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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이’ 보컬 정중식 인터뷰
‘중식이’ 보컬 정중식 인터뷰
  • 박신영 기자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9.03.06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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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의 싱어송라이터

셀프 다큐 <나는 중식이다>. 막노동을 뛰는 30대 남성의 일상기를 다룬 영화인데, 중식 씨의 이야기와 수록된 자작곡 '여기 사람 있어요'가 에디터 감성을 제대로 저격했다. 작사 작곡에 능수능란한 인디 밴드 보컬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중식 씨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개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중식이 밴드의 싱어송라이터 정중식입니다. 반려견 춘배와 용산 작업실에 살면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춘배는 특별한 강아지예요. 처음에 춘배를 만났을 때 거대하고 이상한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다른 강아지를 보려고 하면 춘배가 짖기도 했고요. 여러 애견숍을 둘러보는데 자꾸 춘배가 생각나는 거예요. 춘배가 저를 선택한 기분이 들었죠. 안 되겠다 싶어 춘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집으로 데려왔어요.

음악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스물 네살 때 합주하는 친구 작업실에 갔다가 시작했어요. 아무렇게 가사를 붙여 막 불렀는데 이상하게 화음과 음계가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보컬의 길로 들어섰어요. 작사와 작곡을 시작했고 ‘텅빈브라자’라는 밴드를 결성했어요. 노래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 주구장창 공연만 했어요. 그러다 가수이자 음악 PD인 우주비 형을 만나 <텅빈브라자> 앨범을 제작하고 대중들 앞에 설 수 있었죠.

음악 공부를 따로 한 적이 있나요?
작곡은 누구나 가진 능력이에요. 삶의 여유가 있고 심심하면 다 할 수 있죠. 저는 인터넷을 뒤지면서 조금씩 노래를 만들었는데 지인들이 신기해하더라고요. 주변에 실용음악과를 나온 지인이 많은데 일부러 코드를 안 알려줬어요. 저한테 기술을 알려주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우주비 형도 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고 방식만 보여줬어요. 틀에 갇히지 말고 창작을 하라는 의미였던 거 같아요. 지금도 저만의 방법으로 음악을 만들고 있고요.

사이다 같이 시원하고 진솔한 가사가 매력적인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나요?
가사는 살다 보면 나와요. 영화 <나는 중식이다>의 테마곡 ‘여기 사람 있어요’로 예를 들어 볼게요. 당시 폐선 철거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힘들어서 그만둘까 했지만 시급이 만원이라 계속했죠. 그러다 다른 통신사에 스카우트됐고 시급도 10만원으로 올랐어요. 그만둘 수 없었죠.(웃음) 그런데 ‘이렇게 살면 나중에 어떻게 될까’하는 불안감과 우울함이 있었어요. 성공도 실패도 아닌,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은 많고, 실제로 잘 살고 있지도 않는 주변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죠. 발가락에 조그마한 유리 조각이 들어가서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분이 지속됐어요. 그런 감정을 쭉쭉 써 내린 게 ‘여기 사람 있어요’예요.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나 가사를 볼 때마다 똑똑한 사람이라 느꼈어요.
전혀 아니에요. 말을 잘하거나 글을 잘 못해요. 굉장히 비논리적인 사람입니다. 그때그때 감정을 기록하는 게 바빠서 쓴 글을 퇴고하지도 않아요. 생각을 정리하는 법에 대해 아직도 미숙합니다. 목적성이 정확히 드러나는 글이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의 제 글을 다시 읽으면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진실한 음악’, ‘풍자와 해학이 있는 음악’ 등 중식 씨의 진솔한 글쓰기를 칭찬하는 사람이 많아요.
사람들이 의미 부여를 너무 잘해요.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소설을 쓰는 거죠. 사실 저는 당시의 감정을 고스란히 기록하는 것일 뿐인데요. 가끔 제가 뜻하지 않은 것까지 찾아낸 댓글을 보면 “와, 천재인가?” 해요.

왜 많은 사람이 중식 씨의 노래를 듣고 의미부여를 할까요?
본인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거죠. 본인만의 공식이 있으니까요. 저도 어떤 목적을 갖고 썼는지 몰라요. 그래서 댓글을 보고 ‘아 내가 그래서 이렇게 썼나 보다’라고 오히려 깨달을 때가 많아요.(웃음) ‘바닥에 누워’ 라는 곡에 ‘나의 사랑은 오랫동안 냉장고 안에 썩어 있었어. 뭐였지 이게 뭐였지.’라는 가사가 있어요. 단순히 어감이 멋있어서 사용한 구절이거든요. 어떻게든 감정을 표현한 거예요. 그런데 청자들이 냉장고가 무엇인지 의미를 부여해 줄 때 신기하고 고맙죠.

정치 참여에 활발한 이미지가 있어요.
정치에 관심 없이 살고 싶어요. 정치에 관심을 두고 살면 사람을 싫어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안 보고 싶어요. 정치에 신경 쓸 만큼의 여유도 없고요. 예전에는 정치가 내 삶의 목적인 줄 알았어요. 힘든 삶이 정치나 사회 때문인 줄 알았거든요.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니까 사회의 보호를 받고 자란 사람이더라고요. 한번은 급해서 폐가 화장실에서 소변을 봤는데 물이 안 내려가는 거예요. 집에 돌아와서도 찝찝한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죠. 그런데 집에서는 볼일을 보고 시원하게 물을 내릴 수 있잖아요. 이렇게 사소한 것부터 사회에 보호를 받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지금은 사회에게 감사하고 정치와 멀어지려고 하고 있어요.

60대의 정중식은 어떤 모습일까요?
20대 때는 가수의 삶은 아니었지만 ‘어떤 삶을 살 것’이라는 미래가 그려졌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 모습도 그려지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죽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슬프거나 위험한 생각이 아니고 그냥 당연하게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 예언을 믿었거든요. 그래서 공부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상상이잖아요. 그러니까 미리 앞으로의 삶을 예상하고 계획하는 게 소용없 다는 걸 알아버렸어요.

앞으로의 일정은요.
연말에 앨범이 나와요. 그래서 앨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가사에 브랜드를 넣어 홍보도 하고 노래도 만들고요. 예전에 <팀버라인> 브랜드의 전화송을 만든 적 있는데 비슷한 맥락이에요. 늘 그랬듯이 솔직한 감정을 담은 노래를 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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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a.chaa 2019-03-08 23:12:11
중식씨의 노래는 가볍게 들을 수 없어서 힘들때도 있어요. 그래도 제가 그 노래들을 매일 듣는 이유는 일종의 카타르시스인것 같아요. 항상 고마워요 중식. 좋은 인터뷰도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