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랩스 전문작가 서종모 인터뷰
타임랩스 전문작가 서종모 인터뷰
  • 임효진 기자 | 사진제공 서종모
  • 승인 2019.0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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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간을 담는다는 것

서울을 대표하는 한 장소를 꼽으라면 어디일까. 광화문, 강남역, 남산타워, 한강 등이 후보에 오를 테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서울을 한눈에 보여주기에는 어쩐지 부족한 듯하다. 관광객은 북촌에 서서 고층빌딩을 바라보며 거기서 보는 광경이 서울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진짜 서울의 모습은 어떤 걸까.

서울의 고층빌딩에서 타임랩스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서종모 작가는 서울을 누구보다 아름다고 신비롭게 담아낸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부분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사진과 영상이 그 어떤 사진보다도 서울다운 서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서울을 담는지 궁금해졌다.

타입랩스 : 사전적 의미로는 영상 빨리 돌리기이다. 그림자나 구름, 별, 야경 등은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 심심한 그림이지만 빨리 돌리면 그 움직임이 극적으로 드러나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을 압축하여 표현하는 영상기법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보고 팔로잉을 하고 있는데요. 어떤 분일지 궁금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5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집안의 가장이며 직업은 게임개발자입니다. 포지션은 3D 아티스트이며 현재 보고 계시는 사진과 영상작업들은 전부 퇴근 후 활동하는 취미생활입니다.

어떻게 타임랩스 영상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건가요?
연애할 때 등산하는 취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아내와 함께 태백산 정상에 올랐는데 그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사진가들이 말하는 이른바 초대박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으로 아무리 그 풍경을 담으려고 해도 원하는 느낌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길게 찍어서 빨리 감는 방법을 시도해봤고, 그때부터 타임랩스의 매력에 빠져 혼자서 영상 기법을 터득해 나갔습니다.

타입랩스 촬영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고층 빌딩을 다니면서 촬영하기 때문에 촬영 허가를 먼저 진행합니다. 필요에 따라 현장답사를 하여 안전점검을 철저히 진행하고 관계자와 촬영할 날짜를 협의합니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먼 곳의 사물까지 또렷하게 보여야 하는 시정(목표물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최대 거리. 대기의 혼탁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쓰인다)의 날씨를 선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촬영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셔터 속도를 짧게 주고 조리개를 개방한 후 감도를 많이 올려서 촬영준비를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종 슛 들어가기 전 초점 확인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주로 고층빌딩에서 서울의 야경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늘 지나 다니는 서울의 거리지만 평소에 볼 수 없던 시각으로 바라보면 새롭게 보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잘 접하기 힘든 고층빌딩의 정상을 촬영 장소를 선택하는 이유이죠. 사람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장소인 만큼 더욱 결과물에 공을 들여서 최고의 영상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한편으로는 직장인이 일과 병행하며 타임랩스 영상 분야를 취미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타임랩스 촬영이 매우 전문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돼 직장생활과 병행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우선 직장의 출퇴근 문화가 비교적 유연합니다. 개발자라서 본인의 역량에 따라 업무를 마치면 최소 오후 4시에 퇴근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평소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며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훈련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촬영스타일은 어떻게 보면 어울리지 않는데 저속셔터와 고속셔터를 아우르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말 중 하루는 스키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고, 평일에는 날씨만 좋다면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횟수를 따지지 않고 타임랩스 촬영을 나가는 편입니다. 물론 좋아서 하는 활동이지만 아무래도 타임랩스 영상 제작 후반작업의 고통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물리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피곤하지 않는 날 몰아서 작업하면서 서서히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타임랩스 영상작업은 조금씩 내려놓고 있습니다. 성취감에 다다르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힘들지만 이렇게 직장 생활과 촬영을 계속 이어나가는 건 이 모든 작업이 제가 3D 그래픽 아티스트로써 업무에 영감을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끊임없이 연구하며 진취적인 방향으로 취미 생활을 병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스키, 보드, 인라인스케이트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 사진작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은 주로 어떤 걸 하나요?
겨울이라 주로 스키를 타고 있습니다. 스키장에서 보내는 시간 중 촬영하는데 90%를 쓰고 있고, 나머지 10%의 시간동안 라이딩을 즐기고 있습니다. 처음 스키에 입문했을 때는 직장을 퇴직하고 시즌 내내 스키를 탈 정도로 열정이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죠. 비시즌에는 인라인으로 즐기는 슬라럼, 그리고 마라톤과 등산, 비박 등을 즐겼는데, 현재는 일과 육아로 인해 스키 외에는 대부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촬영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첫째는 안전입니다. 뭐든지 오래 즐기려면 위험하지 않게 촬영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라이더와 많이 부딪히기도 하고 부상을 입은 적도 있고 장비가 파손된 적도 수차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시간과 돈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안전하게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사진작가도 그 운동을 잘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운동을 이해하고 즐길 줄 알아야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이 느끼기에도 가장 멋진 순간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는 대상과의 교감이 중요합니다. 카메라 앞에서 많이 촬영하신 분들은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행위를 해야 하는지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촬영하기 편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카메라를 어색해하는 분들)는 평소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과 바로 촬영을 진행하기 보단 사전에 시간을 갖고 차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사이를 좁혀간다면 서로 믿고 안심하며 즐거운 촬영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크루와 함께 촬영하는 걸로 아는데요. 함께 하는 크루는 어떤 분들인가요?
다들 개성이 강한 분들이 모여 있고 분야도 고퀄리티 사진, 파노라마, 타임랩스, 하이퍼랩스, 영상제작, 항공 촬영 등으로 다양합니다. 저는 이분들과 모여서 서울시와 함께하는 프로젝트인 타임랩스 영상으로 서울시를 홍보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저보다 다들 잘하시고 열정이 넘쳐서 제가 내년에는 손을 놓아도 될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스마트폰에도 타임랩스 기능이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도 한데요. 일상생활이나 캠핑, 여행지 등에서 어떤 순간에 타임랩스 기능을 이용하면 더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영상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으로 찍으려면 일단 셀카봉 같은 고정장치를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여행 중 잠깐씩 담으려면 최소 5~10분 정도 촬영을 하되 인터벌 간격은 짧게 주어 부드럽게 표현하는 방법도 재미가 있을 겁니다. 담으실 때는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겠죠? 캠핑을 하는 분들이면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캠핑 사이트를 구축하는 타임랩스 영상을 찍는 게 더없이 편한 방법이 될 거 같고요. 이럴 경우는 구축시간이 꽤 기니까 최소 한 시간에서 최대 두 시간 정도를 촬영하고 인터벌 간격은 5초에서 10초 정도 주면 재미있는 그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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