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바다에 책 읽으러 갈래요?
동쪽 바다에 책 읽으러 갈래요?
  • 조혜원 기자 | 조혜원
  • 승인 2019.07.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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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운영하는 속초 '동아서점'

3대를 이어온 동네서점

동아서점

동아서점은 1956년 문구가 주를 이루고 서적 판매를 겸하던 ‘동아문구사’가 전신이다. 전화번호는 301. 1966년 상호를 ‘동아서점’으로 변경하면서 잡지, 참고서, 등을 판매하는 서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2대 사장인 아들 김일수가 서점 운영에 합류한 80년대엔 학습 참고서가 호황을 이루며 ‘종로서적’, ‘고려서적’ 이라는 분점을 내기도 했다.

80~90년대는 월간지와 만화 주간지, 만화책의 시대였다. 연재 만화가 실리는 잡지를 손꼽아 기다려 다음 내용을 이어보던 때였다. 지금처럼 온라인 강의나 학원이 많지 않아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어요”가 거짓말이 아닌 시절이었다. 일주일에 두 세 차례 책이 가득 실린 트럭이 들어왔으며, 약 오백곳의 출판사와 직거래를 했다. 지역에서 책을 판매해 얻은 수익을 환원하기 위해 1989년부터 비영리법인 ‘일산장학회’를 설립해 저소득층 자녀를 돕기 위한 장학사업도 시작했다. 이 장학회는 서점 운영이 어려웠던 시기에도 손을 놓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서점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며 소매 매출이 하락한다. 동아서점은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 했다. 침체된 서점 시장에서 십년을 버텨오던 김일수 사장은 2014년 셋째 아들 김영건에게 서점 운영을 제안한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도 서점을 리뉴얼 하기 전이었다. 출판시장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시기에 지역의 작은 서점이 규모를 키워 확장 하는 건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오랜 세월 서점을 운영해 온 아버지는 “앞으로의 서점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하며 아들과 함께 서점을 대폭 확장 리뉴얼하기로 결정한다.

매장 크기를 약 3배 키우고, 단행본의 비중을 80% 이상으로 늘리고, 참고서의 비중을 20%로 줄였다. 도매상이 판매 순위에 따라 임의로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배본 방식이 아니라 모든 책을 직접 주문하기 시작했다. 동아서점에 들어서면 필요한 책만 사들고 돌아서는게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삼촌 방을 구경하듯 책장 사이를 탐험하게 된다. 김영건 매니저가 책 리뷰, 손님들의 취향, 개인의 안목을 더해 서가를 구성한다.

“책은 살아있는 분류와 죽어있는 분류가 있어요. 죽어 있는 분류는 삭막한 공간에서 책을 찾게 되는 거죠. 함께 있을 때 더 빛이 나는 책들이 있어요.”

좋은 서가 구성은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개인이 만드는 독립출판물 코너를 기획하기도 하고, 바다와 관련된 책을 모은 서가는 ‘낮에 해변에서 혼자’, 수공예 장인과 목공에 관한 책을 모아 둔 서가는 ‘손이 가르쳐주었다’ 등 주제별로 구성한 서가는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 1등부터 순서대로 줄을 맞춰 나열된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와 동아서점의 서가는 책이 나에게 말을 거는 온도가 다르다. 취향 맞는 친구들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을 해오는 기분이랄까?

그런 노력 덕분에 베낭을 메고, 오래 차를 타고, 우리나라 동쪽 끝 동아서점을 목적지로 삼아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 관심에 힘입어 동아서점의 이야기를 담은 <당신에게 말을 건다(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산문집을 출간하고 2018년엔 동아서점 62주년을 맞아 로고와 기념품도 만들었다. 3대를 이어 온 서점의 비법은 굳이 거창한 자부심이나 문화 사업에 대한 책임감 같은 걸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된다. 매일 서점 문을 열고 불을 켜고 책을 정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반복의 반복을 더해 현재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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