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사이트
뉴질랜드의 환상적인 액티비티를 만끽하다
뉴질랜드의 환상적인 액티비티를 만끽하다
  • 글 사진 박재희
  • 승인 2019.05.20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레포츠 천국에서 즐기는 번지점프, 탬덤 스카이다이빙, 짚라인 투어

뉴질랜드에는 어느 곳으로 시선을 돌려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순도 높은 청량함이 있다.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질 것 같은 크리스탈 하늘에 눈부신 순백으로 빛나는 만년설과 구름,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평원에 ‘청정 자연’이라는 표현은 너무 초라하다.

보는 자연의 세계보다 더 좋은 것은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이다. 미세먼지에 눈이 뻑뻑하고 숨쉬기 답답하던 한국을 벗어나 원시의 숲을 걷고, 별이 무겁게 쏟아지는 야생의 트램핑을 했는데도 왠지 아쉬웠다.

흔한 말로 ‘레포츠의 천국’이라는 뉴질랜드를 경험하지 않고 그냥 지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 의례라도 치르는 것처럼 우리는 가능한 많은 방법으로 몸의 세상을 경험하기로 했다.

발아래 강물은 급류로 이어진다. 번지 점프대 난간을 놓지 못한 팔과 두 다리는 빠르게 털기춤을 추며 한참 동안 펄럭거렸다. 하늘을 향해 있는 힘껏 펴고 뛰어 봐도 몸은 떠오르지 못하고 강물로 떨어진다. 번지 점프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성인식 통과의례였다. 최초로 번지점프가 시작된 카와라우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며 혈관을 타고 폭주하는 아드레날린을 즐겼다면 비로소 뉴질랜드만의 거칠고 짜릿한 세계에 신고식을 치른 것이다.

번지 점프 후에는 한 마리의 새처럼 하늘을 누비고 싶어진다. 패러글라이딩 아니면 4500m의 높이에서 시속 200km로 하강하는 탠덤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할 차례다. 안전지상주의자였던 사람들도 이곳에서는 오로지 위험에 빠지고자 돈을 내고 줄을 서게 된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겨우겨우 마음을 잡아 봐도 거친 심장박동으로 온 몸이 휘청거렸다. 40초간의 자유낙하. 독수리처럼 여유 있게 하늘을 누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강 로켓처럼 지상으로 떨어지는 경험이었다. 아득하고 짜릿하게 그렇게 하늘을 날았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들은 대부분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다.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사람은 어쩌면 너무나 잘 훈련된 사람일 것이다. 정해져 있는 것 외에는 상상하지 않도록, 누군가 지시한 것들을 따르는 삶을 살도록 말이다. 불안하고 미숙하지만 도전하겠다고 우리는 성인식을 치렀다. 번지점프를 하고 스카이다이빙을 한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늘을 나는 동안 우리는 어린 시절에 상상했던 대로였다.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거야!’ 비록 꾸역꾸역 살아내는 성인이 되어버렸지만 예전에는 우리도 어른이 되면 정말 근사할 거라고 믿지 않았던가? 수정처럼 맑은 호수와 눈 덮인 산줄기 위를 높이높이 날아오르는, 짧은 순간 나는 멋진 어른이었다.

로토루아는 끓어오르는 머드풀과 분출하는 간헐천, 자연 온천지로 유명하다.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대에 위치한 로토루아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열지대에 속해있다. 화산 활동 덕분에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유황냄새와 떠다니는 증기 구름이 선사시대를 연상시켰다. 생태 보호지역인 원주민 숲을 걷고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실버펀Silver Fern과 수 천종의 식물로 이루어진 삼림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짚라인 투어까지 경험한 후에 가장 다채롭고 독특한 지열 공원 와이오타푸Wai-O-Tapu에서 신비한 자연 현상을 직접 보기로 했다.

‘고사리가 나무처럼 수 십 미터 높이로 자라는 숲’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원주민의 숲으로 보전된 마무카 포레스트Mamuku Forest에서 보니 뉴질랜드는 진정 고사리의 나라였다. 마오리 원주민이 가장 신성시하는 문양이 고사리인 것도, 뉴질랜드 항공사의 꼬리를 장식하는 대표 무늬 역시 고사리인 것까지 당연하게 느껴진다. 500헥타르의 천연 삼림에는 자연을 그대로 보전하면서도 숲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1.2km의 짚라인, 그리고 구름다리를 건너며 숲을 지나는 세 시간 반짜리 캐노피 투어를 했다. 번지점프와 스카이다이빙에 이어 짚라인 투어까지 싫지만 피할 수 없는 순서는 체중을 재는 것이다. 몸무게에 맞는 안전 장구를 착용해야하니 별 수 없다. 수 십미터 높이에서 와이어 하나에 의지해 숲과 계곡을 지나는 일이니 안전이 제일이다. 최대 열 명까지 한 팀씩 안전 브리핑을 받았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외부인의 출입이 불가능한 숲으로 들어가 타잔처럼 원주민 숲을 탐험하는 캐노피 투어에서 총 여섯 번의 짚라인을 탄다. 울창하고 깊은 숲의 계곡을 지나는 짚라인 타기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짜릿하다. 500년이 넘은 리무트Rinmu tree에서 짚라인 타기 못지않게 아니, 더 좋았던 것은 이끼향에 푹 잠겨 싱그러운 숲을 걷는 것이었다. 자연을 보전하는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라 할 수 있을 뉴질랜드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도보 루트를 설계했다. 빼곡하게 자라 하늘을 컴컴하게 가린 숲을 걸을 때는 마치 처음 이 땅을 발견한 사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뉴질랜드에 처음 서구인들이 도착했을 당시 숲은 새들의 세상이었다고 한다. 어찌나 새가 많았는지 시끄러워 잠을 잘 수도 없어서 개척민들은 숲에서 2km나 벗어난 해안가에 숙소를 지었다고. 짚라인을 타면서도 시끄러울 정도로 새가 많았다는 와일드한 숲,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원시 그대로의 자연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뉴질랜드는 두 개의 지질구조판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수많은 지열 활동이 발생하고, 지각을 통해 따뜻한 물이 솟아오른다. 이런 온천수에는 암석 사이를 흐르며 생성된 무기물이 들어있어서 보고도 믿기지 않는 빛깔은 보석처럼 아름답고, 때로는 지옥불을 연상시키는 공포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와이오타푸 원더랜드에서 지루할 틈 없이 신비한 자연 현상에 푹 빠져들어 진흙이 끓고 증기가 땅에서 솟아오르는 경이로움 속을 걸었다. 무지개빛으로 펼쳐진 예술가의 화폭과 악마의 욕조, 계속해서 흘러내리며 자라는 석회식물은 달 표면을 상상하게도 한다.

사람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답고 사치스러운 탈것이라면 요트가 아닐까? 오늘날 요트는 이동을 위한 탈것이 아니다. 오로지 즐거움에 복무한다. 파란 하늘에 한껏 돛을 올리고 바람을 가르는 요트위에 누운 사람의 모습은 성공, 낭만 그리고 가장 사치스러운 휴식의 메타포가 된다. 아드레날린 러시라고 부르는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한 번쯤은 상상해 봤던 그 사치를 허락하기로 했다.

로토이티Rotoiti 호숫가 절벽에는 마오리가 암각화를 그려놓은 성소가 있다. 절벽과 가깝게 요트를 세운 후 고요속에서 바람이 지나고 가마우지가 능숙하게 물고기를 잡는 것을 바라보았다. 요트 위에서 온 몸으로 햇살을 누리기도 했다. 로토이티 호숫가에는 힐링 여행의 정점을 찍을 만한 천연 온천 스파가 있었다. 호수에 몸을 던져 수영을 하고 그대로 스파에 걸어 들어가 다시 몸을 덥히기를 여러 차례, 로토이티 호수는 지는 해를 안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요트항해의 헤드라이너는 노을이다. 햇살이 금박처럼 가루가 되어 수면으로 녹아들고 있을 때, 할 일을 마친 요트와 우리에게도 ‘몸으로 놀기’를 마칠 시간이었다.

지칠 때, 생각이 너무 많을 때, 살아 있다고 느끼기 힘들 때, 이럴 때 할 일은 몸에 집중해 살아보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일상에 매몰되고, 스스로 내 존재를 확인할 방도가 없을 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웃도어의 시간은 자연이란 안락하거나 상냥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수많은 생물중 인간은 하나의 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려줬다. 거칠게 살아 숨 쉬는 지구 자연은 지금도 어마어마한 힘으로 파괴와 창조를 거듭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 나의 일상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 주는지 모르겠다. 설명할 방도가 없다. 하지만 나의 에너지 눈금이 꽉 차오른 것을 느낀다.

시시한 의심이 고개를 들면 문을 열고 나갈 것이다. 아웃 도어! 땀을 흘리고, 터질 듯한 심장 박동을 확인하는 동안에는 누구도 ‘왜 사는가?’ 따위를 생각하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