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아그네스 직원들의 CDT 도전기
빅아그네스 직원들의 CDT 도전기
  • 김경선 부장 | 자료제공 넬슨스포츠
  • 승인 2019.05.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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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 투 백야드 랠리’ Part2

케이티 휴즈Katie Hughes/빅 아그네스 이커머스 마케팅 매니저
담당 구간: 14번, 24번
기간: 4일
거리: 67km
상승 고도: 1568m

2018년 빅 아그네스의 계획은 예년 보다 좀 더 화끈했습니다. 아주 흙밭에서 제대로 구르고 잠을 잘 팀을 꾸린 거죠.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2017년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 연맹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콜로라도 스팀보트 스프링스 인근의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에 120km 코스를 추가했거든요. 우리는 코스 확장과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 40주년, <국립 트레일 보호법> 제정 50주년을 기념하고자, 지난여름 릴레이 방식으로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의 전체 코스 중 콜로라도주에 있는 전 구역을 하이킹하기로 했습니다. 이쯤 되면 아마도 궁금하실 것 같아요. “대체 이런 아이디어는 누가 낸 거고, 이걸 어떻게 한 거지?”

트레일 코스 확장 계획을 세운 뒤, 빅 아그네스는 자회사인 <BAP>, <Honey Stringer>와 함께 이번 행사가 단순히 스팀보드 지역 내의 화제로 그치지 않고 더 멀리 전파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많은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무언가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뭘 할 수 있을까? 늘 해왔던 것처럼 기념 티셔츠를 만들거나 파티도 열고 SNS로 홍보도 해보고, 뭐 다 좋은 방법이죠. 하지만 뭔가 좀 더 임팩트 있는 게 필요했어요. 그러다 ‘우리 직원들이 직접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을 여행하면 어떨까?’란 얘기가 나왔고 결국 CDT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무사히 완주했습니다. 지난여름 우리가 달성한 건 단순히 1200km라는 물리적 거리만은 아닐 거예요.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성취였다고 생각합니다.

맥 매시마이어Mack Maschmeier/빅 아그네스 그래픽 디자이너
담당 구간:
3번, 24번
기간: 5일
거리: 76.3km
상승 고도: 3351m

제가 맡은 산 후안 마운틴 구간에 수직 코스가 많다는 건 사전에 알고 있었어요. 문제는 제 몸이 해발 3650m에서 나흘 동안 하루 평균 20km를 걸을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거죠. 5km 코스 프로그램 정도는 남녀노소 누구나 해볼 만한 수준이지만 책상머리에 앉아 일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셰르파가 되려 하니 너무 괴롭더라고요. 운 좋게도 제가 맡은 구간에선 비 한 방울 없이 맑은 날씨가 이어졌어요.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 4270m 정상에 오르자 눈부신 햇살이 온몸을 휘감았죠. 하지만 감동도 잠시, 그 정도 높은 고도에선 그늘을 만들어줄 나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내리쬐는 태양빛에 저와 동료들은 점점 지쳐만 갔고 매일 저녁 베이스캠프에 다다를 때면 오직 식욕과 수면욕만 남은 상태였어요.

드디어 마지막 밤, 베이스캠프에서 우연히 빅 아그네스 팬을 포함한 몇몇 다른 백패커들과 마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르트 텐트 데크에 누워 태어나 처음 보는 쏟아지는 은하수에 감탄하며 잠들었어요. 그날 저녁에 본 따뜻하고 매혹적인 보름달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동안 이겨낸 고통 이상의 보상이었죠. 불과 얼마 전까지 저질 체력에 초짜였던 저에겐 이제 산을 향한 넘치는 감사함과 앞으로 언젠가 또 있을 장거리 하이킹 여행에 대한 기대만이 남아있습니다.

윌 맥엘웨인Will McElwain/빅 아그네스 제품 디자이너
담당 구간:
2번(울프 크릭 패스~헌치백 패스)
기간: 7일
거리: 135km
상승 고도: 5350m

2000년대 초였어요. 미국 콜로라도주 텔루라이드에서 스키 여행을 즐기며 산 후안 마운틴과 사랑에 빠졌죠. 거친 지형과 혹독한 추위, 그러면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단풍에 끝없는 광활함까지. 그 다채로운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었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산 후안 마운틴이 포함된 2번 구간을 선택한 일도 다분히 의도적이었습니다. 멋진 도전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다른 그 어떤 구간보다 마치 내 집처럼 느껴졌거든요.

2구간의 총 거리는 135km였어요. 물론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의 거대한 규모에 비하면 그렇게 긴 편도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이 해발 3300m 이상이고 심지어 4500m가 넘는 곳도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가 몰아치기도해 더욱 특별했어요. 바로 제가 원했던 것들이기도 하고요.

처음 며칠 동안은 심각할 정도로 비가 오지 않았어요. 그로 인해 물 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었죠. 매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게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갖고 있는 병마다 물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런데 원정 막바지에 가서는 정반대의 문제에 부딪혔어요. 번개와 우박을 동반한 물 폭탄이 떨어졌거든요.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운 좋게 별다른 심각한 부상 없이 무사히 제가 맡은 구간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시작 때보다 한결 가벼워진 배낭, 행복한 기분, 드라마틱한 느낌의 사진, 그리고 근사한 경험담과 함께 돌아왔죠. 아, 물론 물집 몇 개도 함께요.

브렛 버클스Brett Buckles/빅 아그네스 마케팅 컨텐츠 전문가
담당 구간:
15번, 20번
기간: 3일
거리: 49km
상승 고도: 900m
(말 액슬 로즈와 함께 24km 이동)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저도 그랬고, 제가 타고 있던 말 엑슬 로즈도 그랬을 겁니다. 제가 맡았던 20번 구간은 더몬트 호수부터 스팀보트 스프링스 북쪽 래빗 이어스 패스 꼭대기의 서미트 호수에 이르는 코스였습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트레일과 함께 시작된 우리의 여정은 끝에 가서는 첫눈이 내리는 말도 안 되는 전설 같은 이야기로 마무리됐죠. 낮에 지나온 환상적인 트레일, 파히타가 함께한 근사한 저녁 식사, 동료들과의 웃음꽃이 피는 대화. 어느새 피곤이 몰려왔고 이른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텐트 플라이 위로 갑자기 세찬 빗방울 소리가 들려왔고 불안한 마음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갖고 있던 모든 방수 재킷을 걸쳐 입고 저보다 더 추웠을 액슬 로즈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텐트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의 가여운 순종 경주마는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더군요. 비를 맞으며 귀를 접고 뒷다리 사이로 꼬리를 바짝 말아 올린 채 말이죠.

그때 갑자기 비가 진눈깨비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이윽고 바람이 몰아치고 기온도 급격히 더 떨어졌죠. 콜로라도 겨울 최대 강설량 수준의 눈이, 그것도 8월 말에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받아들이기도 전에 말이에요.

켈리 넬슨Kellie Nelson/빅 아그네스 딜러 서비스
담당 구간:
5번, 9번, 13번, 18번
기간: 10일
거리: 194km
상승 고도: 7919m (9일간 179km를 자전거로 이동)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은 한 마리 사나운 맹수와 같아요. 마지막 남은 살점까지 뼈에서 발라내 버릴 듯 달려드는 무서운 기세. 너무나 위험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맹수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죠. 로키산맥의 한가운데도 마찬가지였어요. 오르고 또 오르고, 끝까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기어이 정상에 도달하기까지 아주 혹독한, 아주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죠.

전 이런 도전이 얼마나 힘들지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줄 알았죠.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에서 저는, 쉽게 말해 완전히 박살이 났습니다. 쏟아지는 눈물을 삼켜보려 이를 악물었지만 소용없었고 산소가 필요했지만 호흡은 너무 가빴어요. 나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고 혹독한 현실을 이겨 내려는 노력은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죠. 그러자 그때 오히려 제 안에서 뭔가 강한 힘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알 수 없는 자부심이 생겨나는 것 같았어요. 이윽고 마침내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고 제 자신만의 호흡을 되찾게 되었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결코 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그제서야 트레일이 나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내가 트레일로부터 많은 걸 얻는 것이란 걸 알았죠.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긴 여정의 끝에서 비로소 제가 누구인지 기억해 냈습니다. 저는 로키산맥의 한복판에서 더 나은 내가 되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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