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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가 있는 한 여름 밤의 꿈
오페라가 있는 한 여름 밤의 꿈
  • 글 사진 두경아
  • 승인 2019.09.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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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나 오페라 축제 Arena di Verona Festival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유럽 곳곳에서는 다양한 음악 축제가 열린다. 조용했던 소도시들도 축제 시즌이 되면 생명력을 얻고 밤늦도록 들썩인다.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베로나에서도 유럽 최대 음악 축제가 열린다. 2천 년이 넘는 고대 로마 유적지에서 펼쳐져 더욱 특별한, 베로나 오페라 축제로 안내한다.

이탈리아 북부 유명 관광지인 베네치아와 밀라노 중간쯤 되는 지점에,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도시 베로나가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실존 인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픽션만은 아니다. 14세기 베로나에 살던 두 원수 집안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로, 당시 교황을 지지했던 몬테치 집안과 황제를 지지했던 카폴레티 집안 사이 치열한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 시기 구전돼 내려온 이야기(실화라고도 한다)였는데, 여러 차례 소설로 만들어졌다가 당시 스타 작가였던 셰익스피어에 의해 희곡으로 만들어져 대히트를 쳤다.

이 덕분인지 베로나 곳곳에는 줄리엣의 집, 로미오의 집, 줄리엣 무덤 등 <로미오와 줄리엣>을 테마로 한 관광 명소들이 여럿 있다. 이중 줄리엣의 집에는 줄리엣이 로미오의 사랑의 세레나데를 듣던 발코니도 있고,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줄리엣 동상도 있으며, 줄리엣에게 편지를 쓰면 배달해준다는 편지함도 있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에 등장한 이 편지함은,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는 담당 공무원이 있다고 한다. 벽에는 ‘사랑의 맹세’하면 떠올리는 자물쇠 대신 인연이 찰싹 붙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수많은 껌과 일회용 밴드가 붙어 있다.

이런 이유로 베로나는 ‘사랑의 도시’, ‘로맨틱한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실제로 도시는 로맨틱하게 아름답다. 아디제 강이 도시 중앙을 S자로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고, 고대 로마시절에 지어진 유적지가 이곳저곳에 남아 있다. 또 도시 중심이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성곽을 중심으로 구도심과 신도심으로 나뉘어 있어서 중세 시대로 타임슬립하는 기분이 든다. 이중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로마시대 원형 경기장 아레나 디 베로나(Arena di Verona, 이하 아레나)와 지금은 시청사로 사용되는 1800년대 건물 바르베에리 궁전이 있는 브라 광장은 이 도시의 중심이자, 베로나 여행의 시작이다.

©Fondazione Arena di Verona
©Fondazione Arena di Verona

유럽 여름밤 최고의 낭만을 즐기자
도시는 여름이 되면 더욱 로맨틱해진다. 매년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아레나에서 열리는 오페라 페스티벌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Arena di Verona Festival)’가 열려서다. 1913년 시작된 이 페스티벌은 이탈리아의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리기 위해 처음 개최됐다. 주로 베르디를 중심으로, 푸치니, 로시니 등 이탈리아 작곡가의 오페라가 무대에 오른다.

올해 오페라 축제에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비제의 <카르멘>, 푸치니의 <토스카> 등이 올려졌다. 고정 프로그램인 ‘아이다’를 제외하고는, 매해 다른 오페라로 바뀐다. 오페라는 무대 세팅의 수고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매일 다른 오페라가 공연된다. 이 덕분에 머무는 기간이 길지 않아도 여러 오페라를 볼 수 있다.

오페라가 열리는 아레나는 한 번에 무려 2만 2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대 원형경기장으로, 로마의 콜로세움, 나폴리 카푸아 원형극장과 함께 이탈리아 3대 극장으로 꼽힌다. 로마시대에는 주로 검투사들의 결투장으로 쓰이다가 이후에는 사형장, 투우장, 투견장, 연극 공연장 등으로도 이용됐다. 유적지로서 보호를 받게 된 건 19세기 이후다. 야외 공연장이지만, 어디에 앉아도 작은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음향은 좋은 편이다.

대개 유럽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의 경우, 티켓을 구하기 힘들거나 있더라도 고가의 티켓만 남아 있어서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3만 5천원(25유로)짜리 티켓부터 있으며, 저렴한 티켓도 구하기 어렵지 않아서 누구든 한 번쯤 경험해 볼만하다. 공연 시작 전 지휘자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관객들이 켜는 촛불부터 굉장히 감동적일 것이다.

©Fondazione Arena di Verona
©Fondazione Arena di Verona

오페라 축제 체험하기
Step 01 여행 계획 잡기
오페라는 무려 1년 전부터 예매가 가능하다. 보통 1년 전부터 공연 라인업을 공개하는 식이다. 일찌감치 휴가 계획을 잡는다면, 좋은 좌석을 저렴한 좌석에 예매할 수 있다. 즉흥적으로 베로나에 간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 일반 공연에 비해 좌석도 넉넉하고 기간도 길어서 웬만하면 현장에서도 큰 문제없이 저렴한 표를 구할 수 있다.

Step 02 티켓 선택하기
티켓 가격은 22~25유로부터 260유로까지 다양하다. 보통 경기장 운동장 구역인 중앙에는 편안한 의자가 놓여 있다. 돌계단 좌석(스탠드)은 아래 위 두 부분으로 구분 되며, 아래 부분이 더 비싸다. 가장 싼 좌석은 돌계단 위쪽 중에서도 무대 양 사이드 쪽인데, 오페라 무대가 바로 보이지 않을 뿐이지 무대 가까이라 오히려 잘 들린다. 이들 좌석은 블록만 있고 좌석은 따로 지정돼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리다툼이 치열한 건 아니다.

Step 03 공연 준비하기
1 방한에 유의한다
야외 공연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록 여름일지라도 해가 지고 나면 기온이 내려가서 추위를 느끼기 쉬우니 반드시 두꺼운 겉옷이나 무릎 담요 등을 준비하자. 또 더울 때를 대비해 부채나 핸디 선풍기를 가지고 들어가면 유용하다.

2 방석을 준비한다
가운데 경기장 부분이 아닌, 돌계단 좌석에는 좌석 등급에 따라 따로 방석이 준비돼 있지 않다. 당연히 긴 시간 동안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기에는 불편하다. 이를 위해 깔고 앉을 만한 돗자리나 방석 등을 준비하자.

3 드레스 코드가 있다
아레나 중앙인 골드석은 드레스 코드가 있다. 아주 엄격한 건 아니지만, 격식을 차려야 한다. 보통 여자는 긴 드레스를, 남자는 정장을 입는다.

4 오페라 줄거리를 익히고 간다
오페라의 내용을 알지 못하면 지루하기 십상이다. 미리 한글 대본을 찾아서 프린트해 들고 가면 가장 좋고, 줄거리를 읽어보거나 주요 아리아를 듣고 간다면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5 컨디션 조절에 유의하자
베로나 축제의 공연은 평일의 경우 밤 9시에 열린다. 꽤 늦은 시간이다. 게다가 오페라 자체도 3~4시간으로 길고 인터미션도 꽤 길어서 공연이 끝나면 새벽 1~2시가 넘는다. 시차가 있어서 더 피곤할 수 있는 시간이므로, 컨디션 조절에 유의하자.

Step 04 아레나 입장하기
인터넷에서 예매했다면, 예매 번호와 신분증을 가지고 티켓 오피스에서 티켓을 찾는다. 공연장 안 따로 로비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 공연 1~2시간 전부터 아레나 입구마다 줄을 서는 장면이 펼쳐진다. 아레나는 1시간 전부터 입장 가능하다. 입장 시 보안 검사가 이루어진다. 항공기 탑승처럼 액체류는 반입 불가니, 음료나 화장품, 향수 등은 숙소에 놓고 오자.

tip 지정 좌석이 없는 경우, 맨 뒷자리에 앉는 것이 가장 좋다. 돌계단 좌석 특성상, 뒷사람의 다리 때문에 기대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3~4시간 넘는 공연을 보다 보면 허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Step 05 촛불 켜기
입장을 할 때 작은 촛불을 나눠준다. 촛불은 공연 직전 불을 붙인다. 이는 지휘자와 공연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식으로, 일순 깜깜한 공연장 좌석이 촛불로 인해 빛나는 장관이 연출된다. 축제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이 촛불로 오페라를 감상했다고 전해진다.

Step 06 즐겁게 공연 관람하기
오페라의 유명 아리아(노래)를 익히고 가면 오페라가 더 즐겁다. 오페라는 다른 클래식 공연과는 달리 박수를 치는데 자유로운 분위기다. 일단 막이나 장이 끝나면 기본적으로 박수를 친다. 게다가 아리아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칠 수 있다. 이때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보낼 수 있는데, ‘브라보Bravo’는 남자의 경우지만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쓰이며, 좀 더 특별하게 환호하고 싶다면 여자의 경우 ‘브라바Brava’, 남성 혹은 혼성 단체일 경우 ‘브라비Bravi’, 여성 단체의 경우 ‘브라베Brave’라고 외쳐보자.

Step 07 축제의 하이라이트! 인터미션 즐기기
오페라 감상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지만, 1부와 2부(혹은 3부) 사이에 인터미션 시간은 축제의 백미다. 우리나라와 달리 인터미션 시간이 30~40분으로 넉넉하게 주어지는데, 이 시간 동안 공연장을 나가서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기며 축제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시간에 맞춰 주변 카페에서는 여름에 어울리는 상그리아나 맥주, 화이트 와인 등을 판매하고 있다. 북적이는 인파 속을 누비며 축제를 즐겨 보자.

Step 08 안전하게 귀가하기
오페라마다 다르나 대개 공연은 새벽 1~2시에 끝난다. 당연히 대중교통은 마감된 시간이다.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당일치기는 절대 무리고, 반드시 인근에 숙소를 마련하고 하는 것이 좋다. 다행인 것은, 공연이 끝나면 늦은 시간까지 거리에 사람들로 북적여 숙소까지 걷는 데에 무리는 없다. 다만 시내에서 너무 먼 숙소라면 곤란하다.

2020년 베로나 오페라 축제 티케팅 시작!
내년도 오페라 축제는 6월 13일부터 9월 5일까지 열린다. 베르디 <아이다>를 중심으로,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 <팔리아치>, 푸치니 <투란도트>, 베르디 <나부코>, <라 트라비아타>가 마련된다. 이 기간 중에는 갈라 콘서트나 발레 공연 등도 열린다. 티케팅은 지금부터 가능하다! 12월 24일까지는 특별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으며, 학생 할인, 세트 할인 등도 있다.
티켓 예매 www.arena.it/arena/en

베로나에서 로마시대 유적을 찾다
베로나는 오페라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찾아가볼 만한 도시다. 도시가 아기자기하고 예쁘며, 아티제 강을 따라 도보로 관광이 가능해 여유롭게 이탈리아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로마시대부터 중세시대까지의 유적도 많은데, 수많은 유실을 거치면서도 대부분 원형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카스텔베키오 박물관·스칼리제로 다리 Ponte di Castelvecchio
아디제 강변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다리와 성이다. 1387년부터 베로나를 통치했던 스칼리제르 왕조의 요새로, 갑작스러운 습격이 있을 때는 스칼리제로 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대피할 수 있게 했다. 베네치아 공화국 시절에는 사관학교가 들어섰고, 이후 복원을 거쳐 카스텔베키오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주소 Corso Castelvecchio, 2, 37121 Verona VR
영업시간 08:30~18:45
입장료 6유로

로마 극장 Roman Theater
로마시대 전성기인 1세기 말에 건설된 극장으로, 건설 당시에는 실내극장이었으나 지금은 노천극장의 형태로 보존되고 있다. 지금도 연극이나 콘서트 등이 열리는 극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18세기 베로나 상인이 이 지역을 구입해 발굴 작업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발굴과 조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바로 위에는 수도원이 있으며, 이 건물은 이곳에서 출토된 유적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베로나의 모습은 아름답다.

주소 Rigaste Redentore, 2, 37129 Verona VR
영업시간 08:30~19:30
입장료 4.5유로

피에트라 다리 Ponte Pietra
베로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불린다. 기원전 100년경에 세워졌고, 이후 여러 차례 홍수로 유실됐다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으로 무너졌던 것을 원래 자제를 사용해 1957년에 복구했다. 수차례 재건을 거쳤으나 당시의 형태를 상당부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다리 위에서서 보는 베로나 풍경이 장관이며, 해질녘이면, 조명이 켜져서 더 아름답다.

주소 37121 Verona VR

에르베 광장 Piazza delle Erbe
약초를 팔기 시작한 시장이라 ‘에르베(허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광장 치고는 작은데 평소 장이 선다. 또 광장 주변에는 젤라또 가게와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어서 잠시 쉬었다 가기 좋다.

주소 Piazza Erbe, 26, 37121 Verona VR

바실리카 디 산 체노 마조레 성당 Basilica di San Zeno Maggiore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 베로나의 수호성인 체노의 이름을 따 만든 12세기 건물이다. 브론즈 조각의 문, 12세기의 종탑, 로마네스크 회랑(지붕이 있는 긴 복도) 등으로 유명하다. 벽면에 그려진 벽화나 회랑이 있는 내부 정원도 아름다워, 시간을 내서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다. 지하에는 성인의 성물이 보관돼 있다.

주소 Piazza San Zeno, 2, 37123 Verona VR
영업시간 평일 08:30~18:00 일요일 12:30~18:00
입장료 6유로
홈페이지 www.basilicasanzeno.it

도지 피자 pizza Doge
전형적인 로마 스타일의 피체리아(피자리아)다. 큰 피자를 네모난 모양으로 잘라 판매하는 피자가 기본이며, 반죽을 반으로 접어 구운 칼조네, 이를 튀긴 판제로티 등을 판매하고 있다. 피자는 쇼윈도에서 골라 주문하면 반조리된 피자를 화덕에 구워 내어준다. 한 조각에 4~6유로로 저렴한 편이며, 크기가 크지 않아서 간식으로 먹어도 좋다.

주소 Bar Ristorante Liston 12
영업시간 10:00~21:00(월요일 휴무)

How to go to Verona
베로나 가는 법

우리나라에서 베로나로 가는 직항 항공편은 없다. 베네치아나 밀라노, 로마 등 대도시로 입국한 다음 기차로 이동해야 한다. 베로나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은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이며, 아시아나 항공이 월·수·금 직항편을 운행 중이다.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에 도착하면, 공항버스를 타고 베네치아 시내까지 이동한 뒤 스타치오네 디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역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10~30분 정도 간 뒤, 베로나 포르타 누오바 역에서 내린다. 기차역에서 베로나 시내까지는 택시로 10분 정도, 버스로는 20분 정도가 걸린다. 걸어가기는 먼 거리다.

베로나 카드
베로나 시내 교통과 40여 군데의 관광지 입장이 무료다. 아레나 투어(페스티벌 중에는 중단)와 줄리엣의 집, 람베르티 탑 등을 무료로 돌아볼 수 있다. 그러나 베로나 시내 안 관광지는 대부분 걸어서 다닐 수 있고, 축제 기간에는 아레나 투어도 중단되니 굳이 구입할 필요는 없다.

가격 24시간 20유로, 48시간 2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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