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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를 낚시로 잡는다고?
한치를 낚시로 잡는다고?
  • 글 사진 김지민
  • 승인 2019.07.22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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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한치 낚시의 모든 것
한여름밤의 만선

낚시인들이야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일반인들은 한치나 오징어가 낚시로 쉽게 잡힌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다리가 한치밖에 안 될 만큼 짧아서 붙여진 이름인 ‘한치’. 한치의 정식 명칭은 ‘창오징어’지만, 우리에겐 한치라는 말이 익숙하다. 제주도 하면 한치 물회가 생각나듯 한치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수산물이며, 해마다 이맘때면 수평선에 수놓은 한치 배가 밤바다를 밝히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온난화의 영향과 함께 남해안 일대에서도 어렵지 않게 낚을 수 있는 오징어류로, 주요 출항지는 거제, 진해, 부산 일대다. 일단 한치 낚시를 하겠다면, 그날 밤을 꼴딱 샐 각오를 해야 한다. 갈치와 마찬가지로 야행성이다 보니 조업과 낚시 모두 철저히 밤과 새벽에만 행해진다.

이날 한치 낚시가 처음인 필자 아내.

HOW TO 한치낚시?
한치 낚시는 특별한 기술보다 날을 잘 만나야 한다. 바람과 파도가 적고 평온한 바다날씨, 여기에 낚시가 이루어지는 해역 수온이 20도 이상이면 금상첨화다. 미끼는 새우를 닮은 인조미끼를 쓴다. 한치는 먹잇감을 사냥할 때 양쪽에 긴 다리(촉완)를 쭉 뻗어 낚아채는데 이를 이용 낚시를 ‘한치 메탈게임’이라 부른다. 1m 남짓한 채비의 맨 아래에는 추가 달린 메탈리스트가, 그 위에는 추가 없고 가벼운 슷테가 달리는데 모두 한치의 공격성을 자극하는 에기다.

여름철 무더위를 확 날려줄 한치 물회.

장비는 한치 메탈 전용 로드로 초릿대 휨새가 부드러우며 제법 심하게 구부러질 만큼 연질대라야 한다. 릴은 수심계가 표시되는 베이트 릴이 좋고, 낚싯줄은 PE 합사 1호에 메탈 게임용 채비만 결착해 메탈리스트(추가 달린 한치 전용 에기)와 슷테(추가 없는 한치 전용 에기)를 달면 끝난다. 출항지부터 포인트까지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낚시가 시작되면 선장이 말한 수심 또는 옆 사람이 한치를 낚을 때의 수심을 참고해 채비를 내린 뒤, 방정맞을 정도로 심하게 흔들어 준 다음, 그대로 두면 10~15초 안에 쭉 당기는 듯한 입질이 들어온다. 입질이 없으면 다시 흔들고 놓기를 반복한다.

한치 메탈전용 로드와 베이트 릴.

한치로부터 먹잇감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한치 전용 에기(메탈리스트).

오히려 갈치가 불청객이 되는 한치 낚시
사진처럼 갈치가 온전히 올라와 준다면 꿩 대신 닭이지만, 사실 저렇게 물고 올라오기도 전에 채비를 싹둑 잘라버린다는 점이 문제다. 한치 낚시에서 갈치와 삼치는 날카로운 이빨이 발달한 밤바다의 무법자로 이미 매달린 한치를 포식하기도 하며, 메탈리스트를 먹잇감으로 착각해 덤벼들다가 통째로 삼키는 경우가 많아서 낚싯줄을 끊어버리는 것은 물론, 거기에 달린 8000원 상당의 메탈리스트도 손실을 보게 해 골칫거리가 되곤 한다. 어떤 날은 희귀어류인 심해 투라치가 잡혀 낚시인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오징어류를 즐겨먹는 투라치는 가끔 자신의 서식지(400m 이상)를 잊고 수면 가까이 떠오르다 잡히는 경우가 있는데 흔치 않다. 산갈치와 더불어 태풍과 지진을 예고할 때마다 해안가로 떠밀려온다는 말이 있지만, 아직은 과학적으로 확실히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연어 떼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고 있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탈리스트를 감싸고 올라온 한치.

한치 낚시의 묘미는 역시 즉석에서 썰어 먹는 회가 아닌가 싶다. 한치 낚시를 하겠다면, 편의점 김밥이라도 싸 들고 오길 권하는데 초고추장만 있으면 근사한 한치 김초밥이 되기 때문이다. 싱싱한 한치는 라면에 넣어 끓여 먹어도 맛있고, 싱싱할 때 내장째 통째로 쪄 먹으면 별미다.

밤바다의 무법자 은갈치도 물게 하는 인조미끼의 힘.

한치 낚시는 수온이 관건인데 이는 전적으로 선장의 포인트 안목에 달렸다. 수온만 맞으면 처음 하는 사람도 충분히 먹을 만큼 잡을 수 있다. 다만, 뱃멀미에 취약하다면 꼭 멀미약을 먹고 배에 오르길 권하며, 출항 전 음주는 삼가는 것이 좋다.

뱃전에 즉석에서 썰어먹는 한치 김초밥.

한치 낚시는 인조 미끼를 쓰기 때문에 비린내를 묻히지 않는 깔끔한 낚시라는 점이 매력이다. 밤을 샌다는 점만 제한다면 여성분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만하고, 게다가 한치 하면 비싸고 맛 좋은 해산물로 유명하지 않은가? 싱싱할 때 냉동하면 횟감으로 사용 가능한 유통기한이 최소 6개월 정도 유지된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 썰어 먹으면 횟집 부럽지 않은 한치회가 되고, 그것을 얼음 육수와 양념에 말면 한치 물회가 된다. 여기에 한치 볶음, 한치 덮밥, 한치 통찜, 오삼불고기식 한치 두루치기까지 맛도 있으면서 요리 활용도가 무궁무진해 집에 가져가면 환영 받는 수산물이 아닌가 싶다.

한치회와 백된장소스.

한치가 잘 낚이는 시즌은 6~8월 사이. 일 년 중 해가 가장 긴 시기이므로 보통 오후 5시를 넘겨 출항했다가 다음날 새벽 4~5시쯤 입항하는 식이다. 그 사이 낚시인들은 40L 이상인 대장 쿨러에 가득 담아올 한치를 생각하며 만선을 꿈꾸는데 이것이 결코 베테랑 낚시꾼들에게만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니 올 여름이 가기 전에 한치 메탈게임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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