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없다고 아이젠 없이 겨울산에 간다?
눈 없다고 아이젠 없이 겨울산에 간다?
  • 김경선 부장
  • 승인 2019.01.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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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 스틱, 보온의류 등 방한용품 필수

후배 기자가 눈꽃을 보겠다며 겨울산에 다녀왔다. 산장에서 하루를 묵고 돌아온 후배는 “선배, 정말 추웠어요.” 가만 보니 레깅스를 입었고, 무릎은 어떻게 다쳤는지 피가 새어 나와 빨갛게 굳은 게 아닌가. “너 설마 이러고 산행했니?” 알고 보니 예쁘게 사진촬영을 하고 싶어 얇은 레깅스 하나만 입고 산에 올랐더랬다. 20대에겐 추위 보다 더 두려운 것이 추레함이었나보다. 게다가 눈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아이젠과 스틱도 없이 산행을 강행하다 수없이 자빠졌더란다. 하, 내 탓이다. 겨울산이 얼마나 혹독한 곳인가를 더 신신당부했어야 했는데. 슬렁슬렁 겁을 준 내 말이 겪어보지 않은 이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였나보다.

에디터 역시 과거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다행이라면 무시무시하게 겁을 준 편집장 덕분에 레깅스 신세는 면했다는 점이 좀 다르다. 그럼에도 능선 칼바람에 얼굴은 터질 듯했고, 땀으로 젖은 양말은 발가락의 감각을 앗아갔다. 그 후론 한겨울 산행을 나설 땐 과하다 싶게 준비한다. 인슐레이션 재킷, 오버트라우저, 스패치, 바라클라바, 모자, 여분의 양말과 장갑, 갈아입을 옷…. ‘이게 진짜 필요할까’ 싶은 품목들이 아쉬운 순간이 있다. 쓰지 않더라도 챙기는 것이 현명하다는 걸 깨달았다. 미련하게도 사람은 경험해 봐야 안다.

겨울산에서 가장 무서운 두 가지를 꼽는다면, 저체온증과 낙상사고다. 도심보다 고도가 높은 산은 기온이 훨씬 낫다. 또 겨울철이라도 걷는 중 흐르는 땀으로 인해 체온을 더 쉽게 빼앗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옷을 겹쳐 입고 운행 중에는 다소 가볍게, 쉴 때는 두둑하게 챙겨 입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는 눈에 젖은 장갑이나 땀에 젖은 양말로 인해 손과 발에 감각이 무뎌진다. 심한 경우에는 동상에 걸릴 수도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분의 장갑과 양말을 산행 중 교체해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시켜야 체온손실을 막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낙상사고다. 울창한 숲과 계곡 등으로 인해 음지가 많은 산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빙판이 수두룩하다. 개인적으로 눈보다 더 무서운 게 빙판. 산은 도심과 달리 크고 작은 바위와 돌들로 인해 요철이 심하기 때문에 미끄러질 경우 훨씬 심한 부상을 당하기 십상이다. 겨울철에는 눈이 오던 오지 않던 간에 무조건 아이젠을 신어야 한다. 과거에 주로 쓰던 4발 아이젠은 신발 중앙에 착용해 눈이 없는 지형에서는 균형감을 찾기 힘들었지만, 요즘에는 노지에서도 균형감을 유지시키는 체인젠이 출시돼 산행 내내 신어도 불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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