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사이트
그녀들의 무(리)한도전
그녀들의 무(리)한도전
  • 박신영 기자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9.04.03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보 부시크래프터의 물과 불 만들기

사진과 영상으로 만난 멋진 부시크래프터들. 그들처럼 되기 위해 두 달 동안 부시크래프트를 공부했다. 넘치는 패기와 빠삭한 이론을 갖고 현장으로 출동 완료. 우리는 진정한 부시크래프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성대한 시작
산과 소통하는 예술가 김강은 씨는 등산하며 그림 그리는 벽화가다. 그녀는 벽화작가, 웹툰작가, 여행가 등 이상적인 타이틀을 어깨에 메고 산과 바다로 떠난다. 문득, 책 <산티아고 순례기>를 쓰고 있는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겨울이 끝났으니 부시크래프트를 가자고 말이다. 그녀는 와일드 캠핑을 도전하고 싶다며 지난번 인터뷰 내내 부시크래프트를 언급했었다. 에디터도 마찬가지다. 그녀와 함께 부시크래프트를 체험할 수 있는 충남 태안 마검포힐링캠핑장으로 향했다.

부시크래프트
불 피우기, 쉘터 만들기, 사냥, 낚시 등 장비 없이 자연물을 이용해 오지에서 살아남는 기술

시작은 성대했다. 와일드 캠퍼 박은하씨가 추천한 <헬레>, 스페인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쿠드만>, 스웨덴 정통 브랜드 <모라나이프>의 캠핑 나이프와 <그랑스포스> 도끼를 준비했다.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만큼 나이프와 도끼는 중요하다. 이번엔 부시크래프트의 기본인 물과 불 만들기에 도전한다. 이론은 빠삭했다. 유튜브 수십 개, 생존 전문가의 책과 블로그를 보며 기술을 습득했다. 현장에 나가는 것이 처음이라 걱정됐지만, ‘안되면 되게 하라’는 신조로 뭉친 에디터와 강은 씨는 무서울 게 없었다.

물, 만들 수 있을까
해변에서 물 만들기에 도전했다. 필요한 도구는 꽃삽, 비닐, 빈 깡통, 돌멩이, 모래다. 먼저 해변 앞 소나무숲에서 사람 주먹 크기의 돌멩이 다섯 개를 줍는다. 소나무숲이 없을 때는 해변에 있는 돌멩이도 좋다. 간조(바다에서 조수가 빠져나가 해수면이 가장 낮아진 상태) 때를 골라 해변으로 향한다. 비닐보다 작은 크기로 웅덩이를 만들고 웅덩이 가운데 빈 깡통을 넣는다. 웅덩이에 바닷물을 자작하게 채운 뒤 비닐로 덮어 둔다. 돌을 비닐 가장자리에 올린 후 모래를 이용해 틈을 막는다. 마지막으로 작은 돌을 비닐 가운데 올리면 끝. 이는 웅덩이 안팎의 온도 차로 물을 만드는 기술이다. 시간이 지나면 비닐에 물방울이 맺히고, 물방울이 모여 깡통으로 떨어지는 원리다. 이때 반드시 돌멩이를 비닐 가운데 올려야 물방울이 모일 수 있다. 누누이 말하지만 이론은 빠삭하다.

현장은 달랐다. 예상치 못한 바닷바람에 눈물, 콧물이 줄줄 흐르고, 비닐이 날아다녔다. 또한 준비한 비닐이 작아, 고생해서 판 웅덩이를 비닐 크기에 맞춰 메워야 했다. 바다 가까이 판 웅덩이는 만조가 되자 바닷물에 쓸려나갈 판이었다.

네 시간 만에 웅덩이를 확인했다. 보통 반나절 정도가 지나야 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실패를 예상하고 웅덩이로 달려갔다. 다행히 물방울이 맺힌 비닐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오픈, 깡통 바닥에 작은 물방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모금도 되지 않는 양이었지만, 어쨌든 물 만들기는 성공이다.

실패 또 실패
해변에 웅덩이를 설치한 후 소나무숲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보우 드릴을 이용해 불을 만들 차례다. 보우 드릴은 나무와 나무의 마찰을 이용해 불을 만드는 원리로 죽은 나무, 나이프, 도끼, 노끈이 필요하다. 먼저 죽은 대나무를 찾아 4분의 1 크기로 쪼갠다. 이때 탄력이 좋은 나무를 선택해야 보우 드릴을 만드는 데 용이하다. 건조한 봄철엔 나무가 쉽게 부러지기 때문에 대나무를 추천한다.

쪼갠 나무를 손에서 팔꿈치 길이로 자른 뒤, 나무 양 끝을 줄로 묶어 활처럼 만들면 보우 드릴이 완성된다. 새로운 나뭇가지를 찾아 칼로 표면에 구멍을 뚫는다. 버려진 나뭇가지를 보우 드릴 줄에 비틀어 고정한 뒤 구멍에 넣고 열심히 돌리면 불씨가 생긴다. 이때 대나무 표면을 칼로 긁어 부싯깃을 만드는 것이 좋다. 부싯깃은 불씨를 크게 키우는 역할을 한다.

강은 씨는 부싯깃을 만들고 에디터는 열심히 보우 드릴을 돌렸지만 불씨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슬슬 성질머리가 올라왔다. 초집중하며 미친 듯이 마찰을 일으키는 순간 보우 드릴이 부러졌다. 젠장.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이번엔 핸드 드릴이다. 핸드 드릴은 TV나 영화에 많이 등장한 기술로 말 그대로 손으로 나무를 돌리는 것이다. 즉, 손이 보우 드릴 역할을 한다. 아까 만든 구멍에 얇은 나무를 넣고 손으로 돌리는데 이건 더 힘들다. 강은 씨와 에디터가 순서를 바꾸며 열심히 핸드 드릴을 했지만 소용없다. “된다. 더 해보자”는 격려의 외침만 가득하다. 또다시 삼십분을 줄곧 돌리기만 했다. 강은 씨의 손바닥이 붉게 변했고, 에디터의 팔 근육도 아려왔다. 사진기자가 보다 못해 파이어 스틸을 꺼냈다.

파이어 스틸은 페로세륨 합금으로 산화하면서 3천℃에 가까운 열을 발생시킨다. 파이어 스틸 자체로 불꽃을 만들 수 없고 긁개를 이용해야 한다. 긁개 대신 칼등을 사용해도 좋다. 부싯깃을 넣은 구멍에 파이어 스틸을 댄 후 깎아내렸다. 불꽃이 튀었지만 불씨가 생기지 않았다. 열 번 반복하자 부싯깃에 불이 붙었다. 한 시간의 고생이 몇 초 만에 물거품이 되다니. 장비가 확실히 간편하다.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계속 핸드 드릴에만 매달릴 수 없었다. 불 만들기는 실패다.

재도전할 거죠?
초보 부시크래프트는 50% 성공으로 마무리했다. 체력이 고갈되고 아쉬움도 한가득이지만 과정은 행복했다. 부시크래프트 매력에 빠진 강은 씨는 재도전하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에디터는 잘 모르겠다. 예상보다 어려운 부시크래프트를 잘 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만 최초로 시도한 물 만들기는 성공했고, 초집중으로 불을 피우며 끈끈한 우애를 다졌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도전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