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찾아온 놀라운 인생 2막
노년에 찾아온 놀라운 인생 2막
  • 김경선 부장
  • 승인 2019.07.23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독보적 유튜버 박막례와 천재 PD 손녀 김유라의 말도 안 되게 뒤집힌 신나는 인생. 나이 71세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직한 박막례와 오로지 할머니의 행복을 외치는 PD 손녀 김유라의 에세이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이름도 ‘막례’가 되어 살아온 지난 70여 년의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인생 전반전부터, 유튜버로 전직하고 난 뒤 유튜브 CEO, 구글 CEO를 만나기까지 부침개 뒤집듯 뒤집힌, 말도 안 되게 신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 박막례, 김유라페이지 348가격 1만4800원위즈덤하우스
저자 박막례, 김유라/페이지 348/가격 1만4800원/위즈덤하우스

책을 펼치면, 1947년생 박막례의 전반전 인생부터 펼쳐진다. 농부의 막내딸로 태어나 여자라고 글도 못 배우고 집안일 다 해치우는 일꾼으로 살았다. 스무 살에 결혼했지만 밖으로 나돌기만 하는 남편 대신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세 아이들을 키워야 했다. 막일부터 시작해 과일장사, 엿장사, 꽃장사, 파출부, 식당 일 등등을 전전했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는데 모진 세상에 사기를 두 번이나 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용인에 작은 식당을 열고 40년간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출근해 일했다. 눈앞에 닥친 생계에만 몰두하고 살다 보니 나이는 70이 되어버렸고, 이렇게 살다 죽겠구나 했다. 남은 생은 자식들에게 피해 안 끼치고 죽어야지, 다짐만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박막례는 병원에서 치매 위험 진단을 받았다. 이 소식을 들은 장손녀 김유라가 달려와 호주 여행을 가자고 졸랐다. 직장도 때려치웠다고 했다. 할머니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순 없다고. 손녀와 함께 무작정 떠난 호주 여행이 박막례 인생의 후반전 시작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내 인생이 부침개처럼 확 뒤집혀버렸어”라며 호탕하게 웃는 박막례 할머니를 전 세계 편(팬)들이 좋아해주리라고는, 구글 I/O에 초대받아 2년 연속 구글 본사를 방문하고, 유튜브 CEO 수잔과 구글 CEO 순다르를 일대일로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이 모든 세상의 관심이 마치 우연한 행운처럼 보이기 쉽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70여 년간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박막례 인생이 만든 행복한 결실임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박막례, 집안의 막내딸이라서 ‘막례’라는 이름을 받았다.

동네에서는 그래도 있는 집 자식이었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공부할 기회도 없이 집안일만 했다. 그러다 남자 잘못 만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50년을 더 죽어라 일만 했다.

70세가 되던 해에 막례는 인생을 포기해버렸다.

그냥 관 뚜껑 덮을 때까지 일하다 갈 팔자려니 했다.

그런데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했던가.

71세가 되던 해, 박막례 인생이 달라졌다.

아니, 완전히 뒤집어져버렸다.

- 10쪽

박막례답게 ‘나도 더럽고 치사해서 안 탄다’고 웃어넘기고 집으로 왔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이 할머니에게 너무 박했던 것 같다.

본인 나이를 자각할 시간도 없이 쉬지 않고 일만 하며 살다가 이제 좀 여유가 생겨 돈 내고 놀이기구 좀 타볼랬더니 늦게 왔다고 뒤통수 맞은 거다.

- 232쪽

나는 여행을 가면 건물보다 사람들하고 사진을 많이 찍는다.

돌아오면 그 사람들을 보면서 추억한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귀해진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은 하나둘 죽어가고 새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그래서 노인은 외로운가 봐.

- 271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