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클라이밍의 전설, 이재용
국내 스포츠클라이밍의 전설, 이재용
  • 조혜원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9.03.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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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AR)과 만난 클라이밍 '티클라임(T-Climb)'

국내 1세대 클라이머, 20여 년의 국가대표 경력, 클라이밍 감독, 암벽 여제 김자인의 스승, AR클라이밍 센터 이사, 클라이밍 중계 해설 위원 이 모든 게 이재용 이사의 수식어다. 우리나라 스포츠 클라이밍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이재용을 빼놓을 수 없다. 30여 년 전 열악한 환경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을 이끈 그가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클라이밍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시작은 어땠나.
국내 스포츠클라이밍은 1988년 3월 한 아웃도어 매장 주차장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실내클라이밍은 암벽등반을 위해 특정 코스를 연습하는 정도였다가 하나의 종목으로 독립됐습니다. 스포츠의 3요소는 경기장, 관중, 룰입니다. 동네에서 그냥 공 차고 놀면 놀이에 불과하지만, 잘 갖춰진 경기장이 있고, 변별력을 가진 룰이 있고, 열광하는 관중이 있다면 정식 스포츠가 됩니다. 1985년 이탈리아 아르코에서 국제클라이밍대회를 계기로 스포츠 클라이밍이 정식 스포츠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AR 클라이밍이 뭔가요?
AR 클라이밍이란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하는 3D 타입의 스크린 클라이밍 시스템입니다. 일반적인 클라이밍 벽면에 가상으로 만든 영상을 비춥니다. 모션 센서가 사람의 동작을 인식해 게임을 하는 방식입니다. 설명을 듣기보다 직접 한번 해보는 게 이해가 더 쉬울 겁니다. 가볍게 어린이용 게임프로그램을 한번 해보세요.

그렇다면 ‘티클라임’은 어떤 곳인가요.
‘티클라임’에선 AR 클라이밍에 다양한 상황과 스토리텔링을 입혀, 어린이들은 게임으로 클라이밍을 놀이로 접하고 선수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 훈련 할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콘텐츠로는 두더지게임에 클라이밍을 접목한 ‘팜팜버전’이 있습니다. 농장에 나타난 두더지를 잡는 게임이죠. DDR 삼바버전, 타란툴라, 후버댐 등 유치원 아이들부터 청소년까지 즐길 수 있도록 단계별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클라이밍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이나 선수의 경우에는 ‘에베레스트 버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에베레스트에선 실제로 보석이 발견됩니다. 총 5단계의 난이도로 구성된 게임으로, 보석을 모으기도 하고 눈사태를 피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쉽게 갈 수 없는 등반 환경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면서 신체적·인지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선수들 훈련용으로는 어떻게 응용되나요.
모션감지 센서가 인체의 관절을 25개의 점으로 인식합니다. 웨어러블을 착용하고 클라이밍을 하면 선수가 특정 동작을 할 때 언제 움직임이 막히는지, 심장박동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합니다. 그 결과 값을 가지고 선수가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를 알게 되고 그 부분을 강화하는 교차트레이닝을 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의학, 재활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거죠. 하지만 아직 움직임을 파악하는 센서와 웨어러블 기술의 발전이 더 필요합니다. 인공강우, 바람 등을 더한 4D 클라이밍도 특허 준비 중입니다.

한국 스포츠 클라이밍의 시작부터 몸담아 오셔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 더 잘 아시겠어요.
그렇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며 제가 겪어온 노하우들이 녹아들었습니다. 어느 단계에 뭐가 필요한지, 어떤 사람에게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죠. 함께 하는 개발자가 우리는 항상 제로베이스에서 시작을 한다고 농담을 하더라고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해오셨을 듯합니다.
클라이밍이라는 문화를 대중 속으로 깊이 넣기 위해 스타 마케팅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대중이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스포츠 스타를 키웠죠. 잘 아시는 김자인 선수도 그렇습니다.

취미생활도 유행이 있어서 몇 해 전부터 클라이밍 짐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클라이밍 짐 500개소 정도가 성업 중입니다. 그중 48%가 2014년 즈음부터 생겨난 것입니다. 1988년부터 생겨난 것보다 2014년 이후 생겨난 것이 더 많죠. 2011년 청송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 이후 매체 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아시안 게임에 스포츠클라이밍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그때 클라이밍 중계 해설을 맡으시고, 후에도 이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셨을 텐데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또 많이 바빠지시겠어요.
네, 올해가 아주 중요한 해입니다. 연맹, 방송, AR 클라이밍, 몸이 여러 개여도 부족할 만큼 바쁘지만 클라이밍이라는 문화를 알리는데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문화가 발전해야 사람들이 그 문화 속에서 살 수 있습니다. 동네에서 어려서부터 공 좀 차다가 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게 되고. 축구장을 찾아가고, 축구 스타를 동경하기도 하면서 축구라는 문화 속에서 살게 되는 거죠.

올해의 목표는 뭔가요?
국민의 대다수가 AR 클라이밍을 통해 클라이밍을 접해보는 것입니다. 이미 클라이밍을 오래 한 선수들보다 아이들이 쉽고 재밌게 클라이밍을 접하면서 클라이밍 문화가 확산되길 바랍니다. 현재 우리나라 클라이밍 인구가 15만 명인데 50만으로 만드는 목표입니다. 클라이밍이라는 스포츠를 알리고, 사람들과 제가 그 문화 속에 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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