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숲을 선물합니다
당신에게 숲을 선물합니다
  • 조혜원 기자 | 양계탁
  • 승인 2019.06.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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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래닛 정민철 이사

쓸쓸한 내 방을 싱그럽게 만들어주는 반려나무를 입양하면, 더불어 황량한 사막을 숲으로 만들 수 있다. 황당하지만 현실 가능한 이야기다. 트리플래닛 정민철 이사는 작은 한라봉 나무를 픔에 안고 초여름 반짝이는 연두빛 같은 웃음을 지었다.

트리플래닛을 소개해 주세요
잊어서는 안 될 사건을 기억하고 희생자와 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숲, 지진으로 피해를 본 농가에 지속 가능한 소득을 주는 커피나무 농장,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숲 장벽 등 개인의 노력이 담긴 숲 조성을 통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사회 혁신 기업입니다.

원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남들처럼 환경문제에 심각하게 관심이 있진 않습니다 단지 자연이 좋았죠. 유학 시절 선진국에서 온 친구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게 신기했어요. 대형마트가 아닌 지역 마트를 이용해야 한다거나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자기만의 가치관이 확고한 친구들이 많았죠. 오스트리아 출신 룸메이트는 어머니가 환경선생님 인데다가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텃밭 교실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환경 교육을 받았다더라고요. 우리도 환경 교육을 하면 재미있겠다 싶었죠. 군대에서 시간이 많으니 환경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리고 군대에서 트리플래닛 공동창업자인 김형수 대표를 만났습니다.

처음엔 나무 키우기 앱으로 시작하셨죠?
2010년 스마트폰 나무 심기 게임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게임 속에서 나무를 키우면 실제 나무가 심어지는 게임을 통해 110만 명의 사용자가 몽골과 중국 사막에 43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모래 언덕이 숲으로 바뀌었어요. 다음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스타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스타의 이름으로 숲을 조성하는 기부캠페인으로 ‘소녀시대 숲’ EXO 숲 등이 탄생했죠. 그렇게 트리플래닛이 점점 알려지고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다양한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참여 크라우드 펀딩으로 팽목항에서 4.16km 떨어진 곳에 세월호 기억의 숲을 조성했습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공원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도 조성했죠. 네팔, 르완다 등 커피나무 농장을 운영하는 파트너들과 협력해서 기존의 커피나무 농장을 자연 친화적으로 만드는 일도 합니다. 커피나무는 수확의 편리를 위해 2~3m 높이까지만 키웁니다. 바나나, 구아바 등 키가 큰 과실수를 커피나무와 함께 키워서 토양도 비옥하게 만들고 과실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과실수가 생기면 동물도 찾아오고 생태계가 좋아지는 선순환 역할을 해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커피를 소재로 숲을 만드는 일과 연관 짓는 거죠.

반려나무 프로젝트는 뭔가요?
요즘엔 야외에 숲을 조성하는 것에서 확장해 실내 숲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야외활동의 제약이 많잖아요. 숲에 대한 정의를 바꿔보자. 숲을 나에게 더 가까이 만들자는 취지로 반려 나무 입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교 숲을 조성하고 개인이 집에서 숲을 조성할 수 있도록 반려나무 키트를 구성해 판매합니다. 내 반려나무만 가지는 고유번호인 출생 태그를 단 나무와 식물 양육 안내서가 함께 들어있죠.

학교에 숲을 조성한다고요?
미세먼지 문제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반 아파트 기준으로 대형나무 3.6개 혹은 중소형 나무 7~10그루를 비치할 경우 실내 미세먼지 정화 효과가 있습니다. 개인이 반려나무를 입양하거나 기업의 후원으로 학교에 숲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초등학교 교실 안에는 실내 공기정화 반려나무를 배치하고, 학교 주변에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방풍림을 심어 미세먼지 취약계층인 어린이들이 건강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반려나무를 돌보며 자연을 더 가까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한화와 함께했던 태양의 숲 프로젝트입니다. 2013년에 중국에 조성한 숲이죠. 처음엔 사막이었는데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는 숲이 됐어요. 현지 지자체와의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숲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입니다. 태양광 패널을 깔고, 그 전기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묘목장을 짓고 어린나무를 사막에 심은 다음 고무관으로 나무 한 그루마다 물줄기를 넣어줬습니다. 일반 주민들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했어요. 사막이 숲으로 바뀌는 건 기적이 아니라 모두의 노력 덕분입니다.

점점 넓은 영역의 환경문제로 확장되고 있는 듯합니다. 또 다음 계획은 뭔가요?
처음 시작은 손에 잡히지 않는 상품인 애플리케이션이었다면, 다음은 실제로 가볼 수 있는 숲, 가족이 함께 갈 수 있는 숲을 만들었죠. 지금은 집에서 키울 수 있는 나무를 만들었으니 그 다음은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반려 나무를 입양해도 물주는 방법도 제대로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자연과 거리가 많이 생겼다는 거죠. 초등학교에 숲을 조성하는 일이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나무를 돌보며 함께 자라고 저희가 조성한 숲으로 소풍을 가면서 어려서부터 숲과 자연을 가까이한다면 환경이 의식을 가지고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을 테니까요.

가볼 만한 숲을 추천해 준다면?
마리몬드와 함께 조성한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이요. 상암월드컵경기장 옆에 평화의 공원이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어르신들과 시민, 정원 작가가 모두 함께 한땀한땀 만든 숲이라 의미도 깊어요. 관리도 잘 되고 있어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는 숲이죠. 팽목항 가는 길에 있는 세월호 숲도 꼭 한번 가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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