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사이트
400명의 난쟁이와 함께 걷는 길
400명의 난쟁이와 함께 걷는 길
  • 두경아 | 두경아
  • 승인 2019.11.2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난쟁이 트레일

폴란드의 서부 도시 브로츠와프에는 한 뼘 크기의 익살스러운 난쟁이 400여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나름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열심히 일을 하거나 탐험을 하고, 심지어 죄를 지어 감옥에 갇히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 구도심을 누비다 보면, 어느 틈엔가 브로츠와프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브로츠와프 구도심에는 늘 이리 저리 몰려다니는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 유명 관광지, 특히 구도심의 메인 광장은 단체 관광객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라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지만,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한 손에 지도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쥔 채 바닥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연령대는 겨우 걸음마를 떼는 어린 아이부터 돋보기가 있어야 지도를 볼 수 있는 노인들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진지한 얼굴로 길거리나 건물 사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곤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이들이 찾고 있는 건 브로츠와프의 보물, 난쟁이 동상이다.

브로츠와프에는 구도심을 중심으로 난쟁이 400여 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요즘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중이다. 관광객들은 모두들 난쟁이 찾기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데, 마치 현실증강게임 포켓몬고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허상에 불과한 포켓몬과는 달리 특별한 스킬이 필요하지 않고, 찾으면 만질 수도 있으며, 사진을 함께 찍어 인증샷도 남길 수 있으니 인기다.

그러나 난쟁이들을 찾는 데는 기술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 예리한 눈과 방심하지 않는 태도, 구도심을 누빌 수 있는 체력이다. 난쟁이 동상은 멀리서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 20~30cm 정도 사이즈고,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것들도 있고 그보다 더 작을 수도 있다. 건물 앞이나 길 중간에 있기도 하지만, 가로등에 매달려 있거나 창문 앞에 앉아 있는 것들도 있어서 바로 눈앞에 두고도 발견하지 못해 허탕치는 일도 허다하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 하나, ‘왜 난쟁이 찾기에 참여해야 하는 걸까?’ 난쟁이는 찾기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난쟁이들은 대부분 유명 관광지나 의미 있는 건물 앞에 놓여 있어서 이들만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새 브로츠와프 도심을 샅샅이 누비게 된다. 난쟁이들이 브로츠와프 가이드인 셈이다.

난쟁이의 이야기는 브로츠와프의 역사
청동 재질로 만들어진 난쟁이들은 수많은 관광객들의 손길이 닿아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 부분은 반질반질 빛이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이 브로츠와프에 나타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01년 구도심 입구에 지금 보이는 난쟁이들보다 조금 크고 뚱뚱한 파파 난쟁이가 세워진 것이 시작이다. 200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난쟁이들이 도시 곳곳에 세워지기 시작했는데, 점점 불어나 400개를 넘어섰고 지금도 끊임없이 늘고 있어서 그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영화 <사랑하는 빈센트>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것을 기념하기 위해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난쟁이 동상도 세워졌다.

그렇다면 왜 하필 난쟁이일까? 1980년 중반, 반공산주의 운동 단체인 오렌지 얼터너티브Orange Alternative는 공산주의를 조롱하는 평화적 시위의 일환으로 도시 곳곳에 난쟁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오렌지 얼터너티브 운동이 벌어진 곳에 파파 난쟁이를 세우면서 브로츠와프 난쟁이 동상의 서막이 열리게 됐다.
의미 있는 운동으로 출발한 난쟁이 동상은 그렇기에 도시 이야기와 시민의 삶이 담긴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딱딱한 모습을 떠올려서는 곤란하다. 그들의 모습을 익살스러운 모습을 띠고 있어서 누구든 입가의 미소를 띠게 한다. 각각의 난쟁이는 그들만이 있는 위치와 연관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니 난쟁이를 발견하면 주변을 돌아보고 그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난쟁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면
여행의 시작점이자, 난쟁이 찾기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곳은 파스텔톤 건물로 둘러싸인 르넥 광장이다. 이곳에는 다수의 난쟁이가 살고 있어서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는 구역이기도 하다. 여기 사는 난쟁이들도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앞에는 한 손에는 지도를 들고 목에는 카메라를 맨 난쟁이가 있다. 또 광장에서 유일한 현대식 건물 앞에는 아주 작은 ATM에서 돈을 뽑고 있는 난쟁이도 있다. 또 스타벅스 앞에는 커피를 앞에 두고 노트북으로 일을 하는 프로그래머 난쟁이도 보인다. 그런데 이보다 눈이 잘 띄는 구시청사 앞 한 귀퉁이에는 앞이 안보이고, 다리가 불편하며, 귀가 안 들리는 난쟁이들도 있다. 이들은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가장 사랑받는 난쟁이 중 하나는, 큰 대리석 구를 굴리고 있는 두 명의 난쟁이들이다. 이들은 도시의 온갖 정신없는 것들을 깨끗하게 하고 있는데, 현재의 모습은 구를 굴려 열을 맞추려고 하는 거라고. 실제로 이 거리에는 같은 모양의 구가 일정한 간격으로 나열돼 있다.
조금 더 걸어가면 붉은 벽돌 모양의 건물이 있는데 이곳 창문 창살에 작은 난쟁이 하나가 앉아 있다. 창살 안에 있고, 발에는 무거운 쇳덩이를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죄수다. 지금은 인기 있는 레스토랑이나, 원래는 감옥이었던 건물의 역사를 난쟁이에 담았다. 그의 이야기가 재밌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조사결과 프레드로의 펜을 훔친 것으로 판명됐다. 프레드로는 폴란드의 극작가이자 시인으로, 폴란드인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문학가다.

시청사 뒤편 거리에는 묵묵히 벽을 마감하고 있는 미장쟁이도 있다. 그는 이 도시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난쟁이로 워커홀릭으로 불리며 그 자신도 지하 세계(난쟁이들이 진짜 사는 곳) 장인으로 생각한다고 알려졌다. 그로부터 몇 발짝 옆에는 헤드폰을 끼고 베짱이 같이 음악을 들으며 앉아 있는 난쟁이도 있다. 유난히 음식점이 많은 거리에 있는 난쟁이는 만두를 찍은 포크를 안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만두는 폴란드 전통 음식 피에로기로, 폴란드 사람들에게는 주식에 가깝다. 이 난쟁이는 피에로기 먹기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한 덕분에 인근 만두 가게에서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지도에는 표기 됐으나 닿기 힘든 곳에 있는 난쟁이 하나가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곳이지만 막상 이곳을 찾아가면 이색적인 분위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옛 농가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수공예 거리 스테어 야트키Stare Jatki다. 이곳에서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여러 동물들을 만날 수 있으며, 한쪽에는 도축업자 난쟁이가 있다. 재미있게도 이 난쟁이는 채식주의자이고 도끼는 짧은 줄에 묶여 있는 개들을 풀어줄 때만 사용한다고.

난쟁이만 따라가보자!
브로츠와프 난쟁이 트레일

아무리 재미있어도 400개 이상이 되는 모든 난쟁이를 찾기는 무리다. 꼭 찾아야할 난쟁이들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동선을 택해 찾아가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그 이외의 난쟁이들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도시를 여행하면서 어디선가 우연히 마주치는 난쟁이들은 더 큰 기쁨을 줄 것이다. 자, 일단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카메라와 지도를 들고 난쟁이 트레일을 시작하자.

1 하루 일정은 온전히 난쟁이와 함께
난쟁이들은 도시 곳곳에 있지만, 발치에 워낙 작은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지도를 들고 위치를 파악해도 찾으려면 눈이 빠질 정도.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난쟁이 찾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여유 있게 하루 정도 시간을 빼고 난쟁이를 따라가자.

2 지도가 중요하다
브로츠와프 중앙역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요청하면 브로츠와프 난쟁이 트레일(Wroclaw’s Dwarfs Trail) 지도를 준다. 이 지도에는 약 120개의 난쟁이 위치가 표기돼 있다. 구도심 뿐 아니라 도심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위치가 아주 자세히 표기돼 있지는 않다. 대신, 구도심 곳곳에 위치한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이나 기념품 숍에서 판매하는 유료 지도를 추천한다. 이들은 르넥 광장 중심에 있는 30~40개의 난쟁이들의 위치를 정확한 위치로 표기하고 있고, 효율적인 동선을 제안하며, 각 난쟁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고 있다. 어떤 것은 스티커가 함께 동봉돼 있어서 난쟁이들을 찾을 때마다 해당 위치에 스티커를 붙이게끔 한 것도 있다. 유료 지도는 3~4천 원 정도.

3 구글맵을 이용한다
종이 지도가 불편하다면, 보다 편리하게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구글맵을 추천한다. 구글맵에서 난쟁이를 의미하는 ‘드워프Dwarf’로 검색하면, 도심 곳곳 대부분의 난쟁이들의 위치가 표기되며 친절하게 그곳까지 안내해준다. 검색을 하면 대부분 사진까지 같이 뜨니 본인이 원하는 난쟁이들을 찾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4 땅만 보고 걷지 말자
난쟁이들은 대부분 땅에 붙어 있어서, 난쟁이를 찾는 사람들은 땅만 보고 걷게 된다. 그런데 지도에 나타나 있는 난쟁이들을 아무리 찾아도 볼 수 없다면? 기둥 위에 붙어 있거나 의자 안에 앉아 있거나 창문 안, 심지어 창살 안에도 있다. 그러니 난쟁이를 찾아다니더라도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한다. 이것이 도시를 안내하는 난쟁이들의 바람일 것이다.

5 난쟁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앞에 있는 난쟁이는 카메라를 메고 지도를 들고 있다. 오래된 성당 앞에는 소방관이 물을 뿌리고 있다. 400명 이상의 난쟁이들은 제각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난쟁이가 있는 그 위치의 건물이나 역사 등을 반영한 이야기다. 난쟁이 트레일이 의미 있는 것은 바로 이렇게 난쟁이 찾기와 함께 도시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다. 단순히 난쟁이 찾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난쟁이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주변을 돌아보며 들어보자.

6 포켓몬 고를 이용한다?!
난쟁이들은 대부분 관광 명소에 위치해 있다. 현실증강게임 포켓몬 고 역시 관광 명소에 포켓 스톱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포켓몬 고 사용자라면 포켓몬 고 스톱에서 포켓몬과 난쟁이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7 난쟁이 기념품을 구매한다
난쟁이가 관광 상품이다 보니, 기념품 숍에서는 다양한 난쟁이 상품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예쁜 관광 상품만은 아니다. 구시청사에 붙어 있는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앞 난쟁이‘헬프리Helpey’ 모습을 그려 넣은 이 상품들은 팔려 나갈 때마다 그 수익금의 일부가 아픈 어린이들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헬프리는 돈을 모아 아픈 아이들을 도와주는 난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