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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느끼는 시장의 매력 
서울에서 느끼는 시장의 매력 
  • 이지혜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8.12.2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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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보관광 전통시장편

달큼한 한약재 냄새가 사방에 풍기는 곳이란 이야기를 듣기만 했었다. 서울 강북에서 가장 큰 시장이 옆에 붙어 있다고도 했었다. 서울살이 10년이지만, 한 번도 가본적 없던 곳 약령시와 경동시장. 도보관광으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었다.

선농단이 뭔가요
본격적인 한파가 찾아오기 직전이다. 마음에 담아두기만 했던 서울시 도보관광의 전통시장 코스를 다녀왔다. 서울시는 주요 관광 명소를 문화 해설사의 전문적인 해설을 들으며 도보로 탐방하는 관광 프로그램 ‘도보 관광’을 운영하고 있다. 역사, 문화, 자연 등 관광자원 전반에 대한 해설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여섯 개 테마, 총 스물아홉 개의 코스가 운영 중이다.

그중 전통시장 코스는 동대문-답십리 일대의 전통시장을 활용한 도보관광 코스다. 1호선 제기동역 1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첫 코스는 선농단이다. 선농단을 알고 있냐는 해설사의 질문에 “설렁탕이랑 관계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부끄럽지만 그 정도의 지식이 전부였다.

1번 출구에서 너른 길을 따라 300미터 정도 올라가면 선농단 역사 문화관이 나온다. 선농단은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선농제를 지낸 제단을 말한다. 말 그대로 풍년을 기원하며 하늘에 제를 지낸 전통이다.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에 국가 주요 전례가 되며 그 의미가 강화됐다. 왕이 참석하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맞으며 폐지되고, 제단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며 문화적 의미가 말살됐다. 그러다 2015년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역사 문화관을 조성했다. 알기 쉽고 풍부한 자료의 전시실과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고, 야외에는 작게나마 제단 흔적을 복원했다. 조선 성종 때 중국으로부터 선물 받은 어린 나무였던 향나무는 600년의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선농단 역사문화관
서울시 동대문구 무학로 44길 38
02-3142-7990
하절기(3월~10월) 10:00~18:00,
동절기(11월~2월) 10:00~17:00
입장료 무료
www.sun.ddm.go.kr

슬기로운 약령시
각종 약재를 다루는 약령시(藥令市). 선농단 역사 문화관에서 나와 좌측으로 걷다 보면 한약 유통을 중심지였던 서울약령시에 들어선다. 약령시가 위치한 이곳 제기골은 조선 건국 초기 왕명에 의해 보제원이 설립됐던 장소다.

보제원은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는 백성에게 의술과 탕약 등을 베풀던 병원, 객인이 쉬어갈 수 있던 여관, 지금의 환갑잔치 장소, 구휼 기관 등이 모여 있던 곳을 말한다. 현재는 너른 길을 따라 한의원(의사가 있는 병원), 한약국(약사가 있는 약국), 한약방(의사와 약사는 없는 재료 판매방)이 줄지어 늘어서있다. 길을 걷는 내내 달큼하고 익숙한 약재 냄새에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약령시 가운데 한의약 박물관이 있다. 한방복합문화체험의 힐링 공간인 이곳은 영상을 통한 약초재배와 채취, 체질 진단에 따른 음식궁합과 맞춤 운동법까지 알려주는 곳이다. 동의보감을 비롯해 다양하고 진귀한 약재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또 교육 문화 체험실에서 다양한 한방관련 교육과 공예 체험도 할 수 있다. 한방 이동 진료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보제원과 약선음식 체험관, 한방 카페, 족욕 체험장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서울한방 진흥센터
서울시 동대문구 약령중앙로 26
02-969-9241~2
하절기(3월~10월) 10:00~18:00,
동절기(11월~2월) 10:00~17:00
입장료 어른 1천원
kmedi.ddm.go.kr

강북 최대 규모 경동시장
없는 게 없다는 말은 항상 없는 게 있는 곳에서 먼저 하는 법. 하지만 경동시장은 없는 걸 찾는 게 더 어려운,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곳이었다. 서울한방 진흥센터에서 나와 조금만 걷다보면 강북 최대 규모의 시장이라는 경동시장이 시작된다.

약령시와 인접한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좋은 약재들의 유통지이기도 한 이곳은 규모 답게 많은 손님이 몰리고 물품의 회전율도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곳. 덕분에 좋은 품질의 싱싱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제철 재료를 구경하며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에 쥐어진 시음식을 발견한다. 번데기, 칡즙을 얻어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없던 쇼핑 욕구도 생겨버리게 하는 마성의 시장. 현금이 있었더라면(현금은 필수) 에디터는 당장 남원산 참마를 잔뜩 산 뒤 팥죽 한 그릇을 해치웠을거다.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면 돌아갈 길을 잃기도 일쑤다. ‘돌아가는 길에 사야지’하고 지나쳤다간 다시 찾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큰 규모다.
서울시의 전통시장 도보관광 코스는 경동시장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이곳에서 헤어져 삼천오백 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쌀쌀한 겨울바람에 얼었던 몸이 역사의 강렬함에, 시장의 온기에, 칼칼한 칼국수 국물에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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