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을 머금은 스테인드글라스 썬캐처
햇살을 머금은 스테인드글라스 썬캐처
  • 조혜원 기자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9.03.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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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골목 안 스테인드글라스 공방 체험기

썬캐처는 머금은 빛을 사방으로 퍼지게 하여 집안에 따뜻하고 좋은 기운을 불러들인다는 의미를 가진 소품이다. 올해로 자취 10년 차, 온종일 빛이 가득 드는 집을 원했지만, 가성비 좋은 집을 고르다 보니 햇살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은 아주 잠깐이다. 그 짧지만 소중한 시간, 나른한 아침 햇살을 머금은 썬캐처가 창가에서 반짝이고 있으면 조금 더 행복할 것 같아 스테인드글라스로 썬캐처 만들기에 도전했다.

유리를 종이처럼 자른다구요?
손으로 만드는 건 모든 자신 있었다. 그래도 유리를 종이처럼 자르고 이어붙이는 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스테인드글라스 선캐쳐 만들기는 생각보다 간단하고 기대만큼 재미있다. 우선 만들고 싶은 형태를 그려 도안을 준비해가거나 공방에서 준비한 것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다. 원데이클래스로 만들 수 있는 건 조각이 그리 많지 않고 초보자도 쉽게 할 만한 형태가 준비돼 있다. 그중 돌고래 모양을 골랐다. 파란 하늘에 걸린 돌고래가 바다 위를 나는 듯하길 바라며.

우선 연습용 유리를 직선, 곡선으로 자르는 방법을 배운다. 유리를 자른다는 게 거창한 작업일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간단해서 놀랐다. 유리칼을 쥐고 약간 힘을 주어 볼펜으로 선을 긋듯 유리를 쓱 그어준 뒤 플라이어로 살짝 짚어주면 유리가 금이 간 선을 따라 쩍 하고 잘린다. 물론 곡선은 직선만큼 쉽지는 않지만 금세 요령이 생긴다.

간단히 연습해 본 후 바로 썬캐처 만들기에 들어간다. 다른 과정보다 유리 고르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다는 선생님의 말씀. 그렇다. 유리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고 하나같이 영롱하고 오묘한 빛을 띠고 있어 고르기가 쉽지 않다. 우윳빛, 한여름 해수욕장 색, 짙은 노을빛, 할머니 댁 오래된 그릇장 미닫이문에서 본 듯한 유리 등 어떻게 조합을 해야 예쁜 고래가 될지 이리저리 빛에 비춰보며 가장 완벽한 조합을 고른다. 이제 도안을 조각조각 오려 유리 위에 도안 조각을 얹고 펜으로 가이드 선을 그려준다. 그런 다음 유리칼로 볼펜 선을 따라 유리에 금을 내고 플라이어로 잘라주면 된다. 제일 큰 조각인 고래 몸통의 둥근 곡선이 난관이다. 자칫 삐끗했다간 둥글고 온화한 고래가 아니라 몬드리안이 그린 듯한 각진 고래가 될까 봐 조심스럽다.

“한번에 하려고 하지 말고 어려우면 직선으로 나눠서 여러 번 하면 돼요. 그리고 연마 작업할 때 다시 다듬어지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하세요.”

다행히 나의 고래는 날렵한 꼬리와 둥근 배를 가진 온화한 녀석으로 형태를 갖췄다. 원데이 클래스 진행 중 유리를 가장 빨리 잘 잘랐다는 선생님의 칭찬. 역시, 난 손으로 하는 건 잘한다니까! 자신감 상승!

유리 조각이 모여 돌고래가 되는 순간
유리 조각을 다 자르면 유리 옆면을 갈아내는 연마작업을 거친다. 이때 조금 각진 부분이나 울퉁불퉁한 옆면이 깔끔하게 다듬어진다. 다음은 조금 지루하지만 꽤 중요한 과정인 동테이프 감기다. 유리 조각들을 납으로 이어줘야 하는데 유리엔 납이 붙지 않으니 유리 조각 테두리에 동테이프를 감아준다. 동테이프가 중간에 끊기면 안 되고, 감아준 모양대로 납이 자리를 잡으니 양면의 비율도 잘 맞추고 깔끔하게 감아야 한다. 도안의 조각이 많아질수록 유리를 자르고 테이프 감는 과정이 많아져 손이 많이 간다. 유럽여행에서 마주했던 오래된 성당의 높고 긴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든 이들의 수고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자 이제 거의 마지막 과정인 납땜을 준비한다. 납은 원래 동그랗게 굳는 성질이 있어 납이 유리 조각의 선을 따라 퍼질 수 있도록 붓으로 납땜 보조제를 동테이프 감은 곳에 발라준다. 이때 납 인두는 200도가 넘으니 절대 쇠 부분을 잡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중학교 기술가정 시간에 아주 단순한 원리로 작동하는 주사위 게임 회로를 납땜해본 이후로 처음 잡아 보는 납 인두였다. 유리 자르는 일보다 납땜이 더 어려운 듯하다.

얇고 깔끔하게 납이 발리면 좋을 것 같은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인두에 납을 조금만 더 힘주어 눌러도 너무 많이 녹아 두꺼운 선이 생기고 여기저기 뭉친 자국이 생긴다. 다행히 한번 자리를 잡은 납도 인두를 대면 녹아서 일단 유리 조각을 전체적으로 연결한 다음 다시 다듬을 수 있다. 선생님의 손길을 한번 거친 뒤 은색 납 바른 선을 부식제로 쓱쓱 닦아 어두운색으로 바꿔주면 끝이다. 디자인에 따라 은색 납으로 그냥 두기도 하고 동색, 어두운색으로 변하도록 부식제를 발라준다. 선생님이 납으로 고리와 끈을 달아주시곤 햇빛에 비춰보라고 건네준다. 고래가 빙글빙글 돌며 하얀 벽에 푸른 물결을 만든다. 이제 주말 아침 침대에 누워 햇빛이 그리는 바다 물결을 볼 수 있게 됐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만드는 과정이 아주 어렵진 않지만 집중력과 정성이 필요하고 결과물은 꽤 근사해 선물하기에도 좋다. 선캐처나 전등갓은 작은 소품이지만 집 안의 분위기를 확 바꾸는 역할을 한다. 원데이클래스로는 선캐처 같은 간단한 걸 만들 수 있고, 전등갓이나 거울 같은 입체 소품을 만들고 싶으면 4개월 과정의 정규반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한번 체험해 본 뒤 몇 가지 공구만 구매하면 집에서도 간단한 소품 정도는 사부작사부작 만들 수 있다.

도도유리공예

남매가 운영하는 유리공예공방.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가득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테인드글라스 뿐 아니라 퓨징, 램프워킹 작업도 가능하다. 주인 남매를 닮은 고양이 남매가 함께 공방을 지킨다.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57-136

010-3287-1749

클래스 일정 및 가격 별도 문의

인스타그램 dodoglass_wor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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