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국제대회에서 2위 차지한 鳥人
불가리아 국제대회에서 2위 차지한 鳥人
  • 글·김경선 기자ㅣ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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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TO PEOPLE 패러글라이더 안용태


인간이 새가 될 수는 없지만 잠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즐거움은 맛볼 수 있다. 새가 되는 즐거움에 직장까지 때려치운 안용태(32) 씨는 반항기 많던 고등학교 시절 오토바이 대신 우연히 패러글라이딩을 접한 이후로 20년 가까이 하늘을 날고 있다.

“패러글라이딩을 처음 시작한 게 17살 때였어요. 아버지를 따라 처음 패러글라이딩을 타 본 이후로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어요. 젊은 나이에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해서 그런지 지금도 국내에서는 선배 글라이더가 많지 않습니다.”

안용태 씨는 현재 패러글라이딩 강사로 일하면서 날씨가 좋을 때면 매일 활공한다는 행복한 패러글라이더다. 가깝게는 경기도 인근의 산부터 멀리는 유럽의 그림 같은 산군을 찾아다닌다. 물론 처음부터 패러글라이더를 업으로 삼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 시절에는 그저 취미로만 즐기는 수준이었다. 안 씨가 본격적으로 프로 패러글라이더로 나서게 된 계기는 2004년 합천에서 열렸던 국제패러글라이딩 대회에 참가하면서부터다.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패러글라이딩 대회는 장비며 진행 방식 등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했습니다. GPS도 없었고요. 제대 후 비선수로 대회에 참여했는데 GPS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활공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반했죠. 수십 명이 하나의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안용태 씨는 2004년 프로 선수 자격증을 취득하고 2005년부터 본격적인 프로 선수로 활약한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대회는 올 여름 불가리아에서 열렸던 ‘Otmorozki in Shambhala’ 국제 오픈에서다. 4일간 치른 경기에서 안 씨는 당당히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나흘간 매일 한 타스크(목표지점에 정해진 시간에 들어오는 경기방식)씩 활공했습니다. 첫째 날은 13위, 둘째 날은 1위, 셋째 날과 넷째 날은 3위로 결승점에 들어왔죠. 사실 패러글라이딩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날의 컨디션과 운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세계적으로 1위에서 20위까지의 선수층이 두터워 랭킹의 의미가 별로 없어요. 불가리아에서는 행운의 여신이 저에게 웃어준 거죠.”

안용태 씨는 불가리아 대회를 비롯해 일본과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여러 번 참가했다. 매번 경기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참가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년 1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꼭 출전하고 싶어요. 나라별로 그 해 성적에 따라 출전 티켓 수가 정해지기 때문에 아직 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올해 국내 5위를 했어요. 티켓이 5장 나와야 제가 출전할 수가 있겠죠.”

새를 닮은 큰 날개와 큰 자유, 안용태 씨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활공하는 순간 자유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활공중에 독수리를 만난 적이 있어요. 상상해보세요.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는 순간 독수리와 시선을 맞추고 날고 있다는 사실을요. 새가 되는 그 순간만큼은 자유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온 몸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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