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산에서 나는 태국 유기농 커피
코끼리 산에서 나는 태국 유기농 커피
  • 김경선 부장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9.04.12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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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땅 도이창에서 만난 커피농장과 카페

도이창 Doi Chang
도이창Doi Chang. 커피를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한국에서 커피 브랜드로 알려진 도이창은 태국어로 ‘코끼리 산’이라는 뜻의 고도 2175m의 산이다. 태국의 76개 주 중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치앙라이는 고도가 높고 사계절 선선하며 건조한 날씨로 커피 생산에 최적의 기후를 자랑한다. 이중 도이창은 고도 1000m를 넘나드는 산간지대로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기 적합하다.

도이창의 몽환적인 풍경.
도이창의 몽환적인 풍경.

태국 가장 북부에는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이 있다. 메콩강을 경계로 태국, 미얀마, 라오스 3개국 국경이 만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국경지대다. 지금은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핫플이지만 1950~80년대까지 세계 최대 아편 생산지였다. 1969년 태국 푸미폰 국왕의 어머니 스리나가린드라 대비가 아편 대신 커피 재배를 독려하는 ‘로열 프로젝트Royal Project’를 시행하면서고산족들은 아편 대신 커피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도이창도 마찬가지. 도심과 떨어진 교통 오지, 산간지대의 열악한 환경 등으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던 고산족은 로열 프로젝트를 계기로 커피 생산을 주업으로 삼았다.

와위 오가닉팜에서 운영하는 러닝센터.
와위 오가닉팜에서 운영하는 러닝센터.

아카족이 만드는 공정무역커피
태국 북부 제2의 도시 치앙라이에서 70km 떨어진 도이창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고개를 넘나드는 여정이다. 한계령옛길 못지않은 고갯길을 한참을 달리고, 사륜구동차로 갈아타기까지 했다. 차는 반도이창으로 고도를 높였다. 미로 같은 마을에서 길을 잃기를 몇 번, 드디어 목적지 와위 오가닉 팜Wawee Organic Farm에 도착했다.

와위 오가닉 팜은 아카족 후예가 운영하는 커피농장으로 7200평 규모에서 오가닉 커피를 생산한다. 아라비카와 로바스타 품종을 메인으로 게이샤 같은 다양한 스페셜티를 테스트하며 품종 확산을 위해 노력중이다. 와위 오가닉 팜은 연간 300~500톤의 커피를 생산하며, 스페셜티도 50톤가량 출하한다.

와위 오가닉팜은 기계를 이용해 빠르고 깨끗하게 그린빈을 생산한다.

다비 주포Dabi Jupoh 와위 오가닉 팜 대표는 일행을 러닝센터Learning Center로 안내했다. 1만 명이 사는 반도이창은 인구 100%가 커피산업에 종사한다. 제2의 직업을 가지기도 하지만 메인은 커피다. 그만큼 반도이창에서 커피의 위상은 어마어마하다. 태국 최고의 커피생산지를 찾아오는 관광객이나 커피 애호가들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하는 러닝센터 역시 와위 오가닉 팜을 포함해 10여 개나 된다. 러닝센터는 산간오지에 자리했다는 게 무색하게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췄으며, 반도이창의 고산족 마을과 커피농장을 한 눈에 바라보는 전망대 역할도 한다. 농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자니 멀미로 시달린 뱃속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1000m 고지에서 수확한 생두를 말리는 와위오가닉팜.

다비 주포 대표는 반도이창의 커피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고도와 기후 덕분이라고 했다. 농장과 러닝센터의 고도는 1200m, 반도이창에서 가장 높은 지대는 1365m에 달한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커피 품종은 아라비카다. 아라비카는 고도 800m 이상에서 가장 맛이 좋다. 지구온난화 탓에 커피 재배지의 고도는 점차 높아져야하는 상황. 반도이창에서는 1000m 이상에서만 커피를 생산한다.

와위 오가닉팜은 커피 과육을 분리한 후 퇴비로 사용한다.

수확과 숙성, 세척을 마친 그린빈.

와위 오가닉 팜에서 출시하는 커피 브랜드는 <69>, 태국어로 ‘호카오Hok Kao’다. 대표를 따라 호카오 커피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100% 오가닉 커피만 생산하는 와위 오가닉 팜은 반자동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수확한 체리빈이 그린빈이 되는 과정은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대표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의 웨트 프로세스 과정을 설명했다. 먼저 수확한 체리빈을 씻는다. 이때 불량한 체리빈을 선별한다. 세척을 마친 체리빈은 과육과 씨를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나온 과육은 숙성해 화학적 비료 대신 퇴비로 사용한다. 과육과 분리한 그린빈은 하루 동안 숙성한다. 숙성은 커피의 맛을 더 달고 깊게 만든다. 숙성을 마친 그린빈은 다시 세척 과정을 거쳐 12시간 동안 물에 불린다. 이때 물의 성분이 그린빈에 침투하기 때문에 물이 좋아야 맛있는 커피가 만들어진다. 그린빈은 다시 10~15일 건조 과정을 거친 후 6개월간 방치한다. 비로소 로스팅을 할 수 있는 그린빈이 만들어진다.

다비 주포 대표가 커피나무를 보여주며 식생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태국의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는 도이창Doi Chang, 와위Wawee, 도이퉁Doi Tung, 아카야마Akha Ama다. 에디터가 방문한 반도이창의 커피농장은 와위 커피를 취급한다. 와위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며 커피 맛이 궁금했다. 일행의 요청에 러닝센터 직원이 질 좋은 원두로 핸드드립커피를 내왔다. <69> 커피는 산미가 적고 바디감이 높은 편이었다. 입안 가득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에 여독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러닝센터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도 운영한다. 커피를 사랑하는 에디터가 ‘한 달 살기’를 실현하고픈 공간이었다.

와위 오가닉팜에서 나는 호카오 커피.

도이창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방법
다음 목적지는 아본조 커피Abonzo Coffee다. 3년 전 도이창에 문을 연 이후 세련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맛 좋은 커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카페다. 아본조 커피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관령처럼 야트막한 구릉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드라이브 코스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가 아니라도 이만한 고원 풍경이라면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반 도이창의 명물 아본조 커피.

길의 끝에서 만난 아본조 커피는 듣던 대로 세련되고 우아했다. 첫눈에도 이곳이 반도이창의 힙플임을 알아챘다. 카페로 들어서자 향긋하고 고소한 커피 향이 코끝을 파고들었다. 태국 북부 산간벽지에 이렇게 감각적인 카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아본조는 커피와 원두를 판매하는 카페이자 커피 메이킹 체험 장소다. 일행을 맞이한 아본조 커피 대표는 도이창의 다양한 커피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로스팅과 핸드 드립을 직접 시연했다.

도이창에서 그린빈이 만들어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드라이 프로세스, 웨트 프로세스, 허니 프로세스가 대표적이다. 기본은 체리빈이다. 커피나무에서 수확한 열매는 체리빈이라고 하며, 일종의 과일이다. 색은 빨간색과 노란색이 있는데, 빨간색 커피열매가 일반적이다.

아본조 커피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되는 원두를 소개한다.

그린빈이 되는 과정은 체리빈을 어떻게 까서 건조하느냐에 달렸다. 먼저 드라이 프로세스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했다. 물이 많지 않은 아프리카에서는 체리빈의 과육을 벗기지 않고 바로 말리는 방식을 취했다. 30일간 체리빈을 말린 후 껍질을 벗겨 그린빈을 만든다. 이렇게 생산된 커피를 내추럴 커피라고 하며 일반적인 커피에 비해 맛이 더 깊다.

아본조 커피는 신선한 생두를 직접 로스팅해 사용한다.

허니 프로세스는 말처럼 원두에 단맛을 내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체리빈의 과육을 벗길 때 씨 겉 부분의 막을 벗겨내지 않고 말린다. 이때 남아 있는 막에서 달콤한 성분이 씨에 스며들어 커피에 단맛을 더한다.

아본조 커피에서 사용하는 그린빈과 로스팅 기계.

마지막으로 가장 일반적인 웨트 프로세스다. 체리빈의 과육을 완전히 벗겨 건조한 후 6개월간 보관해 로스팅한다. 커피 농가가 가장 많이 하는 프로세스로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보통 웨트 프로세스가 대부분이다.

다음은 로스팅이다. 고가의 독일제 로스팅 기계에 아라비카 생두를 넣고 로스팅을 시작했다. 로스팅을 할 때 주의할 점은 세 가지다. 외부온도, 생두의 양, 추출 방법이다. 희뿌연 생두가 점차 색을 띠기 시작했다. 카페 안이 고소한 커피 향으로 가득해질 때쯤 로스팅이 끝났다.

다음은 핸드 드립 체험이다. 커피 좀 마신다는 에디터. 집과 회사에서 수시로 핸드 드립을 하지만 늘 맛이 천차만별이다. 핸드 드립 금손이 되고픈 열망에 시연을 보이는 대표의 손을 집중했다. 커피 한 잔에 필요한 원두의 양은 14g, 물은 280g이다. 물의 적정 온도는 85~92℃. 드리퍼에 여과지를 얹은 후 뜨거운 물로 한 번 헹궈낸다. 커피가 담길 서버도 뜨거운 물로 데워둔다. 여과지에 분량의 분쇄커피를 담은 후 전체적으로 물을 뿌려 30초 정도 뜸을 들인다. 포트로 물을 졸졸 흘려보내며 드립을 시작하는데, 이때 물줄기는 도넛 모양이다. 2분 후, 드리퍼를 서둘러 빼냈다. 원두에 물이 닿고 2분이 지나면 커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란다.

직접 커피를 내려보며 맛있게 커피 내리는 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드디어 에디터에게 커피 한 잔이 전해졌다. 에디터의 취향은 강한 산미. 미리 취향을 말한 덕분에 산미를 최대한 추출하는 방법으로 핸드 드립을 진행했다. 역시 커피 맛이 예술이다. 산미가 강하진 않지만 산뜻하게 여운을 남기니 취향저격이다. 어느새 에디터의 지갑이 열리고 원두를 대량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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