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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당모의] 선자령 바이브
[작당모의] 선자령 바이브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9.07.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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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야? 겨울이야? 계곡 트레킹

자연이 허락한 파라다이스, 강원도 선자령. 드넓은 초원, 우뚝 솟은 풍력 발전기, 양떼 목장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한다 하는 등산 애호가들의 최애 성지인 선자령으로 떠났다.

나를 채우는 일
돌이켜보면 에디터는 미션과 퀘스트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다. 오로지 재미를 위해 행동한 일은 음주가무 뿐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한 달에 한 번 즐길까 말까다. 소확행은 딴 세상 이야기다. 이런 성격 덕분에 원하는 것을 대부분 얻을 수 있었다. 지인들은 “독하다. 욕심쟁이다”라고 혀를 끌끌 찼지만 상관없었다.

최근에 모든 일이 버거워졌다. 인생 노잼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를 찾았지만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았다.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문제로 판단, 나를 채우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강원도 선자령 하이킹이다.

이번 산행은 하이킹 크루 ‘팀야수’의 멤버 주효석 씨, 송완선 씨와 함께다. 주효석 씨는 팀 야수에서 주로 영상 촬영을 맡아 주감독으로 불린다. 스노보드, 캠핑, 하이킹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다고. 송완선 씨는 특공대 장교 출신으로 인생이 아웃도어다. 등산, 캠핑, 백패킹, 카약킹은 물론이고 독도법, 매듭법 등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지식도 알고 있어 팀 야수에서 아웃도어 전문가로 통한다. 그들과 함께 선자령 들머리인 대관령 국사성황사로 떠났다.

선자령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과 강릉시 경계에 걸친 고개다. 백두대간 주요 능선이며, 높이는 1157m다. 대관령에 길이 나기 전 영동 지역으로 가기위해 나그네들이 넘나들었던 곳. 남쪽으로는 발왕산, 서쪽으로는 계방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보이고, 날씨가 좋으면 강릉 시내와 동해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드넓은 초원과 곳곳에서 보이는 풍력 발전기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아웃도어 피플의 최애 성지!

한여름에 겨울을 느끼다
하이킹 코스는 국사성황사~재궁골삼거리~샘터~선자령~전망대~KT송신소~국사성황사로 약 10km다.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국사성황사는 강원도 기념물 제54호로 국사성황(범일 국사)과 산신(김유신 장군)을 모시는 신당이다. 음력 4월과 5월에 대관령 산신제, 대관령 국사성황제, 여신행차 등 강릉단오제가 열린다. 영험하다고 알려져 많은 무당들의 굿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선자령 최단 코스 들머리이자 계곡을 따라 완만히 올라가는 코스기 때문에 하이킹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

다행히 날이 좋았다. 최고 기온 24도, 최저 기온 12도로 선선한 날이었다. 우리는 기분 좋게 선자령을 향해 걸었다. 등산로 초입 표지판엔 ‘선자령 정상 4.2km’. 부지런히 걸을 일만 남았다.

재궁골삼거리를 지나자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계곡이다. 선자령 계곡엔 전설이 전해진다. 선녀들이 아들을 데리고 선자령 계곡에서 목욕을 하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선자령(仙子嶺)의 명칭이 바로 이 전설에서 유래된 것. 그만큼 선자령 계곡은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중간중간에 있는 작은 폭포와 너럭바위가 계곡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선자령 계곡은 초입부터 계류가 풍부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누가 먼저 할 거 없이 계곡으로 뛰어들었다.

“으~ 차가워. 발이 얼겠어요” 조금 전만 해도 덥다며 징징거리던 에디터는 곧바로 온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냉기가 전신을 휘감았다. 효석 씨와 완선 씨는 시원하다며 연신 계곡을 뛰어다녔다. 허리춤이 다 젖는 것은 상관없었다. 바위에서 바위로 멀리 뛰기 게임을 벌이는가 하면, 야트막한 폭포를 거슬러 오르기도 했다.

별안간 짧은 비명이 들렸다. 이리저리 바위를 넘어 다니던 효석 씨의 다리가 삐끗한 것. 이끼 가득한 바위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미끄러졌다. 다친 곳은 없었지만 온몸이 계곡에 풍덩 빠졌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수영이나 실컷 하고 가야겠다”는 효석 씨다.

완선 씨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았다. 그는 떡 벌어진 어깨와 단단한 근육을 장착했을 뿐만 아니라 균형감각도 뛰어났다. 연신 넘어지는 효석 씨에게 “형, 운동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오늘 왜 그래”라며 애정 어린 농담을 던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갑자기 분위기 서바이벌?
물에서 놀면 평소보다 빨리 배고파진다. 효석 씨는 단 것이 당기는지 과자와 초콜릿을 꺼냈다. 눈치 백단 에디터가 급히 일행을 불러 모으고 도시락을 꺼냈다. 오늘 점심은 김밥이다. 에디터가 직접 김밥을 만드는 것은 무리, 횡계리 시내에 위치한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사 도시락에 넣었다. 편의점 메추리알조림, 콘 샐러드, 김치를 추가하니 멋들어진 도시락이 완성됐다. 세상 참 편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효석 씨와 완선 씨는 “도시락이 12첩 반상 수준”이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에디터는 그저 “허허”하고 웃었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신발과 양말을 벗은 뒤 계곡 한편에 있는 너럭바위에 자리 잡았다. 적당한 추위, 맛있는 도시락, 멋진 풍경, 유쾌한 사람들 덕분에 내면에 따뜻함이 차올랐다. 에디터가 감상에 빠진 사이, 효석 씨와 완선 씨는 지난해 계곡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년에 계곡 갔다가 죽을 뻔했습니다. 그때 충청도 계곡으로 팀 야수가 놀러 갔어요. 사실 그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하늘이 매우 맑은 거예요. 그래서 예보를 무시하고 계곡으로 갔죠. 신나게 놀고 텐트에서 자려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라고요. 얼른 장비를 정리하고 하산하려는데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서 출구가 차단됐었죠. 퇴로도 없었고요. 한밤중이었는데 다들 놀라서 발만 동동 굴렀어요. 다행히 자일을 가져온 크루가 있어 겨우 계곡을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니까요. 어마어마한 물살을 이겨내고 계곡을 건너는데... 생존의 위협을 느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폭우로 온 마을이 잠겼다고 하더라고요.”

안전한 계곡 트레킹 GUIDE
계속해서 물길을 건너야 하는 계곡 트레킹은 재미만큼 위험요소도 많다. 계류의 양, 유속, 이끼로 인한 낙상 사고, 저체온증 등 곳곳에 간과하기 쉬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안전한 계곡 트레킹 법에 대해 알아봤다.

1. 접지력 우수한 등산화와 스틱을 준비하라
아무리 잔잔한 계곡이라도 바위틈에 자라난 이끼에 미끄러질 수 있다.

2. 반바지보다 긴바지를 추천한다
뾰족한 바위가 즐비하고, 수풀을 헤치는 구간이 많아 뜻밖의 생채기를 얻을 수 있다.

3. 드라이 백을 챙겨라
계곡의 깊이는 천차만별이다.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담는 완전 방수 배낭이 필수다.

4. 여분의 옷을 상비하라
계곡물은 한여름에도 매우 차다. 도강과 물놀이 등으로 체온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

5. 날씨를 확인하고 자일을 갖춰라
비가 내린 직후에는 자일을 챙기는 게 좋다. 카라비너나 퀵드로를 준비하면 더욱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다.

미친 풍경, 선자령
계곡 길이 끝나자 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선자령에 도착했다. 파란 하늘과 드넓은 초원이 맞닿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발왕산과 용평리조트 스키장의 풍경은 물론이고, 시선을 아래로 옮기면 목장에서 뛰노는 양떼도 보였다.
“와, 오늘 날씨 정말 좋다”
“선자령에 열 번 넘게 와봤는데 저 멀리까지 깨끗이 보이는 건 처음이에요”

이국적인 풍경에 탄성이 터진다. 갑자기 효석 씨가 가방에서 드론을 꺼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드론을 띄워 기록해야 한다는 그다. 요란한 소리를 내던 드론이 머리 위로 날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 옆에 있던 완선 씨가 효석 씨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형, 드론 사라진 거 같은데”

당황한 효석 씨는 조종 리모컨을 재빨리 살폈다.
“드론은 잃어버리는 게 묘미지”라고 효석 씨가 말했지만, 말투엔 당황스러움과 슬픔이 묻어있었다. 우리는 드론을 찾기 위해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봤다. 다행히 요란한 드론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효석 씨는 미소를 되찾았다.

이제 하산할 시간이다. 작년만 해도 선자령 백패킹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4월, 강원 동부지방산림청에서 산림 내 야영 및 불법행위 특별 단속을 시작했다. 선자령 백패킹 단속에 걸린다면 한 사람당 최대 1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실제로 선자령 곳곳에 캠핑 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LNT(Leave No Trace), 친환경, 필환경이 유행이다. LNT를 실천하는 캠퍼나 백패커도 종종 보인다. 효석 씨와 완선 씨가 활동하는 팀 야수도 LNT를 실천한다. 반드시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와 버리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심지어 캠핑 중 나온 쓰레기를 근처 마을에 버리거나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리지 않는다. 그 또한 다른 사람의 수고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본인 스스로가 처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에필로그
의자 나무가 보인다. 선자령 하산 길에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인생샷 포인트다. 진귀한 모양의 의자 나무엔 두 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다. 의자 나무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산을 재촉하는 일행에게 에디터가 볼멘소리로 투덜댔지만 소용없다. “얼른 내려가서 진태원 탕수육 먹읍시다” 진태원은 에디터 최애 탕수육을 판매하는 강원도 횡계리의 맛집 중 맛집이다. 에디터의 입맛을 아는 사진기자가 탕수육으로 회유했다. 오예~ 탕수육 한 마디에 선자령의 아쉬움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빨리 진태원 가야지~(알고 보니 당일 진태원은 휴무였다. 에디터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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