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카누 하겠어요
가을엔 카누 하겠어요
  • 조혜원 기자 | 양계탁
  • 승인 2019.10.09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쿠로마쿤과 함께한 한탄강 카누잉

일교차로 인해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뜨겁지 않은 태양, 카누를 타기에 완벽한 계절이다. 그 매력에 반해 직접 카누를 만들고, 오지로 들어가 캠핑하고, 카누를 타는 쿠로마쿤과 함께 가을 여행을 떠났다.

그들이 야영하는 방식
카누의 가장 큰 장점은 도보나 차로 갈 수 없는 곳에서 야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혜의 절경과 멋진 풍광이 아니어도,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나만 볼 수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꿈같은 이야기다. 카누 한 대만 있다면 그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 카누를 만드는 쿠로마쿤은 반려견 설이와 함께 자주 야영을 다닌다. 원래도 사람이 없는 곳에서 야영했지만, 설이와 함께라면 더욱 오지를 찾는다. 설이가 마음껏 뛰어놀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카누 타고 하는 캠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쿠로마쿤과 설이를 따라 나섰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유역, 잔잔히 강물이 흐르고 저 멀리 낚시하는 사람이 한두 명 있는 적당한 장소를 찾아 주차 하고 카누를 내린다. 카누에 최소한의 야영 장비만 싣고, 신이 나서 카누 위로 폴짝 뛰어오르는 설이를 태우고 노를 젓는다. 꼭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강 건너 조금 조용한 곳 정도면 충분하다.
카누를 번쩍 들어 뭍으로 옮겨 뒤집어 놓는다. 타프를 카누와 노에 걸어 설치하고 부시 크래프트로 만든 나무가지를 바닥에 꽂아 화롯대를 만든다. 그럼 야영 준비가 끝난다. 야영에서 특별히 할 일이 뭐 있겠는가, 음악 듣고, 설이와 뛰어놀고, 커피 한잔 끓여 마시면 하루가 지난다.

부시크래프트
부시크래프트는 가장 간소한 장비로 하는 야영이지만 몸은 바쁘다. 장비가 해줄 수 있는 걸 몸으로 다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음식을 하다가 불이 꺼지기 전에 장작을 패서 넣어야 하고, 장작을 구하러 갔다가 빨리 돌아와 음식이 타지 않게 뒤섞어 줘야 한다. 잠들기 전까지 끊임없이 바쁜 게 부시크래프트다. 편한 게 좋다면 집이 최고다. 하지만 캠핑은 불편함을 즐기기 위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조금 더 불편하면 더 재밌어질 거라는 게 쿠로마쿤의 생각이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이 야생에서 부시크래프트를 하는 건 어렵고 위험하다. 쿠로마쿤도 처음엔 최소한의 기본적인 장비는 갖추고 시작했다. 야영이 익숙해질 즈음 일부러 장비를 하나씩 놓고 가면서 상황에 대처해봤다. 오늘은 텐트를, 다음엔 침낭을 놓고 가는 식이다. 그런 다음 배운 것들을 하나씩 응용해본다. 침낭이 없으니 옷 속에 낙엽을 넣어 체온을 유지하고, 텐트 대신 카누를 뒤집어 놓고 그 위에 타프를 쳐서 잠을 자면서 조금씩 부시 크래프트 야영에 익숙해졌다.

우드 카빙
직업이 목수다 보니 도구를 다루는 일에 항상 관심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한다. 취미 활동을 하는 것 자체보다, 준비하는 과정을 즐긴다. 우드 카빙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나무를 주워 칼로 쓱쓱 깎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주로 혼자 야영을 해와서 우드 카빙 만큼 시간을 보내기 좋은 것도 없다. 야생에서 나무를 주워 우드 카빙 할 때는 옻나무만 조심하면 된다. 심재가 두꺼운 나무가 좋다. 작은 숟가락을 만들더라도 커다란 나무의 변재를 잘라내고 단단한 심재를 사용한다. 쓰러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무가 우드 카빙 하기에 좋다. 살아있는 나무를 함부로 자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낚시
사실 낚시도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낚싯대에 찌를 묶고 준비하는 과정이 더 즐겁다. 설이도 배 위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하며 수면 위를 반짝이며 부서지는 햇살을 쫓는다. 열심히 노를 저어 강의 상류로 올라가 천천히 떠내려오며 낚싯대를 던진다. 별다른 수확이 없어도 상관없다. 그저 낚싯대를 던질 때 나는 물소리, 노가 물살을 가르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설이와 뛰어놀기
이제 겨우 두 살 반, 한참 모든 것에 호기심 많고 에너지 넘치는 설이다. 카누를 물 위에 띄우자마자 신이 나서 뛰어오른다. 카누를 타고 어딘가로 가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다는 걸 아는 듯 하다. 야영지에 도착하자마자 뛰어내려 모터를 단 것처럼 저 멀리 달려간다. 오랫동안 캠핑을 안 가면 설이도 우울해한다. 설이를 만나고 캠핑이 훨씬 풍부하고 즐거워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