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부 레인보우 브릿지
미서부 레인보우 브릿지
  • 글 사진 앤드류 김
  • 승인 2019.05.10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이 만든 다리

1910년, 윌리엄 태프트 미국 대통령은 자연이 만든 경이로운 다리를 마주한 후 “기막힌 물줄기의 침식이 엄청난 다리를 만들었군요”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이 다리를 레인보우 브릿지라고 명명하고 국립 유적지로 등록했다.

미서부 유타주 남단에 위치한 레인보우 브릿지로 가기 위해서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자동차로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하고 5시간 이상 산행도 해야 한다. 그래서 방문객 대부분은 유타주와 애리조나주 경계 지역에 위치한 와윕 마리나Wahweep Marina 포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파웰 호수를 건너 레인보우 브릿지로 향한다.

파웰 호수와 레인보우 브릿지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1929년 10월 후버 대통령이 후버댐을 건설했다. 그런데 후버댐으로 만들어진 인공호수 바닥에 콜로라도 강에서 내려온 토사물이 쌓였고 후버댐이 점점 매몰되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콜로라도주 로키산맥에서 발원돼 뉴멕시코만으로 빠져나가는 약 2330Km 긴 콜로라도 강 중간 부분에 글랜댐을 건설했다. 글랜댐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가 바로 파웰 호수다. 파웰 호수 덕분에 험난한 비포장도로를 운전하거나 다섯 시간 이상 산행하지 않고 레인보우 브릿지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파웰 호수 북쪽으로 뱃머리를 돌린 유람선이 왕복 6시간 정도 소요되는 레인보우 브릿지를 향해 힘차게 달린다. 유리처럼 투명한 호수 양 옆으로 하늘 높이 솟아 오른 형형색색 붉은 바위도 절경이다.

미로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수로를 달려 레인보우 브릿지 선착장에 도착했다. 모래와 자갈길을 한참 걷다 보니 레인보우 브릿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약 84m, 높이 90m에 육박하는 규모다. 모습도 멋지다. 이 세상 어떤 다리보다 붉고 우아하다. 가운데 깊은 협곡을 두고 하늘 위로 버티는 모습이 무지개처럼 보인다.

삼천 만 년 전, 지하수가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고, 바람과 비의 풍화 침식을 거쳐 레인보우 브릿지를 만들었다. 만 년 전엔 인디언들이 레인보우 브릿지를 신의 다리라고 명하고 다리 아래로 다니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거대한 레인보우 브릿지에는 인간이 쉽게 범접 할 수 없는 태고의 기운이 느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