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쉼표를 찍는 숲, 태국 북부 여행
잠시 쉼표를 찍는 숲, 태국 북부 여행
  • 김경선 부장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9.04.05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국의 지붕, 신성한 산 도이 인타논

태국 북부는 찬란하다. 지역의 반 이상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신성한 땅이자 늘 푸른 산악지대다. 전 세계 배낭여행객들의 성지로 떠오른 곳.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가 트렌드로 떠오른 요즘, 에디터는 태국 북부로 떠났다. 푸른 능선이 넘실대고 열대우림이 빽빽한 태국 북부 지역. 그러나 땅은 아름다운 속살을 그리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태국에서 가장 높인 산, 도이 인타논. 사진제공 태국정부관광청
태국에서 가장 높인 산, 도이 인타논. 사진제공 태국정부관광청

치앙마이의 봄은 선선했다. 이른 아침, 반소매 차림으로 호텔을 나섰다.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다는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을 가기 위해 현지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트레킹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했다. 오늘의 운송수단은 썽태우. 태국에서 흔히 마주치는 썽태우는 트럭을 개조해 만든 합승택시다. 픽업트럭 짐칸 양옆에 벤치 의자를 마주보게 만들어 여러 명이 탑승하는 구조인데, 색깔에 따라 운행방법이 다르다. 보통 붉은색 썽태우는 시내만 운행한다. 에디터가 이용한 썽태우는 트래커를 실어 나르는 목적으로 운행하는 차다. 4명씩 마주보고 8명이 탑승을 완료하자 무릎이 맞닿을 만큼 비좁았다.

치앙마이 시내는 크지 않다. 차로 15분 정도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목적지는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Doi Inthanon national park이다. 태국 북부 중심 도시 치앙마이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이곳에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다. 히말라야 산맥 동쪽 지류 끝자락으로 2000m급 산군이 펼쳐지는 도이 인타논은 태국인들에게 신성한 산으로 여겨진다.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메오 힐Meo Hil 고산족 마을이다.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에 있는 많은 봉우리 중 파얨야이Pha Ngaem Yai(2300m)로 향하는 기점이다. 길이 도로를 벗어나자 딸기 농사가 한창인 고랭지밭이다. 태국 북부 지역은 땅의 절반 이상이 산간지대라 고산족들이 산을 일궈 논이나 밭으로 활용한다. 비탈진 산사면을 따라 딸기밭이 끝없이 펼쳐지더니 이내 길은 숲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만만치 않다. 트레킹 출발지의 고도는 1400m. 목적지까지 900m를 올라야하는, 급격한 경사길이 쉼 없이 이어지는 고난이도 업힐 구간이다. 정상까지 약 6km, 3시간을 꼬박 올라야 정상을 밟을 수 있단다. 다행이라면 이국적인 열대우림이 고된 발걸음에 쉼표를 찍었다. 이끼 가득한 거목, 덩굴이 가득 내려앉은 숲, 넙적한 잎사귀를 흩날리는 바나나…. 경사가 급해질수록 숲은 더욱 울창해졌다.

파얨야이는 쉬이 정상을 보여주지 않았다. 만만치 않은 코스에 10여 명에 가까운 일행의 거리도 점차 늘어났다. 에디터는 밀당하는 산을 좋아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평지도 있고, 살짝 내려앉았다 올라붙는, 그런 산이 걷기 더 수월하다. 파얨야이는 아니다. 시종일관 오르막이다. 출발 전 올려다 본 봉우리가 불쑥 솟아있더니 길 역시 자비가 없다. 그렇게 2시간을 꼬박 걸었다. 시계를 보니 고도 1855m. 아직도 능선은 보일 기미가 없었다. 소진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점심 도시락을 꺼냈다. 바나나잎사귀로 반듯하게 싼 볶음밥이다. 어딜 가나 바나나가 지천인 태국에서는 바나나잎사귀로 도시락을 싼단다. 얼마나 친환경적인 패키지인가. 가이드가 건넨 큼직한 닭다리를 반찬 삼아 금세 볶음밥을 먹어치웠다. 에너지를 보충했으니 다시 출발이다.

태국은 습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건조했다. 가파르고 메마른 흙길은 시종일관 미끄러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렇게 30분, 드디어 길이 능선에 닿았다. 고도계를 확인하니 2000m 지점이다. 사방으로 펼쳐진 도이 인타논의 산군. 푸른 산줄기가 사방으로 펼쳐진 풍광에 감탄이 절로 난다. 파얨야이까지는 능선길이다. 길은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고, 파얨야이 앞에서 평탄해졌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파얨야이는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아있었다.

정상에는 불상을 모신 작은 탑이 있다. 그리고 보이는 풍경. 사방으로 뻗은 산줄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쳤던 히말라야는 도이 인타논을 끝으로 몸을 낮춘다. 저 멀리 국립공원 최고봉인 도이 인타논(2565m)이 보인다. 태국인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산. 정상을 쉽게 보여주지 않지만 그만큼 탁월한 풍광을 보여주는 곳. 수묵화 같은 산 그리메를 두 눈에 꼭꼭 담았다.

Tip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은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도이 인타논(2565m)을 품고 있다. 미얀마와 태국을 나누는 산맥 중 일부로 195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면적은 482.4㎢ 달한다. 최고봉을 오르는 트레킹 코스가 가장 유명하며 정상 인근에는 국왕과 왕비의 60주년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두 개의 탑이 있다.

에디터가 걸은 코스는 2300m 봉우리인 파얨야이다. 메오 힐 고산족 마을부터 정상을 거쳐 하산 지점까지 약 12km 코스로 등산 코스와 하산 코스가 대부분 급경사다. 숙련된 트래커라면 오르는 데 3시간, 하산하는 데 2시간가량 걸린다. 길이 급하고 미끄러운 편이라 등산용 스틱을 구비하는 게 좋다.

도이 인타논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여행사를 통하는 것이 가장 좋다. 숙소 픽업부터 썽태우 이동, 트레킹 가이드, 고산족 마을 및 매사폭 폭포 방문, 점심도시락과 저녁식사 등이 포함된다. 당일 프로그램 외에도 1박, 2박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문의: IL Trekking, www.iltour.co.kr

02-541-554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