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다이닝 박경신 총괄 셰프
메이다이닝 박경신 총괄 셰프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9.0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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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이야기
요리 철학

메이다이닝 레스토랑은 한 사람에 의해 움직인다. 그 사람은 천장을 뚫고 나갈 만큼 거센 불길에서 팬을 굴리는 1등 요리사도 수십 가지 채소를 다듬는 인턴도 로비를 관리하는 매니저도 아니다. 바로 박경신 총괄 셰프다.

낯이 많이 익네요.
안녕하세요. 메이다이닝 레스토랑 박경신 총괄 셰프입니다. 2011년 QTV <예스셰프2>에서 보셨을 거예요. 당시 탑3까지 올라가 많은 사랑을 받았거든요. 그 덕분에 이름을 건 방송도 했어요. 한 개였던 매장이 세 개로 늘기도 했죠. 인생사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잖아요. 한창 주가를 올리던 중 화덕 피자 트레일러를 운영하게 됐는데 얼굴에 큰 화상을 입었어요. 여러 방송에서 하차했고 사업까지 실패했죠. 다시 마음먹고 미국 지역 음식을 판매하는 아메리칸 탭 하우스를 경기도 이천에 오픈했어요. 이후 메이다이닝과 인연이 닿아 총괄 셰프로 일하고 있고요.

스포츠 선수 출신이라던데.
고등학교 때 격투기 선수로 생활했어요. 80~120kg을 유지하며 미들급과 헤비급을 오갔죠. 중학교 때 태권도 선수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 날렵하고 자세도 좋았어요. 프로 선수로 전향하려고 했는데, 키가 자라지 않더라고요. 옆으로만 크기 시작했죠.(웃음) 격투기 선수에게는 키가 중요하거든요. 체중은 같아도 키가 다르면 상대적으로 키가 큰 선수가 유리해요. 그러면서 입상이 줄었어요. ‘운동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됐죠.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요리에 도전해 군산에 있는 대학 호텔조리학과에 들어갔어요. 사실 학창시절 내내 운동만 하느라 대학에 들어갈 성적이 안 됐는데, 태권도 3단, 격투기 2단, 유도 1단 단증에 봉사활동 점수를 더해 겨우 입학할 수 있었어요. 단증으로 대학에 들어간 셈이죠.(웃음)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웠네요?
네 맞아요. 대학 입학 전엔 집에서 먹고 싶은 음식 만들어 먹은 게 전부니까요. 군대를 다녀온 뒤에 미국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어요. 미국 하라스 호텔Harrah's Hotel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조리 실무와 양식에 대해 더욱 깊이 배울 수 있었죠. 한국에 돌아와서는 세계 3대 요리학교인 츠지원의 한국 분교를 다녔어요. 일본의 식문화와 레스토랑 문화를 배웠죠. 한식, 양식, 일식 등 다양한 요리를 배워 국경 없는 요리사가 됐어요. 그래서 이탈리안 전문, 일식 전문이라는 타이틀 없이 모든 요리를 하죠.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요.
가장 기본적인 음식 맛, 위생, 모양은 물론이고 역사, 발전, 변화를 중시해요. 음식에 철학이 있고 없음에 따라 맛이 달라지거든요. 그 예로 우리나라의 카르보나라가 대표적인데요. 원래 카르보나라는 염장한 돼지고기에 노른자, 페코리노, 후추를 넣은 이탈리아 음식이에요. 한국에서는 우유와 생크림을 넣은 국물 파스타로 변질됐죠.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한국식 카르보나라를 선보이면 눈살을 찌푸릴지 몰라요. 본래의 맛을 재연하면서 한국 사람의 입맛에도 맞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야 외국인과 한국 사람이 모두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죠. 주방에 서기 전에 항상 생각하는 게 있어요. ‘내 요리로 고객을 넘어뜨리자. 맛있는 요리를 선보여 그들을 만족시키자.’

요리와 스포츠는 비슷한 거 같아요.
맞아요. 스포츠가 육체적 능력으로 상대를 이기는 거라면, 요리는 맛으로 미식가를 사로잡는 거니까요. 선수들이 연습하고, 다치고, 인내하고, 버티고,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 듯 요리사들도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죠. 제겐 손님이 상대편 선수와 같아요.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 손님의 미각을 사로잡는 거죠. 또 여러 가지 평가서와 푸드 칼럼니스트들이 심판, 감독이에요. 한마디로 셰프는 주방이라는 링 위에 서 있는 선수죠.

사진제공 박경신
사진제공 박경신

현재도 운동을 하는지.
아이들과 아웃도어를 즐겨요. 봄, 가을엔 스케이트보드, 여름에는 서핑, 겨울에는 스노보드를 타요. 아빠가 되니 육체적으로 무언가를 치고, 때리고, 눕히고, 쓰러트리는 것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어요. 대신 자연과 어우러지는 활동을 하죠. 자연을 느끼고 즐기면서 얻는 성취감이 아이들에게 더 좋아요.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는 것이죠. 최고의 아빠, 최고의 셰프, 최고의 사장님, 최고의 남편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삶을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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