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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덕유산으로 막내들 출동
무주 덕유산으로 막내들 출동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9.01.2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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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 기행기와 향적봉대피소 소개

10개월 전 마케팅팀 동갑내기 신입이 입사했다. 혼자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에 신입시절이 떠올랐다. 함께 할 시간을 만들어야 했지만, 부서가 다른 탓에 이야기 나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사교성 왕인 에디터가 나설 때다. 막내라는 타이틀로 뭉친 세 사람이 덕유산으로 떠났다.

막내 모임? No, 에디터의 사심
새해만 되면 산에 가고 싶다. 눈꽃이 활짝 핀 산과 정상에서 새해 계획을 다짐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벅이 인생, 지방의 유명한 산을 가기엔 비용도 많이 들고 교통편도 만만치 않다. 산행을 좋아하는 지인도 없어 혼자 가야만 한다. 작년 12월부터 소모임, 프립, 여행사 산행 상품 등 소셜 네트워크를 뒤져보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것을 찾지 못했다. 사심 듬뿍 담은 덕유산 산행을 준비했다. 장소는 덕유산 향적봉, 날짜는 1월 초순으로 정해졌다. 같이 갈 사람만 구하면 되는데…. 평일 산행이 가능한 사람은 우리 회사 막내들뿐. 조심스레 디자이너 신나라 씨와 마케팅팀 김진선 씨에게 산행을 제안했다.

“신영 기자, 작년 태백산처럼 쉽겠지?”
“당연하지. 언니, 준비할 거 없어. 몸만 와.”
“추울 거 같은데.”
“무주 덕유산 리조트에서 곤돌라 타고 올라가.”

1년 동안 친해진 우리는 존대와 반말을 오가는 사이가 됐다. 회사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 갑작스런 산행 제안에 흔쾌히 오케이한 것도 친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진선 씨, 덕유산 갈래요?”
“네?”
“취재로 같이 가고 싶은데. 대피소에서 하룻밤 자면서 일출도 보고 향적봉도 오르고.”
“좋아요.”

진선 씨는 내가 불편한지, 단박에 허락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속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동갑내기 친구지만 회사로 엮여 거리감이 있나보다. 그러나 그도 속 이야기 털어놓을 동료가 필요할 것. 에디터가 나서 아웃도어글로벌 막내들의 대화합 시간을 마련했다.

덕유산
국내 10번째 국립공원

높이 1614m
주요 봉우리 향적봉(1614m), 중봉(1594m), 덕유평전(1480m), 지봉(1302m), 대봉(1300m), 수령봉(933m)

향적봉 가는 게 이렇게 쉬울 줄이야
이번 산행은 무주 덕유산 리조트에서 곤돌라 타고 설천봉에서 하차, 도보로 20분 거리의 향적봉을 거쳐 향적봉 대피소에서 1박 한다.

해발 1614m의 덕유산 향적봉은 국내에서 네 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최고의 눈꽃 산행지다. 향적봉 정상석 뒤 암릉을 오르면 수묵화가 펼쳐지는데, 눈 쌓인 산줄기가 겹겹이 이어지고, 뾰족 솟아오른 지리산 천왕봉도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무주 덕유산 리조트에서 향적봉 바로 아래 위치한 설천봉까지 곤돌라로 연결돼 정상에 오르기 쉽다.

곤돌라 비용은 성인 기준 편도 1만2천원이다. 저렴하지 않지만, 약 10분이면 노약자, 어린이도 해발 1520m 설천봉까지 금세 올라갈 수 있다. 단, 주말에는 탑승 인원이 많아 대기 시간이 길기 때문에 사전예약이 필수다.

발목 부상 중인 진선 씨, 산행 초보 나라 씨, 추위 최약체 에디터에게 곤돌라는 구세주다. 산지 경력 20년이 넘어가는 사진기자가 “고생해서 산을 올라야 진정으로 정상의 단맛을 알 수 있다”고 했지만, 눈앞에 쉽게 정상을 맛볼 수 있는 곤돌라가 있는데 굳이 고생하고 싶지 않았다.

덕유산에 처음 와보는 막내들은 들떴다. 시선을 압도하는 눈꽃 풍경도 좋지만 대피소에서 먹고 자는 게 더 기대되는 건 안 비밀이다. 집만 나왔다하면 눈밭의 강아지마냥 신난다. 통금이 있을 나이도 지났는데 집에 안 들어가는 게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무주 리조트 스키장이 곤돌라 창으로 빠르게 지나치고 덕유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막내들은 나란히 고개를 돌리고 창밖을 응시했다. 예상보다 눈이 적어 아쉬운 마음이 한 가득이다. 스키장에서는 인공눈을 만들고 있었다. 올해 유독 눈이 내리지 않아 스키장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엉덩방아 시리즈
곤돌라에서 하차 후 등산로를 따라 향적봉으로 걸었다. 걸어서 20분이면 향적봉에 도착하는데, 최근 운동을 멀리해 산행 내내 낑낑거렸다. 아웃도어 에디터로서 나라 씨와 진선 씨를 보기 민망했다. 어디 가서 산 잘 탄다고 자화자찬하긴 글렀다.

‘겨울바람 독해봤자’라는 생각으로 가벼운 레깅스 바지 하나 입고 호기롭게 향적봉 바위에 발을 디뎠다. 내가 왜 그랬을까. 미친 추위였다. 살을 에다 못해 열이 날 만큼 강한 칼바람이 허벅지를 강타했다. 공포도 어마어마했다. 약 10kg의 배낭을 메고 있어 중심 잡기 힘들었다. 고소공포증은 남의 이야기라며 살았는데, 이렇게 죽는구나.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내 손 잡아. 별로 무섭지 않아”라며 나라 씨에게 센 척했는데, 지금은 겁쟁이가 따로 없다. 민망해하며 나라 씨 손을 움켜잡았다. 우당탕, 급하게 내려오다 바위에 종아리를 찧었다. 레깅스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봐 피멍각이다. ‘아, 이거 새로 산 바진데’ 눈꽃 산행 간다고 큰맘 먹고 나이키 신상품을 일시불로 긁었다. ‘꿰맬 수 있겠지?’

정상석에 이미 찍사들이 모여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 차례는 오지 않았다. 눈치 게임 시작이다. 셔터를 누르는 것을 포착하면 바로 앞으로 달려나가야 했다. 우물쭈물하는데, 뒤에서 사람들이 밀어대는 통에 앞으로 넘어졌다. 이번엔 무릎이다. 레깅스를 뚫고 선혈이 새 나왔다. ‘나 오늘 왜 이래.’

향적봉 대피소에 짐을 내리고 중봉으로 향했다. 중봉은 향적봉 대피소에서 1.3km 떨어진 곳으로 덕유평전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중봉으로 향하는 길은 아직 눈이 쌓여있었다. 곤돌라와 향적봉에서 볼 수 없던 눈을 보자 반가움이 앞섰다. 폴짝폴짝 뛰며 정신없이 걸었다. 그런데 분명 걷고 있었는데, 바닥에 누워있는 나를 발견했다. 세 번째 엉덩방아다. 어쩜 이렇게 깔끔하게 넘어질 수 있을까. 다행히 레깅스는 멀쩡했다.

여기가 한국이야, 외국이야
중봉에서 바라본 덕유평전은 스위스 알프스를 연상시켰다. 능선을 따라 설치된 나무 울타리, 끝없는 조릿대, 켜켜이 쌓인 능선 사이로 지는 해가 장관이었다.

덕유평전은 철쭉과 털진달래로 분홍빛 향연을 이루는 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에디터에겐 겨울 덕유평전이 최고다. 푸릇푸릇한 조릿대가 겨울 추위를 잊게 해 주기 때문.

덕유산 기운을 몸에 담고 향적봉 대피소로 향했다. 가장 고대하던 저녁 식사 시간을 맞이할 차례다. 이미 대피소 취사장에는 고소한 고기 냄새가 진동했다. 산에서는 고기다. 취사하는 모든 사람이 삼겹살을 굽거나 제육볶음을 먹었다. 심지어 닭백숙을 해 먹는 팀도 있었다. 고기 성애자 에디터를 필두로 아웃도어팀도 신나게 삼겹살을 뒤집었다.

38명을 수용하는 대피소에 20명이 넘는 등산객이 자리 잡고 있었다. 1층엔 개인, 2층엔 단체 등산객 위한 침상을 운영한다는 직원의 말에 따라 2층에 배정됐다. 칸막이로 나눠진 1층 침상과 달리 2층은 마루형식의 탁 트인 공용 침상이다.

한 장당 대여료가 2천원인 모포를 깔고 보드게임 ‘할리갈리’를 꺼냈다. 왕년에 보드게임 좀 했다는 나라 씨와 에디터가 새싹 보드게이머 진선 씨를 상대로 게임을 시작했다. 초반에 어리바리하던 진선 씨는 무서운 기세로 카드를 모았다. 자칭 보드게임 콜렉터 나라 씨의 카드는 점점 줄어들었다. 에디터는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이럴 땐 중간만 가는 게 답이다. 결국 패배한 나라 씨의 팔에 선명한 손가락 자국이 남았다.

대피소의 밤은 잊을 수 없다. 저녁 9시 소등하기 때문에 모포를 뒤집어쓰고 휴대폰 하는데, 코골이가 서라운드로 퍼졌다. 처음엔 1층에서 한 명이 코를 골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코 고는 사람이 늘었다. 2층까지 코골이 바이러스가 퍼졌고, 향적봉 대피소배 코골이 대잔치가 시작됐다.

일행까지 코를 골았다. 답답한 마음에 슬쩍 일행을 흔들었다. 잠시 조용해지나 싶더니 금세 또 코를 곤다. 고등학교 시절 사용한 3M 이어플러그가 그리웠다. 휴지로 귀를 막아보고, 이어폰을 껴도 소용없다.

에디터 사심이 들어간 대피소 필수템

3M 이어플러그 귀가 밝거나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에게 추천
캠핑 베개 바닥이 딱딱하기 때문에 베개 추천
휴지와 물티슈 대피소에서 판매하지만 가격이 어마어마하므로 미리 준비하는 걸 추천
헤드랜턴 대피소와 화장실이 분리돼 있어 야간에 필수
양말 축축해진 양말은 잘 마르지 않음. 새 양말을 준비하길 추천

핵 춥지만 행복했다
“신영 기자, 일어나 6시 45분이야.”
새벽에 코골이가 없는 틈을 타 겨우 잠들었다. 체감 상 잠든 지 10분도 안 됐는데, 벌써 아침이다. 전날 넘어진 다리와 팔이 아렸다. 우씨, 레깅스를 걱정할 게 아니라 몸을 걱정했어야 했다. 여기저기 멍이 들어 몸이 무거웠다. 마음 같아서는 일출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싶었다. 아빠뻘 되는 사진기자, 나만 믿고 온 나라 씨와 진선 씨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고 패딩을 입었다.

추위는 어마어마했다. 기상청에서 말하는 북극한파, 맹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대로 나갔다간 동사로 오늘 아침 뉴스를 장식할 것이다. 모포를 잔뜩 챙겨 향적봉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지리산 방향에서 해가 떠오르는 중이었다. 붉은빛이 서서히 진해졌다. 발아래는 구름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웅장한 기운을 내뿜었다. 빨리 감기를 한 듯 구름이 태양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와.”

사진 기자는 카메라에 일출을 담기 바빴고, 막내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대피소에서 자던 사람들도 모두 나와 비명을 질렀다. 일출에 감동받은 비명과 추위에 놀란 비명이 뒤섞여 덕유산에 울려 퍼졌다. 솔직히 에디터는 엄청난 추위에 비명을 질렀다.

“올해도 작년만큼 행복하게 해주세요.”
“남자친구 만들어주세요.”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회사 잘 다니게 해주세요.”

새해 소원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소원이 수리됐다면 이미 배우 뺨치는 미인이 되거나, 건물주가 돼 있겠지. 그러나 향적봉 정상에서 소원을 비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 된다. 특별한 장소와 시간의 힘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막내들은 핵 춥지만 따뜻한 마음을 안고 서울로 돌아간다. 언제까지 아웃도어글로벌의 막내일지 모르겠지만(솔직히 이제 막내를 벗어나고 싶다), 에디터가 막내인한 한겨울 산행은 매년 계속된다.

향적봉 대피소
덕유산 향적봉에서 도보로 5분
1~2층 규모로 총 38명 수용
온라인 사전 예약 필수

침상 이용료
성수기(4~11월) 1인당 1만3천원
비수기(12~3월) 1인당 1만2천원
모포 대여비 1인당 2천
*1인당 침상 4개까지 예약 가능

주의사항
대피소와 화장실이 분리됐고, 수도가 나오지 않는다. 대피소 아래 샘터가 있지만 겨울에는 얼어 사용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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