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당모의] 정글팔봉
[작당모의] 정글팔봉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9.08.0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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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 팔봉산 암릉 트레킹

잔잔히 흐르는 홍천강이 팔봉산을 굽이굽이 휘감는다. 여덟 개의 봉우리가 하얀 민낯을 내민 팔봉산의 산세와 홍천강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강원도 홍천 서면에 자리한 팔봉산은 해발 327m로 낮은 산이지만 크고 작은 봉우리 여덟 개가 병풍을 펼친 듯 줄지었고, 산 아래 홍천강이 흘러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한국 100대 명산에 선정된 팔봉산은 주말과 공휴일엔 늘 등산객으로 북적인다.

팔봉산은 등산 코스가 단순한 편이다. 2봉과 3봉을 사이 위치한 들머리에서부터 약 600m의 거리의 1봉에 오른 후, 오르락내리락 8봉까지 순차적으로 정상을 밟은 후 홍천강변을 따라 들머리로 돌아오는 코스다. 해발 고도가 낮고 전체 구간이 2.3km라고 해서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1530년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팔봉산의 또 다른 이름을 감물악(甘勿嶽)이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악(嶽)자가 들어가는 산은 악을 쓰고 올라갈 만큼 험한 산이라는 뜻이다. 설악산, 관악산, 삼악산처럼 팔봉산엔 험한 암릉 구간이 도사리고 있다.

팔봉산의 여름은 동남아 정글과 비슷하다.

정글 속으로
팔봉산 주차장에서 도보로 5분이면 팔봉산 등산로 매표소다. 입장료 1천원을 내고 팔봉산으로 들어가면 남근석과 남근목이 제일 먼저 등산객을 반긴다. 예부터 팔봉산은 음기가 많아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선조들이 남근석과 남근목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남근석과 남근목이 사실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돼 민망하지만 조상들의 해학을 받들어 쓱~ 남근석을 훑었다.

팔봉산 등산로 매표소를 지나면 등산로 초입을 알리는 철제 다리가 등장한다.

양기를 듬뿍 받고 본격적으로 팔봉산에 입장하는데 더위가 심상치 않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태양, 습하다 못해 축축한 공기로 등허리에 땀이 줄줄 흐른다. 뿌리를 드러낸 나무들이 울창한 숲엔 바람 한 점 없다. 동남아 어느 정글에 온 듯하다. 괜스레 지그재그로 난 등산로가 얄미워진다.

갑자기 나타난 암릉 구간, <케이투> 플라이하이크 신발의 접지력을 믿고 단숨에 암릉을 오른다.

1봉에 가까워지자 암릉 구간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왼쪽은 ‘쉬운 길’, 오른쪽은 ‘험한 길’이라고 쓰인 안내판에 고민할 것 없이 ‘험한 길’로 향했다. 얼마나 험하기에 미리 표시까지 해 뒀는지 직접 경험할 때다.

다행히 이름만큼 험하지 않았다. 약간의 암릉 구간이 전부였다. 미국 장거리 트레일을 걷고 온 최다혜, 김희남 하이커 역시 가볍게 험한 길을 넘었다.

1봉에서 바라본 홍천의 풍경이 아름답다.

1봉을 앞에 두고 다시 경사가 심한 암릉 구간이 나타났지만 밧줄, 철제 손잡이 등 안전시설이 갖춰져 금세 1봉에 오를 수 있었다. 1봉에서 바라본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굽이친 홍천강 위로 강원도의 수많은 산봉우리가 넘실댄다.

EDITOR'S PICK
팔봉산 산행 필수품

<피엘라벤> 우먼 카이팩 38 W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에서 자체 개발한 G-1000 소재로 만든 백팩으로 견고하다. 디자인도 실용적이다. 힙벨트와 어깨 스트랩은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져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메시 소재로 제작된 사이드 포켓은 물병 등 소지품을 보관하기 좋다. 배낭 헤드 안쪽에 레인 커버가 있어 우중 시 사용하기 편리하다.

FEATURE
소재 G-1000® HeavyDuty Eco

무게 1600g

용량 38L

색상 네이비, 레드우드, 스톤 그레이

소비자가격 29만9천원

알펜인터내셔널

<블랙다이아몬드> 스톰 헤드램프
최대 350lm으로 원거리와 근거리 조명에 모두 사용 가능한 헤드램프다. 파워탭 테크놀로지를 적용, 손가락 터치로 최대 밝기와 사용자가 설정한 밝기를 저장할 수 있다. 방수 및 방진 등급 IP67을 적용해 물과 먼지로부터 제품을 완벽히 보호할 뿐만 아니라 작고 가벼워 휴대성도 좋다.

FEATURE

조명밝기 350ml

최대거리 80m

무게 110g

색상 빨강, 검정, 올리브, 회색

소비자가격 9만5천원

블랙다이아몬드코리아

<케이투> 플라이하이크 터보
고어텍스 인비저블 핏이 적용돼 방수, 방풍, 투습 기능이 뛰어나다. K2와 한국신발피혁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고탄성 쿠셔닝 플라이폼을 적용해 안정적인 착화감을 제공한다. 탁월한 접지력은 물론 가벼운 등산에 최적화된 내구성을 자랑한다. 굴곡형 라스트를 적용해 발과 신발 사이의 일체감을 증대했고, 보아핏시스템을 적용해 신고 벗기 편리하다.

FEATURE
소재 갑피인조가죽, 폴리에스터, 고에텍스 인비저블 핏

무게 370g(270mm 기준)

색상 레드, 블루

소비자가격 21만9천원

케이투코리아

3봉의 풍경에 탄성이 터진다.

팔봉산 최고의 VIEW 포인트
1봉에서 아슬아슬하게 하산 후 2봉으로 향했다. 8봉을 모두 정복하려면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이제 겨우 1봉을 지났는데 무더위에 금세 체력이 바닥이다. 얼른 행동식을 나눠 먹고 힘을 내본다.

칠성각에서 무사산행을 기원한다.

2봉에 오르니 제상이 차려진 칠성각이 나타났고 그 뒤로 삼부인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부인당은 이 씨, 김 씨, 홍 씨 부인을 모시는 당집이다. 시어머니 이 씨, 딸 김 씨, 며느리 홍 씨는 안녕과 질병 등 재액과 풍년을 주재하는 세 여신이다. 1590년대부터 팔봉산 주변 사람들이 마을의 평온을 빌고 액운을 예방하기 위해 삼부인을 모시는 팔봉산당산제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팔봉산 당산제를 보면 무병장수하고 소원이 성취된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현재까지 매년 음력 3월 보름과 9월 보름에 진행하는 팔봉산 당산제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팔봉산을 방문한다.

3봉으로 향하는 마지막 암릉 구간이다. 다혜 씨와 희남 씨는 두려움 없이 암릉에 맞선다.

2봉을 지나 팔봉산 최고봉 3봉으로 향했다. 팔봉산 조망 압권인 3봉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다. 복잡한 암릉과 가파른 철제 계단을 지나야만 3봉에 올라설 수 있다. 밧줄과 씨름하며 암릉을 넘는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졌다. 하늘을 보아하니 잠깐 내리고 그칠 이슬비였다. 혹시 모를 마음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비가 내린 철제 계단은 꽤 미끄러웠다. 계단 아래로는 까마득한 낭떠러지다. 조심 또 조심하면 발걸음을 천천히 늦추는데 잠시 한눈판 사이 계단 아래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아뿔싸! 겨우 기둥을 붙잡고 멈췄다. 천만다행이었다. 우중 등산할 땐 반드시 집중하면서 발을 내디뎌야 한다.

길이 만만치 않다. 미끄러짐을 조심하며 한 발 한 발 내디뎌야 한다.

한바탕 야단 법석을 떨고 나니 3봉이다. 숨을 고른 뒤 홍천강으로 시선을 옮겼다. 1봉과 2봉에서 언뜻 보이던 홍천강이 전경을 드러낸다. 마을을 끼고 굽이굽이 흘러 팔봉산을 휘감는 홍천강과 겹겹이 이어진 산맥의 위용이 대단하다.

해산굴을 통과하기 전, <블랙다이아몬드> 스톰 헤드램프로 시야를 확보하자.

전신 운동, 해산굴 통과하기
4봉으로 가는 길은 해산굴과 철제 다리두 가지다. 편한 길을 선택하라면 철제다리를 추천하지만, 색다른 경험을 원하면 해산굴을 통과해야 한다.

팔봉산 필수 코스 해산굴(解産窟)은 좁은 바위틈을 통과하는 것이 출산의 고통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해산굴을 통과할 때마다 무병장수한다는 전설이 있어 장수굴(長壽窟)이라고도 불린다. 통로가 무척 좁아 한번 지나갈 때 시간이 3분 정도 소요되는데 등산객이 많은 주말과 공휴일엔 해산굴을 통과하려는 사람이 많아 등산로 정체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해산굴을 통과하기 위해 기를 쓰는 다혜 씨

다행히 인적이 드물었다. 다혜 씨를 선두로 희남 씨와 에디터가 해산굴 통과에 도전했다. 앞장선 다혜 씨는 해산굴 앞에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비좁아서 못 지나갈 거 같아요. 가방 먼저 통과한 뒤 사람이 나가야 할 거 같아요” 작은 체구의 다혜 씨가 머뭇거릴 정도로 통로가 비좁다. 양팔과 두 다리를 좌우 바위에 단단히 기대고 몸을 밀면서 나가는 방법이 해산굴 통과 꿀팁이다. 그러나 덩치가 크거나 푸짐한 사람은 철제 다리로 향하는 걸 추천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

겨우 해산굴을 빠져나오면 4봉부터 7봉까지 단숨에 오를 수 있다. 위험만 구간마다 계단과 철제 손잡이가 놓여 있어 쉽게 오르내릴 수 있었다. 단, 여름철엔 벌레의 습격이 어마어마하다. 등산 내내 모기가 귓가에 맴도는 건 물론이고 벌레가 맨살에 붙어 등산객을 놀래게 만든다. 반드시 팔봉산 등산로 매표소에 배치된 해충기피제를 온몸에 뿌리고 등산을 시작하는 게 좋다. 벌레를 피해 열심히 발걸음은 옮기면 8봉이 코앞이다.

오르락내리락의 연속이다. <케이투> 플라이하이크 터보 신발로 암릉을 강하게 밟고 내려가는 다혜 씨

하산까지 짜릿하게
“8봉은 가장 험하고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코스입니다.…(중략)…노약자는 현시점에서 하산해주시기 바랍니다” 8봉 앞엔 거대한 안내 경고판이 붙어있었다. 얼마나 힘들면 경고판이 붙었을까. 경고판 바로 앞에 하산길이 있었지만, 이대로 하산하긴 아쉬워 8봉에 올랐다.

<케이투> 플라이하이크엔 고탄성 쿠서닝 플라이폼을 적용해 착화감이 좋다.

시작부터 거대한 암벽의 모습에 긴장하며 조심스레 철제 손잡이를 밟았다. 마지막 에너지까지 쥐어 짜가며 암벽과 가파른 계단을 지나니 8봉이다. 팔봉산 8봉 정상석과 노송이 마지막까지 완주한 등산객을 반긴다. 8봉은 여덟 개의 봉우리 중 가장 낮지만 강과 가까워 홍천강의 물줄기를 감상하기 좋다.

에디터의 <아크테릭스> 알파 AR 35 백팩, 희남 씨의 <피엘라벤> 베르크타켄 38 백팩, 다혜 씨의 <피엘라벤> 우먼 카이팩 38 백팩 덕분에 가볍게 등산을 마무리했다.

길고 길었던 여덟 봉우리 정복을 끝내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발걸음도 춤을 춘다. 등산보다 무척 짧은 하산 코스. 그러나 가파르기는 어마어마했다.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에 다시 힘이 들어간다. 철제 손잡이와 20분간 씨름하면 지상에 도착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홍천강변을 따라 팔봉산 등산로 입구까지 조성된 철제 데크를 15분 걸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틈을 주지 않는 팔봉산이다. 끝난다 싶으면 다시 시작되는 팔봉산은 밀당의 신이다.

팔봉산 필수 INFO

등산코스
1코스: 1~8봉(2.6km, 약 2시간 30분)
2코스: 1~7봉(2.3km, 약 2시간)
3코스: 1~5봉(2.1km, 약 1시간 30분)
4코스: 1~3봉(1.5km, 약 1시간)

하산코스
1코스: 2~3봉 사이(약수터)
2코스: 5~6봉 사이
3코스: 7~8봉 사이
4코스: 8봉

등산로 개방 시간
봄~가을: 07:00~15:30
여름(7~8월): 07:00~16:00
*18:00 이후 하산로 폐쇄

팔봉산 입장료
성인 1500원, 청소년 1천원, 어린이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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