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새로운 도시
아직도 새로운 도시
  • 김경선 부장
  • 승인 2019.07.23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 '아직, 도쿄'

여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도쿄는 어쩌면 다소 식상한 이름일지 모른다. 하지만 임진아 작가의 에세이 <아직, 도쿄>는 여전히 도쿄가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도시라는 확신을 준다.

저자 임진아/페이지 376/가격 1만4800원/위즈덤하우스

일상의 우연한 순간을 부드러운 선으로 채운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건네는 작가 임진아의 에세이 <아직, 도쿄>. 임진아 작가에게 ‘도쿄’란 정리할 수 없는 자신의 취향이 모여 있어 기꺼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곳,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좋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곳이자 모처럼 ‘나’라는 사람을 구경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이다. 임진아 작가는 도쿄 여행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그리는 일을 꾸준히 잘 해내고 싶다는 다짐에 다짐을 더하며 한 걸음씩 묵묵히 발을 내딛는다. 그런 여행의 발견이 책을 펼쳐 드는 독자에게도 또 하나의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가본 적이 있는 여행지의 이야기를 막 다녀온 친구에게서 잔뜩 듣고 돌아와 ‘나도 다시 가볼까’ 하며 검색창에 도시의 이름을 적어보던 어느 밤처럼, 잊고 있던 시간을 스스로 만들기 위해 내일을 그려보게 되는 책이 되었으면. 어제까지 떠날 일 없던 누군가가 아직 떠나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는 어느 밤들을 그려본다.

- 프롤로그 <글쎄요, 역시 도쿄일까요> 중에서

역에서 내려 조금 걸었을 뿐인데 금방 도착했고 곧장 잠이 깼다. 밖에서 보기에 내부가 꽤 깊숙해 보였다. 슬쩍 문을 여니 근사한 서점이 나를 맞았다. 한눈에 느껴지는 좋은 분위기 덕분에 내 머릿속은 사사로운 생각들에 금방 휩싸였다. 하나, 나는 이곳을 쉽게 나가지 못할 것이다. 둘, 어느 책장을 봐도 관심 가는 것이 분명 몇 권씩 있을 테니 시간과 신경을 써서 자세히 보기로 하자. 셋, 아마도 돈을 많이 쓸 것이며 넷, 다음 일정은 생각하지 말자.

- 이곳만으로도 오늘 일정은 대만족 <테가미샤> 중에서

설명해드릴게요. 활활 끓는 기름에 생계란을 톡 까서 넣고 껍질은 뒤로 던져버려요. 그 사이에 뜨거운 기름 안에서 어쩔 줄 모르는 흰자와 노른자가 놀라지 않도록 긴 젓가락에 반죽 물을 묻혀서 파르르 파르르 떨구며 계란에 옷을 입혀주며 튀기는 방식이지요. 기술을 요하는 튀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파르르 파르르. 그러면 기름 안에서 노른자를 품은 흰자가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듯이 반죽 옷을 잡아끌며 입게 됩니다. 그렇게 기름 안에서 만난 생계란과 반죽은 과하지 않게 꽤 멋스러운 모습으로 튀겨집니다. 이렇게 완성된 계란 튀김을 미리 그릇에 담아둔 흰밥에 올리고 특제 간장 소스를 부어 주기만 하면 끝!

(중략)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역시 즐겁네요. 매사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지만, 이럴 때는 이상하게 자신만만해져서 신나게 떠들고 싶어집니다. 왜 맛있는지, 어떻게 맛있음이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의견을 말할 줄 아는 사람인가 봅니다.

- 한 사람을 위한 계란 튀김 쇼 <텐스케> 중에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