨 살다보면 부부간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게 마련이다. 결국 이것이 남편은 돈버는 기계, 부인은 부엌데기란 존재로 전락하게 만든다. 하지만 캠핑은 이런 대화의 단절을 화롯불이라는 매개를 통해 물꼬를 트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 문제와 집 이야기 등, 도심을 떠나 한가로운 캠프장을 찾았지만 현실적인 삶을 벗어날 수 없나 보다. 날이 어두워졌건만 아이들은 전혀 텐트로 들어갈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집에서야 9시만 되면 이내 골아 떨어지는 놈들이지만 오늘만큼은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9시, 갑자기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9월 3일까지 진행되는 막국수축제의 개막식이 시작된 것이다. 조용하던 캠프장은 강 건너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로 이내 소란스러워졌다.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려던 캠퍼들에게는 때 아닌 날벼락인 셈이다. 화롯불에 구운 삼겹살을 마저 먹고 아이들과 한바탕 풀밭 위를 뛰고 나니 두 놈도 이젠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는가 보다.

▲ 초가을 따가운 햇살을 맞아 의암호에서 수상스키을 즐기는 사람들.

아이들을 텐트에 재우고 의자에 앉으니 사방이 고요한 적막 속에 빠졌다. 도심이 주는 답답함이란 과도한 인구 집중도 원인이겠지만 그 보다는 늘 삶에 쫓겨 여유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모처럼만에 초롱초롱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는 여유를 즐기다 아이들 옆에 누웠다.

직박구리의 지저귀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눈을 떴다. 물안개가 가득 찬 섬은 또 다른 세상이다. 이런 멋진 풍경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중도 캠핑이 주는 장점이라 하겠다. 아침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레라이스를 하기로 하고 감자와 양파, 당근을 볶았다. 아이들은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어린 참새새끼들 마냥 부스스한 모습으로 침낭을 빠져나왔다.

집에서라면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지만,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자국소리를 이기지 못했나 보다. 둘째 놈은 지난밤 워낙 쉬지 않고 뛰어다니다 보니 배가 고팠는지 깨어나자마자 밥을 찾는다. 햄과 김치, 어묵을 넣은 부대찌개에 카레덮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자전거와 4륜 오토바이도 탈 수 있어

▲ 소형 4륜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첫 째. 오토바이를 타는 즐거움에 한 시간 동안 땅에 발 한번 디디지 않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또 다른 장난감을 찾아 나섰다. 바로 매점 옆에 위치한 자전거 대여점이다. 둘째 놈에게는 네발 자전거, 첫째 놈은 소형 4륜 오토바이를 빌렸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자마자 두 놈은 신이 났는지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차도 다니지 않는 공간이라 사고의 위험도 적은 데다 섬이라 멀리 갈 수도 없으니 부모로선 이만한 장소도 없는 셈이다.

아이들은 섬을 돌고돌고 또 돌았다. 두 놈은 자신들이 궁금해 하는 장소를 찾아 다녔고, 때론 2.3km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돌기도 했다. 이제 4살인 둘째 놈도 초가을 땡볕에 살갗이 따갑기도 하겠건만 전혀 개의치 않고 자전거 타기에만 열중이다.

한참 오토바이와 자전거 타기에 열중하던 아이들이 점심 때가 다 되어 텐트로 돌아왔다. 페달 질을 하느라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팠던 것이다. 아이들의 시장기를 고려해 닭다리에 양념을 발라 훈제구이를 하기로 했다. 화로에 불을 피우고 간장과 마늘, 생강으로 양념한 닭다리를 구우니 향긋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 근화동 선착장 앞에 있는 소양강 처녀 동상.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한다는 것도 캠핑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만의 비밀을 준비하다는 것, 이 또한 캠핑의 낭만이 아닐까?

후추와 고춧가루가 들어가 다소 맵긴 하지만 아이들의 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그만이다. 가끔 매운 맛에 물을 찾기도 했지만 두 놈의 얼굴은 제법 맛있다는 표정이다. 닭다리 훈제로 점심을 해결하고 주변의 볼거리를 둘러보기 위해 텐트와 타프를 철수했다.

▲ 장절공 신숭겸 장군을 모신 장절사. 그는 대구 팔공산 전투에서 왕건을 대신해 전사했다.
설치할 때 남이었던 두 아들 놈은 철수할 때도 영 도와줄 기색이 없다. 하긴 철수한 장비를 헤쳐 놓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본분은 다하는 셈이다. 주변의 캠퍼들은 아내와 함께 텐트를 설치하기도 하고 걷기도 하는데, 혼자서 해체하려니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린다. 아마 이것은 그간 혼자 다닌 것에 대한 행복의 대가인 셈이다.

중도에서 배를 타고 근화동선착장에 도착해 소양2교를 건너 70번 지방도를 달리다 신매대교를 건너 403번 지방도로 접어들었다. 도로 왼편으로 의암호를 끼고 이어지는 이 길은 춘천 호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매년 가을 춘천마라톤 대회가 열리곤 하는 곳이다.

▲ 무덤 주변을 둘러싼 웅장한 소나무 숲이 일품인 장절공 신숭겸 장군 묘.
호수 중앙에 자리한 상중도와 하중도를 둘러보며 한참을 달리다 서면사무소를 지나 ‘장절공 신숭겸 묘’라는 이정표를 따라 방동리로 들어섰다. 왕건을 도와 고려를 세운 그는 평산 신씨의 시조로 대구 팔공산 전투에서 왕건을 대신해 죽은 것으로 유명하다. 신숭겸 장군의 묘는 우리나라 4대 명당지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묘는 도굴될 것을 고려해 봉분을 세 개나 만들었으며 주변에 소나무를 심어 바람을 막았다. 특히 묘 앞의 잔디밭은 일품으로 아이들의 놀이터로 그만이다. 큰놈은 어디서 주웠는지 미끄럼을 탄다며 비닐 포대까지 들고 나왔다. 두 놈은 다정하게 비닐 포대에 앉아 잔디썰매를 타기 시작했다. 난 잔디밭 한쪽에 자리를 잡고 건들바람에 취해 낮잠까지 즐기다 일어섰다.

1박 2일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우린 가족이란 존재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된 것 같다. 늘 아이들에게 치이며 사는 아내와 자신의 즐거움에만 충실한 남편, 그 간격의 틈이 이젠 조금씩 줄어들려 하는 것 같다. 이런 깨달음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나는가 보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가족은 우리의 삶의 출발점이며 다시 돌아가야 할 마지막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캠핑은 더더욱 이 시대 사람들에게 필요한 레저가 아닐까 싶다.

깊은 잠에 빠진 아이들의 얼굴에는 아직도 잔잔한 미소가 남아 있다. 아마도 어제의 행복한 시간들을 하나하나 되새기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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